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유승호 교수】
“너는 절대 장남한테 시집가지 마라.” 명절이나 제사 때를 불문하고 주부 K씨가 결혼 적령기의 딸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집안 대소사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느끼는 것은 소외감뿐. 딸만큼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고. 벌써부터 추석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머리는 지끈지끈! 누구에게 털어놔야 속이 시원할까?
추석이 다가오면 주부들은 음식준비를 비롯한 과도한 가사노동 때문에 부담스럽다. 육체노동은 그렇다 치더라도 특히 정서적으로 시댁식구와의 관계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육체적·정신적인 부담감으로 인해 불안, 우울, 불면, 심한 피로감과 무력감, 두통, 소화불량, 전신의 통증 등을 호소하는 이른바 명절증후군이라 불리는 사람들!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유승호 교수의 도움말로 이번 추석에는 명절증후군을 거침없이 날려버리자.
“교수님, 도와주세요!” 내가 이 집 머슴이니?
음식은 그렇다 치더라도 집안 청소는 물론 아이들 챙기는 일까지 나 혼자서 하려니 온 몸에 골병이 들 것 같다. 명절 때를 막론하고 큰일을 치를 때마다 내가 이 집에 머슴 살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매우 우울하다. 남편은 간만의 휴식이라며 누워서 텔레비전만 보고 있다. 아이들 챙기고 청소라도 해주면 한결 가뿐할 텐데….
⇒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남편이 평소에 잘해 주지 못한 측면이 있기 때문인데요, 아내에게서 이런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평소 남편이 아내 일을 잘 도와줘야 합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는 더욱 그렇습니다. 청소나 힘든 집안 일을 도와주고 그것이 싫다면 아내를 기쁘게 해줄 다른 보상을 해줌으로써 아내로부터 평소에 점수를 따놓거나 시댁과 아내가 갈등이 있는 경우, 남편이 가능한 아내의 입장을 충분히 지지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아내의 경우 남편 입장에서 명절에 시댁에 가면 아내를 도와주는 것이 더욱 껄끄러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서로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을 갖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죠.
적과의 동침, 남편이야? 웬수야?”
친척들이 모인 반가운 자리. 하지만 사사건건 내 말에 토를 다는 남편.
내편 좀 들어주고 기氣 좀 살려주면 입안에 가시라도 돋니?
⇒ 아내한테 시댁식구들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존재들일 것입니다. 따라서 시댁에 갔을 경우 아내는 ‘적진에 들어간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유일한 아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남편인데, 당연히 아내를 지지해야 합니다. 이는 누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오래 같이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분명해지는 답입니다.
아내도 남편의 입장을 어느 정도 생각해줘야 하지만 명절이라는 상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남편 입장을 생각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남편의 경우 아내를 지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면 최소한 나중에 아내가 쏟아내는 불평과 비난을 참고 들어줄 각오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평소에 아내에게 잘했으면 쏟아지는 불평과 비난은 줄어들겠죠?
너만 힘드냐? 어딜 가도 가시방석, 나도 힘들다!
아내의 징징거리는 소리에 아내 눈치 보랴, 혹여 부모님 섭섭해 하실까봐 부모님 눈치 보랴…. 사람들 눈치만 보다가 추석 연휴를 다 보내고 있다고!
⇒ 그렇습니다. 남편도 아내 못지않게 정말 힘들겠죠. 평소 일 때문에 모처럼 쉬어야 하는데, 가족들을 이끌고 먼 길을 가야 하고, 또 중간에 껴서 대응하기가 애매하고 껄끄럽습니다. 이 문제 역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서로의 관계에 달려있습니다. 부부의 관계가 좋다면 명절은 그냥 짧은 숙제로 지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고된 노동·장시간 운전,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장시간 운전으로 시댁에 가서 고생한 아내 못지않게 허리, 어깨 등 아프지 않은 곳이 없네요. 운전하는 게 쉬워 보여도 절대 쉽지 않아요. 몸은 몸대로, 정신은 정신대로 예민해진다니까요.” “평소보다 몸을 많이 움직여서 그런지, 몸에 무리가 오는 것 같아요. 특히 손목이나 허리, 어깨 등이 결리고 쑤시네요.”
⇒ 명절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듭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의외로 대비를 하지 않고 있죠. 그렇지만 사실 특별히 대비하기도 어려운 부분입니다. 명절을 맞이하기 전 그 이후를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거창한 명절 계획만 세울 것이 아니라 명절이 끝나면 어떻게 쉴 것인지 부부가 논의하여 본다면 그 해결책이 보일 것입니다. 시간적인 여유를 활용하여 둘이 함께 보내도 좋고 또 각자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명절은 좋은 풍습이고 즐거워해야 할 날이지만 누군가가 부담스러워하고 고통스러워한다면 문제가 있다. 유승호 교수는 “이를 예방하려면 사회가 변하듯 명절을 지내는 방식도 어느 한쪽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이전의 방식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간소하고 편한 환경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명절증후군이라는 말도 사라질 터.
자, 이번 추석에는 명절증후군을 향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릴 준비가 되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