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문종환 건강칼럼니스트 】
유전자조작식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유전자재조합기술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는 대다수의 유전학자들은 미래 식량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생각하는 반면, 환경학자, 생태학자 등은 생태계를 교란하는 문제의 식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학계에서조차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유전자조작식품, 과연 안전할까?
[정의] 유전자조작식품이란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즉 ‘유전자가 조작된 유기체(대체로 농산물)’로 통상 GMO라고 부르며 이들 유전자조작농산물, 또는 이를 원료로 하여 제조한 식품을 통틀어 DMO식품(유전자조작식품 혹은 유전자변형식품)이라 한다.
한 생물의 유전자를 다른 생물의 유전자에 강제로 집어넣어 자연 고유의 유전자를 의도적으로 조작,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 조작은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문제다. 결론도 쉽게 날 것 같지 않다. 일부에서는 이윤창출만을 목적으로 생명의 고리를 끊은 인간의 오만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선미래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획기적인 기술이라 자평하며 소비자 설득에 나서고 있다.
과연 유전자조작식품이 생태계의 고리를 끊어 생명을 위협할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인가? 아니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인류를 구출할 수 있는 선善의 상징이 될 것인가?
식량난 해결 등 긍정적 효과 기대
GM식품을 찬성하는 측에서 가장 유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 식량난 해결이다. 작은 땅에서 많은 수확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값싸게 농산물을 공급해 가난한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미래 식품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찬성 요인 중 하나다. 이는 기존 작물에 비해 GM작물이 제초제나 해충에 대한 저항성이 훨씬 강함으로써 수확량 증산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생명조작은 인류 재앙이 될 수도…
그런 반면 유전자조작식품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생명조작은 인류에게 재앙을 초래할 것이며,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하고 있는 특정 집단의 오만과 독선은 자연생태계의 순환 고리를 끊어 지속가능한 농업, 건강한 농업을 말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두 주장을 놓고 보면 사실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속단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유전자조작식품의 개발 현황부터 알아보자.
지금까지 개발된 유전자조작농산물은 콩·옥수수·면화·카놀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사탕무·알팔파·감자·쌀·밀·멜론·라디치오·토마토·호박·파파야·아마 등도 그 수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것이 전 농산물로 확대될 때 전통농업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며 땅의 크기가 작은 나라는 식량 주권이 박탈당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물론 GM식품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성 문제임은 말할 것도 없다.
건강주권, 환경주권 확보에 비상
다큐멘터리 『킹 콘(King Corn), Ian Cheney & Curtis Ellis, 2007년』에서는 GM 옥수수 재배와 흐름을 추적했는데 정부보조금으로 GM옥수수를 심고 심은 옥수수에 ‘리버티’라는 제초제를 기계로 살포했다. 이 옥수수는 유전자가 조작된 것으로 이미 제초제 ‘리버티’에 저항성을 가지도록 개발된 것이었다.
따라서 GM 옥수수를 제외한 모든 녹색식물은 죽게 되고 GM 옥수수는 별다른 방해 없이 잘 성장하게 될 뿐만 아니라 빼곡히 심어도 그루당 소출에는 변화가 없으며 심은 양만큼 생산량은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1에이커에서 1만 파운드나 되는 GM 옥수수가 생산된다.
그러면 1만 파운드의 옥수수는 어떻게 처리될까? 55%(5500파운드)는 동물의 사료, 32%(3200파운드)는 수출되거나 에탄올 재료, 5%(500파운드)는 감미료(옥수수시럽 등), 기타(8%)로 사용된다.
이것은 GM작물이 소비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초제 내성이나 자체 독소 분비를 통한 해충 퇴치 등 사람의 손이 덜 가고 기계를 통한 대량재배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개발되는 이유가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GM식품에 대한 반응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주산지인 미국이나 캐나다 등은 GM식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핀란드나 독일 등 유럽에서는 프랑켄 푸드(Franken-Food)라 하여 매우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EU에서는 미국의 GM농산물 수입반대 운동이 확산되는 등 통상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유전자조작기술을 활용하여 재배·육성한 농·축·수산물 등을 원료로 하여 제조·가공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대해서 이를 표시하도록 하는 ‘유전자재조합식품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안전성 평가를 거친 것을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8년 6월 부터 우리나라에서 승인된 것은 콩·옥수수·면화·카놀라·알팔파·사탕무·감자의 7개 농산물을 재료로 한 54개 품목이다.
문제는 안전성! 부정적인 연구 결과 잇따라 곤혹
미국은 GM식품 안전성 검사에서 대체로 안전하다고 결론 내리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검사방법 등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절대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그린피스(국제 환경단체)의 GM 옥수수인 Mon863의 안전성 실험에서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이어 프랑스 깡(Caen)대학의 질레스 에릭 세랄리니(Gilles Eric Seralini) 교수 또한 GM 옥수수 Mon863 생체안전성 실험 결과를 통계적으로 재분석한 결과를 <환경오염과 독성학(Archives of Enviro nmental Contamination and Toxicology)>이란 학술잡지에 발표하였는데 “유전자변형 옥수수(Mon863)를 90일간 쥐에게 먹인 결과 간과 신장에 유독한 증세를 드러냈으며, 성별에 따라 체중의 차이도 나타났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처럼 안전성 평가에서 통과된 GM식품들이 왜 안전하지 않다는 결과들이 나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안전성 평가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데 그 이유는 안전성 심사가 개발사가 제출한 서류에 의존하는 점, 평가위원 다수가 GM 작물의 개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들의 이해관계가 안전성 평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실험적 결과를 예로 제시하지 않아도 GM 작물에 대한 반대 논거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GM 옥수수로 만든 고 과당 시럽의 70%는 콜라를 포함한 거의 모든 탄산음료의 감미료로 사용된다.
거대 음료회사와 패스트푸드의 원료로 사용되는 것이다. 패스트푸드(콜라, 햄버거, 감자튀김 등)는 정크푸드(Junk-Food, 쓰레기 음식으로 의역 가능)라 하여 비만과 당뇨를 비롯해, 대사이상을 초래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완전한 과학 자칫 인류 재앙 부를 수 있어
GM식품은 단지 하나의 문제로만 귀착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환경의 문제이며 우리 건강의 문제고 우리나라 식량주권의 문제다.
특히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GM 작물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우선 유전자 조작은 자연 질서를 거스르는 반자연적 행위로 암보다 더 무서운 질환을 야기할 수도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 하여 안전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과학자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세계 곳곳의 연구가들과 양심 있는 학자들은 GM식품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하고 이를 연구결과로 내놓고 있다.
그 결과 현재까지 면역계 이상 초래, 대사문제 발생, 장기나 조직의 손상, 유전자 이상 초래 가능성, 예측 불가능한 독성과 이로 인한 증상 유발 가능성, 항생제 내성 발생 가능성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서 그렇지 않다는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할 곳은 관련 식품회사, 식품검사를 담당하는 곳, GM식품을 장려하는 정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