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내과 박찬권 교수】
대부분 ‘감기’하면 ‘기침’을 떠올리고, ‘기침’하면 ‘감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감기로 인한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계속 기침을 한다면? 이미 기침으로 인한 합병증이 왔거나, 아니면 전혀 다른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 기침에 담겨 있는 비밀을 캐본다.
기침도 종류가 있다?
한두 번의 기침은 유독가스나 가래, 이물질 등을 밖으로 밀어내려는 자연적인 신체반응인 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주목해야 되는 것은 ‘3주를 넘은 기침’, 즉 ‘만성기침’이다.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기침이 3주를 넘기지는 않는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내과 박찬권 교수는 “급성기침은 보통 2주 이내에 사라지는데 만약 3주 이상 기침이 지속된다면 만성기침으로 분류한다.”며 “이때는 호흡기 외에 다른 장기 질환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콧물 넘길 때 콜록콜록하면 후비루 증후군
가장 흔한 만성기침의 원인이다. 후비루 증후군은 코와 목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점액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져 목 뒤로 끊임없이 넘어가 기관지를 자극해 기침을 유발한다. 목이 간질간질하고 목에 이물질이 걸려 있는 듯해 불쾌한 느낌이 든다. 주원인인 비염이나 축농증을 치료하면 함께 좋아진다. 이 경우 천식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대개 누워 있을 때 증상이 심해져 잠자는 동안 또는 이른 아침에 기침을 더 많이 한다. 술과 담배를 많이 하거나, 과로한 날 더 심해지기도 한다.
기침만 발작적으로 콜록콜록하면 천식
흔히들 천식이라고 하면 심하게 기침을 하면서 숨을 몰아쉬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특별한 증상 없이 단지 기침만 계속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기침 이형 천식’이라고 한다. 기관지가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나타나는 만성기침이다. 특히 환절기나 갑작스럽게 몸이 따뜻해지거나 추운 장소로 나왔을 때, 담배 연기나 꽃가루 등의 자극으로 마른 기침이 계속 된다. 천식 치료로 기침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신물이 넘어와 콜록콜록하면 역류성 식도염
만성기침의 흔한 원인 중 또 다른 하나다.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인후두를 자극해 기침이 나온다. 목이 쉬거나 간질간질한 느낌을 준다. 식도염의 대표 증상인 가슴쓰림, 속쓰림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이런 증상 없이 기침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여성보다 남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이는 흡연ㆍ음주와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취침 2시간 전에는 음식을 먹지 말고, 특히 오렌지주스처럼 신 음식, 카페인, 술 등은 피해야 한다.
가래 끓는 콜록콜록은 만성 기관지염
가래의 생성 자체가 기관지염을 의심할 수 있다. 가래(염증성 분비물)가 목이나 기관지 부위의 기침신경을 자극해 기침을 하는데, 이 경우 가래 끓는 기침이 나온다. 대개 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흡연을 하는 경우 발생한다. 경중의 차이는 있으나 흡연자의 경우 100% 만성 기관지염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듯 흡연에 의한 만성 기관지염도 있지만, 여러 가지 다른 질환일 가능성도 높다. 가래에 간혹 피가 섞여 나오거나 열이 난다면 기관지 확장증일 수도 있다. 호산구성 기관지염 역시 드물지만 만성기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관지 확장증과 호산구성 기관지염은 모두 흉부 X선 검사에서 특이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
고혈압 약을 먹고 콜록콜록하면 약물에 의한 기침
드물지만 혈압강하제로 사용되는 약들 중에 안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나 베타블로커제제는 기침을 유발할 수 있다.
마음이 아파서 콜록콜록하면 심인성 (습관성) 기침
적절한 검사를 해도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 드물지만 스트레스에 따른 심인성 기침일 수도 있다. 낮 동안 기침을 하다가 잠잘 때 멈추는 특징을 보인다.
폐암·폐결핵·폐렴의 원인일 수도
만성기침과 관련된 질환은 크게 흡연자와 비흡연자로 구분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흡연자에게서는 만성 기관지염이 가장 흔한 원인이고, 비흡연자에서는 후비루 증후군이나 기침 이형 천식, 역류성 식도염 등의 원인이 대부분이다.
또한 폐 실질에 이상을 일으키는 모든 폐질환에서 만성기침이 유발될 수 있으며 고령의 흡연자는 폐암을,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폐결핵의 가능성도 생각해야 된다.
박찬권 교수는 “특히 폐암의 경우 안타깝지만 특이 증상이 없어, 한참 악화된 후에야 오거나 건강검진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40대 이후 흡연자라면 꼭 정기검진을 받고, 이전과 기침의 양상이 달라졌거나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오거나 호흡곤란, 체중 감소 등을 보인다면 꼭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폐결핵도 폐암과 증상이 비슷하다는 점도 기억하자. 폐결핵은 미열과 식은땀 등이 나타나며 폐암보다 진행속도가 빠른 편이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특징들이 모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때문에 기침 자체가 오래 지속된다면 꼭 전문의를 찾아 검사 해보는 것을권한다.
면역력이 약한 60대 이상의 노인들은 폐렴 역시 주의해야 한다. 단순한 감기 증상에서 시작되지만 폐렴으로 발전할 경우 생명까지도 위협받는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1. 감기가 1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2. 호흡곤란이 나타날 경우
3. 가슴에 통증이 있는 경우
4. 미열과 함께 전신 쇠약감, 식욕저하 등이 나타날 경우
더불어 가족 중에 감기나 독감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더욱 위생수칙을 철저히 해 노인에게 전염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TIP. 기침 증상을 완화시키려면…
● 발작적으로 기침을 많이 할 경우 잠깐이라도 누우면 호흡량이 줄어 기침이 가라앉는다.
● 만성기침 환자의 경우 찬 공기가 기관지 수축을 유발해 기침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추운 날씨에는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
● 실내가 건조하면 호흡기 점막이 메말라 자극을 주므로 습도를 적당히 유지해 줘야 하며, 가습기를 사용할 경우 가습기 내부를 깨끗하게 청소해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 후비루 증후군은 건조할 경우 콧물이 끈끈해지기 때문에 물을 자주 마시고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 실내에 먼지나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청결에 신경 쓴다.
박찬권 교수는 현재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로 있으며, 대한내과학회,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 대한 폐암학회, 대한 중환자의학회, 호흡부전연구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