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휴양·치유연구실 유리화 임업연구사(농학박사)】
서울 구로동에 사는 주부 김성희 씨는 자칭 ‘편백 예찬론자’다. 어디를 가도 편백 칭찬 일색이다. 아토피로 고생했던 둘째딸을 오랫동안 편백숲 캠프에 보냈더니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안양에 사는 이창호 씨는 거금을 들여 집에 편백 욕조를 들여놨다. 그 후 “목욕을 할 때마다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어 목욕이 삶의 낙이 됐다.”고 전한다. 이렇듯 몇 년 전부터 편백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뜨거워졌다. 아니 지금까지는 잘 몰랐던 편백이라는 나무를 재발견했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젠 건강에 좋은 나무라고 하면 편백을 떠올리고, 편백으로 만든 물건들도 빠르게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시대 최고의 건강 아이템으로 떠오른 편백, 그 효능 속으로 따라가보자.
편백 열풍의 중심에는 피톤치드가 있다
편백이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피톤치드에서 찾을 수 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라는 뜻의 ‘피톤(phyton)’과 죽인다는 뜻의 ‘사이드(cide)’를 합쳐 만든 말로, 식물이 곰팡이나 세균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내뿜는 휘발성 물질을 총칭한다.
이런 효과는 사람에게도 해당한다. 피톤치드를 호흡으로 들이마시거나 피부에 닿으면 항균, 항염증, 항산화, 이완, 피로회복 효과 등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를 낮춰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연구 발표도 있다.
편백은 이 피톤치드가 다른 나무보다 많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는 침엽수에서 많이 나오고, 침엽수 중에서도 편백이 많은 양을 내뿜는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에 의하면 편백 잎의 정유(휘발성 피톤치드) 함량은 잣나무의 2.2배, 소나무의 3.9배나 많고, 계절에 따라 함유량 변화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여름 국립산림과학원 피톤치드 연구팀은 장성의 축령산 편백숲에서‘사비넨(sabinene)’이라는 피톤치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사비넨은 천식을 일으키는 식물 병원균인 ‘알터나리아 알터나타 곰팡이’에 대해 항균 효과가 있는 물질이다. 편백숲의 맑은 공기에는 천식을 예방할 수 있는 피톤치드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피톤치드 샤워하고 싶다면… 꾸준히, 자주, 오랫동안 편백숲 찾아야!
편백 열풍과 더불어 병을 치유하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편백숲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휴양·치유연구실 유리화 박사는 편백숲의 피톤치드가 욕심난다면 다음 5가지를 명심하라고 설명한다.
① 피톤치드는 휘발성 물질이므로 바람이 잘 불지 않는 곳, 공기의 움직임이 적은 곳이 좋다. ② 나무가 많은 울창한 숲을 선택한다. ③ 오전 10시~2시 사이에는 온도가 높아 나무의 기공이 열리므로 피톤치드가 더 많이 나온다. ④ 복장을 가볍게 하고 공기가 잘 통하는 면 소재의 옷을 입는다. ⑤ 차가 다니는 도로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 좋다.
유리화 박사는 “편백숲에서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지만 꼭 편백숲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피톤치드는 휘발성 물질이므로 쉽게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피톤치드를 얼마나 많이 내뿜느냐가 아니라, 지형이 얼마나 피톤치드를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편백숲이 아니어도 바람이 불지 않고 잘 가꿔진 숲에 가면 피톤치드의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피톤치드만을 모아놓은 피톤치드 정유와 숲 공기 중의 피톤치드와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역시 확 트인 공간에서는 쉽게 날아가 버리는 피톤치드의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숲에서 피톤치드로 치유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꾸준히, 자주, 오랜 시간’ 숲에서 머물러야 한다.
치유의 나무 편백 다양한 활용법
시중에는 편백을 이용한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편백숲이 잘 조성된 남도까지 갈 수 없다면 아래의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피톤치드만을 모아 모아서…편백 정유(휘발성 피톤치드)
피톤치드는 나뭇잎 속에 정유의 형태로 있다가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공기 중으로 내뿜기 전 편백 잎 속에 있는 피톤치드 정유를 모아놓은 것이 시중에서 볼 수 있는 편백 정유다.
편백 정유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정유를 분무기나 가습기를 이용해서 물과 희석한 후 공기 중으로 날려서 호흡하고, 피부에 접촉하는 것이다.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으며, 굳이 산에 가지 않아도 피톤치드가 떠다니는 공기에서 생활할 수 있다. 이 방법이 번거롭다면 손수건이나 수건 등에 몇 방울 떨어뜨려서 실내에 두어도 피톤치드 특유의 은은한 향기가 퍼진다. 반신욕을 하거나 목욕을 할 때 욕조에 한두 방울 떨어뜨려도 된다.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은 피톤치드가 새집증후군의 주범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새집증후군이 걱정된다면 분무기에 정유를 몇 방울 떨어뜨려서 공기 중에 뿌려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짜 편백 조심!… 편백 가구
편백은 나무이므로 가구로 만들면 생활 속에서 늘 함께 할 수 있다. 시중에는 편백 침대, 편백 의자, 편백 책장, 편백 밥상, 편백 금고, 편백 수납함 등이 판매되고 있다. 편백은 재질이 단단해서 가구로 만들면 오랫동안 튼튼하게 쓸 수 있다. 오래된 목재일수록 뒤틀림이 없고, 갈라지지도 않아 100년 정도 된 편백이라면 품질이 우수한 가구를 만들 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편백이 재배된 지는 40~50년밖에 되지 않아서 오래된 편백은 대부분 일본 등에서 수입해 오는 실정이다. 편백 가구를 살 때는 반드시 진짜 편백인지 확인해야 한다. 편백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중국산 삼나무를 편백으로 속여 파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편백 가구는 시간이 지나면 편백 특유의 향기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때는 젖은 수건으로 닦으면 향이 다시 진해진다. 편백 가구에 접착제를 쓴 경우라면 어떤 접착제를 썼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제작 업체에 친환경 접착제를 썼는지 확인하는 것이 고가의 편백 가구를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욕실에도 편백 향기 솔솔… 편백 욕조
일본 온천에서 많이 사용되는 편백(히노끼) 욕조를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편백은 단단해서 가구로 만들기 안성맞춤일 뿐 아니라 다른 나무보다 수축과 팽창으로 인한 갈라짐 현상이 적으므로 욕조로 사용하기도 좋다. 한 마디로 단단하고 물에도 강한 목재라는 것. 반신 욕조, 유아 욕조, 월풀 욕조 등이 시중에 나와 있고, 고정식으로 할 것인지 이동식으로 할 것인지 고를 수 있다. 욕조를 살 때는 누수방지 효과가 있는 욕조를 고르는 것이 좋다.
편백 욕조를 고를 때도 가구를 고를 때와 마찬가지로 가짜 편백이 아닌지 잘 살펴야 한다.
주머니 걱정 덜어주는… 편백 칩과 편백 톱밥
고가의 편백 제품이 부담된다면 편백 칩, 편백 톱밥을 이용한 생활용품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편백 원목을 잘라 만든 편백 칩과 편백 톱밥은 가격도 저렴하고 효과도 고가의 편백 제품 못지않다. 깨끗하게 잘 말린 편백 칩과 편백 톱밥을 넣은 베개, 방향제 등이 인기 있는 상품이다. 또한 편백 톱밥을 삼베 주머니에 넣어서 물이 담긴 욕조에 넣으면 편백 욕조 부럽지 않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짜 편백 가구에 속지 않는 방법!>
1. 편백 향기가 나는지 냄새를 맡아본다.
2. 눈으로도 삼나무와 구별을 할 수 있다. 편백은 옹이 부분이 약간 붉은색을 띄고, 중국산 삼나무의 옹이는 검은색에 가깝다.
3. 편백을 직접 구입해서 건조와 제재도 같이하는 곳이 믿을 만한 업체인 경우가 많다.
4. 편백 가구는 비교적 가격이 비싼 편이다. 시중가보다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면 가짜 편백을 쓰는 곳이 아닌지 의심을 해봐야 한다.
유리화 박사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숲이 지닌 건강증진 및 치유 기능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산림휴양학회 편집위원, 한국녹색문화재단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