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은경 기자】
【도움말 | 서울 백병원 비만클리닉센터 강재헌 교수】
나이와 비례해서 늘어나는 것이 돈과 명예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현실에서 늘어나는 것은 묵직한 뱃살뿐이다. 먹는 양도 똑 같고, 활동량도 비슷한데 나이가 한 살씩 늘어갈 때마다 허리벨트 구멍이 점점 더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노화의 또 다른 그늘 나잇살 막을 수 있을까?
도대체 나잇살은 왜 찌는 걸까?
175cm 키에 몸무게 73kg의 남성이 두 명 있다. 그런데 둘은 언뜻 보기에 확연하게 달라 보인다. 20대 초반의 한 청년은 누가 봐도 멋진 탄탄한 몸매의 소유자이지만, 50대의 중년 남성은 배가 볼록하게 나와 누가 봐도 복부 비만으로 보인다.
몸무게와 체중이 똑같은 데 그렇게 달라보이는 이유는 뭘까?
문제는 나잇살에 있다. 세월이 흐르면 나이를 먹는 것처럼 우리 몸도 나잇살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잇살은 왜 찌는 것일까?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줄어들고 근육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울 백병원 비만클리닉센터 소장인 강재헌 교수는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여러 가지 생리 변화를 겪게 됩니다. 그 중 하나가 근육량과 지방량의 변화인데, 근육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지방은 늘어나게 됩니다. 나잇살은 이 과정에서 생기는 비효율적인 살입니다.”라고 말한다.
근육이 많을 때는 기초대사량이 높아서 똑같은 양의 음식을 먹고도 소모하는 열량이 많지만, 근육량이 줄고 지방이 늘어나면 소모하는 열량보다 소모되지 못한 열량이 늘어나 그것들이 지방으로 축적되기 때문에 살이 찌고, 그래서 기초대사량은 더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돼 점점 살이 찌게 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나잇살인 것이다.
나잇살엔 하체 위주의 근력 강화 운동이 효과적
그렇다면 나잇살은 막을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노화의 그늘일까?
강재헌 교수는 “나잇살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몸은 노력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생리적인 변화나 기능 감퇴를 막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나잇살은 그 대표적인 예로 나잇살을 빼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운동입니다.”
운동을 하게 되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기 때문에 남성 호르몬이 잘 전달된다. 적은 양의 남성 호르몬이라도 몸 구석구석까지 보낼 수 있게 된다. 또, 근육량이 많아지면서 기초대사량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에 불필요한 지방을 태워 없앨 수 있다. 운동은 갱년기에 들어서면서 시작되는 자신감과 집중력 결여, 우울증 증상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운동으로 나잇살을 빼려면 우선 근육량을 파악해야 한다. 갱년기 장애가 심해서 근육량이 아주 없는 사람들은 기초 체력부터 높여야 한다. 걷기나 파워 워킹, 자전거 타기, 물속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3~6개월 정도 하고 나서 근체력 운동을 하면 된다.
반면에 근육량이 어느 정도 있으면 바로 근체력 운동을 한다. 근력을 높이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에 60% 정도의 비중을 두고, 여기에 운동용 밴드와 공으로 하는 운동을 곁들이면 가장 좋다.
나잇살에 효과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는 특히 다리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다리 근육은 갱년기 들어서 가장 빨리 감소하는 곳으로 복부를 비롯한 하체에 유난히 지방량이 늘어나는 것도 그 때문인데, 다리 강화 운동을 하면 근육이 감소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체 근육량이 감소하면 전신의 혈액순환에 영향을 주고 전신 균형을 잡아주지 못하게 된다. 결국 균형 감각에 문제가 생겨서 쉽게 넘어져 다칠 수 있고 성기능 또한 저하될 수 있다.
하체 운동이 나잇살을 빼는 데 좋지만 계단 오르기는 피해야 한다. 무릎과 발목의 연골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30대라면 계단오르기 정도는 문제 없지만 40대 이후는 계단 오르기나 줄넘기 등 관절에 무리가 되는 운동은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내 몸 상태에 따른 올바른 운동법
고혈압일 때
혈압이 조절되지 않을 때는 운동을 삼가고 조절되는 경우에만 운동을 하도록 한다. 고혈압이 있는 경우 운동을 과다하게 하여 혈압이 상승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같은 저항 운동 시에 혈압이 상승될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당뇨병일 때
당뇨병 환자의 경우 운동이 필수적이지만 합병증이 있는 경우는 삼가야 한다. 합병증이 없는 경우 운동을 하되 식사 후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너무 과다하게 하여 저혈당에 빠지지 않는지 주의해야 한다.
허혈성 심질환일 때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의 병력이 있는 경우 운동은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 체중 조절을 위해 운동보다는 식사요법에 더 비중을 두도록 한다. 대개 중년 이후의 연령에 해당되므로 체중 감량보다는 현재 체중의 유지에 목표를 두고 걷기나 산책 등의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 운동을 하도록 한다.
골관절염일 때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하지만 이미 골관절염이 있어 운동에 제한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무릎, 발목 등 체중 부하가 되는 관절의 통증으로 걷기, 산책 등이 어려운 경우는 수영, 물속에서 걷기 등을 하도록 한다.
골다공증 증상이 있을 때
폐경기 이후 비만한 여성에서 골다공증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에는 체중 부하가 되는 운동이 좋다. 그러므로 수영, 자전거 타기보다는 걷기, 산책, 러닝머신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근력 운동을 심하게 하거나 점프와 같이 충격이 심한 운동을 할 경우 압박 골절이 생길 위험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단백질 위주의 식이요법으로 근육량 늘려야
나잇살을 막기 위해서는 운동요법과 함께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이때 근육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포인트.
밥이 주식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탄수화물 섭취는 지나치게 많고 단백질 섭취는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이 현격히 줄어드는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해도 단백질 섭취를 적게 하게 되면 근육이 운동한 만큼 생기지 않는다.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으로는 생선이나 닭 가슴살, 콩, 두부, 우유 등이다. 그 중 닭 가슴살은 지방 함량은 낮고 단백질 함량은 높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때문에 육류를 멀리해야 하는 고혈압 환자에게도 좋은 고단백 식품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나이가 먹으면서 근육량이 감소해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미처 연소되지 않은 칼로리가 몸에 축적되면서 나잇살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단백질 위주의 식단과 동시에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한 순간 식사량을 줄이다보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골고루 먹으면서 평소 식사량의 1/2~2/3 정도를 먹는 방법을 사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은 피할 수 있다. 식사량을 줄이게 되면 변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중년에 변비로 고생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식사 중의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려주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평소 식사량보다 줄여서 섭취하고, 건강 상태에 맞는 알맞은 운동을 병행한다면 나잇살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노화의 징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