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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당신도 혹시 악플러? 왜?

2007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가을호 68p

【건강다이제스트 | 백경미 기자】

【도움말 | 열린신경정신과 배경도 원장】

한동안 연예인들이 잇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자살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각종 매스컴에서는 ‘악플’이 그들의 자살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보도했다. 습관적으로 ‘악플’을 남겨 사람들을 잔인하게 난도질하는 악플러. 말로써 사람을 해치는 그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검은 방, 검은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온갖 욕설이 난무하고, 그 욕설로 인해 상처받는 또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방어하지 못한 채 그대로 벌거벗겨지고 만다. 그 대상이 이제는 연예인에서 일반인까지 넓혀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악플로 인해 참을 수 없는 수치와 모욕감을 느낀다. 최근에는 아프간 사태와 관련하여 악플러들의 무모한 행동들이 자칫 피랍자들의 생명마저 위태롭게 만들 뻔한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네티즌의 자정운동과 함께 악플에 대한 법적· 제도적 대책을 촉구하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인터넷 상의 댓글이 연령의 제한 없이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이뤄지고 있듯이, 악플도 사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열린신경정신과 배경도 원장은 “굳이 주된 연령층을 찾자면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이 일상생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지배를 받고 남들에 대한 배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10대와 20대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악플러들의 심리상태

정신분석학적으로 공격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따라서 모든 악플은 그 공격 본능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넓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악플이 쓰여지는 심리적 동기와 이유는 모두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심리상태 몇 가지를 배경도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내면의 상처

자기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데도 남의 불행한 일을 찾아다니며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게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심리적 동기는 그들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상처(심리적 외상)이다. 사람은 상처받은 만큼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끔 되어 있다.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상처들, 즉 부모 혹은 세상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해 받았던 상처들은 사회를 향한 원망과 증오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자기와 무관한 사람들에게조차도 무자비한 언어적 폭력을 쏟아내게 되는 것은 자신들 내면에 가해진 상처의 발로인 것이다.

▶공감능력의 부재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충분한 사랑을 받아왔던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중의 하나는 공감능력이다. 고통을 당하는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들과 같이 아파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과거에 그들 자신이 아파할 때 같이 아파하고 안아주었던 누군가가 있있던 사람들이다.

그런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결코 남의 아픔을 자기 아픔으로 느낄 만큼의 여유를 가질 수가 없다. 그럴 경우 남의 불행 앞에서 태연스럽게 저주에 가까운 말과 글을 뱉어낼 수 있는 것이다.

▶자기애自己愛의 손상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믿고 추구하는 신념이나 가치관이 있기 마련인데, 그와 대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상대를 깎아내리고 애써 폄하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신념이나 가치관은 사실 자아의 일부라고 볼 수 있으며, 그것들의 손상은 곧 자아가 침해당한 것으로 인식되어진다. 어떤 식으로든 자기가 더 가치 있다고 믿었던 것이 손상 받는 내적 경험을 할 경우에 그에 대한 반발작용으로서 상대를 향해 분노의 포화를 집중시키는 것이다.

▶두려움과 과장된 용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상황이나 사건들은 일정 부분 그것을 접하는 사람의 심리 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럴 때 생기는 불안이나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 감정들을 포용하거나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미성숙한 심리적 기제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익명성이라는 커튼 뒤에 숨어서 큰소리를 내는 과장된 용기 이면에는 상황을 적절히 다뤄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박탈감과 질투심

특히 연예인들을 상대로 하는 악플들에는 이와 같은 심리적 원인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들이 누리고 있는 부와 인기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은 특정 연예인들에게 닥친 불행한 사건들을 계기로 ‘쌤통이다’라는 식의 감정 분출이 되면서 악플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아도취형 악플러

악플은 반격을 불러오고 그것이 결국 또 다른 악플을 재생산하게 된다. 상대에게 치명상을 가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위의 악플이 요구되어진다. 그런 공수의 과정 속에서 어떤 악플러들은 스스로를 선봉장 혹은 대변인 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으며 마치 싸움을 즐기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이는 사실 내면에 자리 잡은 낮은 자존감과 열등의식의 반동형성에 지나지 않는다.

악플러, 치료 방법 과연 없나?

첫 번째로 아예 접근을 차단하는 방법이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거의 실시간으로 등장하는 뉴스들은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타이틀과 내용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코 객관적이거나 종합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내용만 보고 섣부른 감정반응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

배경도 원장은 “악성 댓글도 마찬가지”라면서 “악플러가 악플러를 양성합니다. 어떤 식의 악플이든 그걸 보면서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호기심이나 재미로라도 악플을 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당신도 악플러가 될 가능성은 커지기 시작합니다.”라고 당부한다.

이럴 때는 아예 무시하고 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자극적인 악플은 작성자의 인격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에 어떤 식으로든 휘말리게 된다면 동류로 전락할 수 있음을 명심하면서 선동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 다양한 관심사와 활동을 개발하는 방법이 있다.

인터넷 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원하든 원치 않든 인터넷 사용의 부작용에 노출되는 양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평균 인터넷 사용 시간을 줄여 나가면서 사이버 공간 이외의 장소들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 보는 것이 근본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배경도 원장은 “나와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조금 다르게 사는 것 같아도 비난하고 저주할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한다면 그만큼 내 마음의 지평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 그것이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요구되어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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