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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풀어본 건강] 두뇌 계발에 비만 예방까지~ 젓가락의 숨은 비밀

2010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102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ND케어클리닉 박민수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젓가락질 잘 해야만 밥 잘 먹나요. 잘 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

라는 노랫말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물론 이 노래처럼 젓가락질을 잘 못해도 밥 먹는 데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젓가락질을 잘하면 여러 가지 득을 본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젓가락질을 하는 민족이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지배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 역시 한국 반도체 산업이 강한 이유 중 하나로 젓가락 문화를 들기도 했다. 20세기 완벽한 바이올리니스트로 역사에 남은 예후디 메뉴인은 일찍이 “찔러서 먹는 공격적인 포크에 비해 다치지 않게 집는 정적이고 평화적인 젓가락 문화의 발견은 나의 음악에 커다란 변화를 주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간단하고 익숙한 젓가락질. 이 작은 손놀림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정밀한 기술을 뽐내는 저력은‘젓가락’

전 세계에서 병아리의 성별을 구별해 내는 희귀직종인 병아리 감별사 중 60%가 한국인이다. 나머지 40%는 감별법 종주국인 일본인이다. 달걀에서 부화한 지 하루밖에 안 된 병아리의 항문돌기를 보고 손 감각과 눈으로 단번에 암수를 구별해내는 일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특히 0.4초당 한 마리씩 구별해내는 한국인 감별사의 능력은 신기에 가깝다.

한국인의 손재주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도 빛을 발한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5개를 획득해 금메달 7개인 스위스와 금메달 6개인 일본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1977년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이래 1993년과 2005년 단 두 차례 준우승을 제외하고, 16번째 연속 우승이다. 갈수록 우리나라는 기계 분야뿐만 아니라 벽돌쌓기, 타일, 귀금속공예, 실내장식, 요리까지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산업부문에서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최첨단 산업이지만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항공우주산업과 체세포 복제 등 생명과학 기술도 우수하다. 의료부문은 복강경 수술, 섬세한 성형수술 등 수준 높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도 빼놓을 수 없다. 정밀한 운동으로 손꼽히는 양궁 역시 한국의 독무대다. 그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젓가락 문화에 그 답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민족이 젓가락을 쓴 지는 아주 오래됐다. 백제 무령왕릉에서 쇠젓가락이 출토된 점을 고려할 때 최소한 6세기 이전인 것으로 추정한다. 나무젓가락을 쓴 역사는 그보다 더 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에 비해 서양인들은 18세기 들어서야 포크를 쓰기 시작했다.

예부터 젓가락을 일상적으로 써 온 대표국가인 한ㆍ중ㆍ일 3국 중 일본은 가장 먼저 젓가락에 대한 중요성을 깨우쳤다. 1977년 8월 4일을 젓가락절로 제정해 어린이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뒤늦게나마 1994년부터 초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ND케어클리닉 박민수 원장은 “젓가락 문화는 두뇌 계발과 비만 방지에 효과적”이라며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가늘고 작은 막대기 한 쌍, 별것 아닌 듯 느껴지지만 이것의 힘은 상상 초월이다. 이제, 젓가락의 매력에 푹 빠져볼까?

두뇌 발달과 치매 예방 효과

우리 손끝에 달려서 이것저것 집고, 먹고, 정교한 조작까지 책임지는 작지만 강한 녀석이 바로 손가락이다. 이 손가락과 하루 세 번 이상은 찰싹 붙어 손가락의 활동을 돕는 기구가 있다. 숟가락, 젓가락으로 이름도 손가락과 닮았다.

숟가락, 젓가락은 손이 연장된 인체 기관의 일부다. 숟가락은 작은 알갱이들을 한 데 모아 먹거나 국물을 떠먹는 데 용이하다. 살펴보면, 떠서 입에 넣는 단순한 과정만을 요구한다. 그러나 젓가락은 다르다.

젓가락을 손가락 사이에 넣어서 엄지, 검지, 중지, 약지를 움직여 작은 것까지 정확히 잡아든다. 젓가락을 사용할 때는 손가락, 손바닥, 손목, 팔굽 등 골절 30개와 근육 50개 정도가 동시에 움직인다. 우리 뇌 활동은 손가락 움직임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젓가락을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손가락 움직임이 많아진다. 어린이의 지능발달부터 성인의 두뇌 활성화도 돕게 된다.

눈과 손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것은 두뇌 작용의 총화다. 박민수 원장은 “대뇌의 성장 발달을 위해, 또 두뇌 쇠퇴와 노화를 막기 위해 젓가락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머리는 복잡하고 세밀한 작업을 할 때 많이 자극된다.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를 치는 것이 두뇌 계발을 돕는 원리가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취미 활동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익숙한 습관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것이 박민수 원장의 설명이다. 젓가락질은 매일, 자주, 여러 번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꾸준한 두뇌 훈련이 된다.

젓가락의 종류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나무젓가락을 쓰는 일본ㆍ중국과 달리 쇠젓가락을 쓴다. 박민수 원장은 “쇠젓가락은 나무젓가락보다 더 무겁고 미끄럽기 때문에 안 떨어뜨리려고 힘을 주게 된다.”면서 “이는 더 정확한 조작에 신경을 집중하게 만들어 두뇌 발달에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젓가락보다 사용 인구가 많은 포크는 어떨까? 사용하는 근육이 절반에 불과하다. 이쯤 되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말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1위 비결이 젓가락 문화라는 말이 이해가 간다.

비만, 고혈압, 당뇨병에 필수

젓가락은 두뇌 계발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성인병 예방에도 큰 몫을 한다는데, 그 원리는 무엇일까? 박민수 원장은 젓가락질로 네 가지 좋은 일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첫째, 적게 먹게 된다. 한 번에 많이 집어 빠르게 입에 넣을 수 있는 숟가락과는 달리 젓가락은 조금씩밖에 집을 수 없다. 소량을 집어 들어, 떨어뜨리지 않고 입에 넣으려면 집중해서 조금씩 먹게 되는 것이다.

둘째, 천천히 먹게 된다. 음식을 조금씩 집으니 당연히 천천히 먹을 수밖에 없다. 포만감은 식사 시작 후 최소 15분이 지나야 느껴지므로 천천히 먹으면 과식을 막을 수 있다.

셋째, 침 분비가 많아져 면역력이 높아진다. 천천히 먹으니까 입 속에서 오랫동안 꼭꼭 씹게 된다. 그 과정에서 침이 많이 분비된다. 침은 아밀라아제를 비롯한 소화효소를 지니고 있어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다. 침의 분비량이 많을수록 소화가 잘 되는 셈이다. 미끄러운 점액질 형태로 돼 있어 윤활유 역할도 한다. 입안의 점막을 부드럽게 해주며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가는 데 도움을 준다.

그뿐 아니라 구강 내 이물질을 제거하고 바이러스와 세균감염을 막아주는 면역 기능을 담당하기도 한다.

넷째, 덜 짜게 먹을 수 있다. 고혈압과 비만을 유발하는 짠 식단에 일조하는 것이 우리의 국물 문화다. 국물을 먹지 말라고 하기에 앞서 젓가락만으로 식사할 것을 권하면 자연스럽게 국물 섭취량을 줄이게 된다.

박민수 원장은 “서구화된 식문화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만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OECD국가 중 비만율 꼴지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그 일등공신은 한식과 젓가락”이라고 밝혔다.

젓가락질의 가장 큰 이점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건강한 사람은 물론 고혈압과 당뇨, 비만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 모두 젓가락 식사 습관이 좋다. 박민수 원장은 “장수하는 노인들을 조사해보면 젓가락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리의 건강한 문화유산인 젓가락질을 실천해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일 아프고 3일째 죽는 것)하자.”고 제안한다.

<올바른 젓가락질 사용법>

1. 젓가락 한 쌍을 엄지의 안쪽과 약지에 닿게 잡는다.

2. 안쪽 젓가락 한 개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고 엄지로 눌러 잡는다.

3.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고 엄지로 눌러 젓가락을 움직인다.

4. 엄지에 가볍게 댄 채로 검지와 중지만을 사용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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