【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완화의학과 염창환 교수】
비타민 C는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는 필수영양소의 하나로 반드시 외부에서 공급해줘야 한다. 비타민C의 보통 권장량은 60mg 정도로 이는 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최소량에 불과하다. 그러나 비타민 C를 하루 권장량보다 훨씬 많은 10,000mg~100,000mg까지 투여하는 고용량 비타민 C요법으로 암 치료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비타민 C가 더 이상 영양제가 아니라 치료제로서 탈바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량 비타민 C요법에 대해 알아본다.
비타민 C ‘영양제 아닌 치료제’
비타민 C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비타민 C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건강에 도움을 주는 여러 효능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잘 알려진 기미·주근깨 개선효과, 변비·감기 예방, 피로회복 완화 등등의 효과 외에 △활성산소 억제작용, 항산화작용, 면역기능 향상, 발암물질 생성 억제, 콜레스테롤 대사에 관여하고 △고혈압과 동맥경화 예방 및 개선 △아토피·알레르기 개선 △급성 간염환자·만성피로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주고 △여드름 환자의 염증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용량 비타민 C요법이란?
비타민 C의 효능 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비타민 C를 암 예방 및 암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비타민 C 국제심포지엄에서 강남성모병원 완화의학과 염창환 교수는 ‘고용량 비타민 C요법을 통한 다양한 암치료’에 대한 임상사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70명의 암 환자에게 비타민 C만 고용량으로 사용한 경우 △암 감소 7명(10%) △효과를 본 경우 13명(18.6%) △효과가 없는 경우 50명(71.4%)으로 나타났고, 항암제와 병행한 경우 △암 감소 11명(30.6%) △효과를 본 경우 18명(50%) △효과가 없는 경우 7명(19.4%)으로 나타났다. 비타민 C만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항암제와 병행 치료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량 비타민 C요법은 1950년대부터 미국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방법으로 그 역사가 꽤 깊다. 이 요법은 고용량의 비타민 C를 정맥주사로 인체에 투여하여 암을 치료하거나 암이 재발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인체가 대사를 하면서 생성된 과산화수소(H2O2)와 같은 과산화물은 인체의 세포조직에 나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카탈라아제와 같은 효소가 과산화수소의 분해가 빨리 일어나도록 촉매제의 역할을 한다.
암세포와 비타민 C는 이러한 카탈라아제와 같은 효소가 없기 때문에 고용량의 비타민 C가 우리 몸에 들어가면 과산화수소를 생성하게 된다. 과산화수소가 생성되면 이때 우리 몸의 카탈라아제가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하면서 산소가 암세포를 죽이고 물은 세포로 흡수되는 과정을 거친다. 즉 과산화수소가 분해되면서 암세포만 죽이고 정상세포는 그대로 살려두는 원리다.
또 비타민 C는 자기 스스로 암 유발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RNA와 DNA바이러스를 죽이고 세포의 조직을 튼튼하게 하는 콜라겐을 생성하여 암세포를 감싸므로 암세포가 다른 조직에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염창환 교수는 “고용량 비타민 C요법을 시행할 때 비타민 C의 투여량은 10g~100g 사이에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되고, 이는 각 환자의 비타민 C 혈중농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혈중농도의 기준은 400mg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고용량 비타민 C요법에 사용되는 비타민 C의 양은 일반인이 평균적으로 하루에 섭취하는 비타민 C의 용량(1g=1000mg에서 많게는 6g)을 크게 상회한다. 그렇다면 혹시 부작용 걱정은 없을까?
비타민 C는 수용성이기 때문에 체내로 과다한 양이 들어와도 인체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다. 체내에서 필요로 하는 양보다 많이 섭취했을 경우, 신장을 통해 넘치는 만큼 체외로 배설되기 때문이다.
염 교수는 “그러나 신장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는 이러한 이유로 고용량 비타민C 요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한다. 또 고용량 비타민 C 요법을 진행할 때 설사가 나거나 삼투압현상 때문에 혈관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는데 설사가 나는 증상은 비타민 C의 용량을 줄이거나 일정 시일이 지나면 절로 좋아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혈관통 역시 정맥주사로 인한 것이므로 비타민 C를 과다 투여하여 발생하는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
고용량 비타민 C요법, 아직은 진행 중
고용량 비타민 C요법이 모든 암환자에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염창환 교수는 “비타민 C 고용량요법의 임상실험 결과 10명 중 1명이 좋아지는 10%의 효과를 나타냈고, 또 아직까지는 항암치료에 실패한 말기 암환자가 대체의학의 일환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지만 고용량 비타민 C요법을 선택한 환자들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었다.”며 “일반 암에 비해 뇌종양, 흑색종에서는 보다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부연한다.
고용량 비타민 C요법은 아직 암 치료의 정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지만 대체의학의 범주에서는 오랜 역사만큼 가장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는 요법이라고 한다.
“앞으로 많은 곳에서 고용량 비타민 C요법에 관심을 갖고 항암치료와 병행할 경우 많은 환자들에게서 항암치료의 통증을 줄이고 환자의 치료가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염 교수의 조언이다.
TIP. 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비타민 C 복용하세요!
♠아무런 가공이 되지 않은 분말로 섭취해야 비타민 C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된다.
♠피로회복이나 면역력 등을 높이기 위한 효과를 원한다면 일반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양(6g)의 비타민 C를 섭취하는 것도 무방하다.
단, 많은 양의 비타민 C를 섭취할 때 알약 등으로 가공된 비타민 C는 화학첨가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많은 양을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간이나 기타 건강에 좋지 않은 영양을 줄 수 있으므로 가급적 가루상태로 복용한다. (하루에 6g의 비타민 C를 먹는다고 가정할 경우 하루 3번, 2g(보통 1g=1000mg)씩 식후에 복용한다. 비타민 C의 용량이 과하게 되면 설사가 나오므로 설사 전까지 복용한 비타민 C의 용량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