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프라나이비인후과 안철민 원장】
어릴 때부터 뉴스 앵커를 꿈꿔온 20대 여성 이 씨는 남자같이 허스키한 목소리가 자꾸 신경 쓰인다. 주변 사람들도 이 씨가 목소리 때문에 아나운서 시험에 떨어질 거라고 걱정한다. 실력이 아닌 목소리 때문에 아나운서의 꿈을 포기하긴 좀 억울한 생각이 든다. 할 수만 있다면 돈을 내고 예쁜 목소리를 사서라도 아나운서 시험에 꼭 붙고 싶다는 이 씨. 이 씨뿐만이 아니라 쉰 목소리, 시도 때도 없이 떨리는 목소리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목소리가 이상한 것이 뭐 그리 대수냐.’라고 하지만 직업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 목소리가 얼마나 자신을 난처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말하는 것이 고역이라고 입을 모으는 비호감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 그들의 목소리를 호감형으로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
비호감 목소리는 타고 나지 않는다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하거나 울고 있는 신생아 목소리를 떠올려보자. 앙증맞은 목소리를 내는 아기들에겐 쉰 목소리나 떨리는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다. 프라나이비인후과 안철민 원장은 “태어날 때부터 쉰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목소리가 떨리는 사람도 없다.”고 말한다.
골룸 굿바이~ 쉰 목소리 탈출법
쉰 목소리가 나는 이유는 성대에 문제가 있거나 발성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성대에 골이 생긴 성대구증, 성대 점막이 두꺼워지는 성대 결절, 성대에 물혹이 생기는 성대 폴립 같은 질환이 있으면 듣기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 어렵다. 이러한 질환들은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오랫동안 계속된 잘못된 발성 습관으로 생긴다.
쉰 목소리가 나도 원래 쉰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나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안철민 원장은 “음성질환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그냥 내버려두면 고쳐지지 않거나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쉰 목소리를 바꾸려면 원인 질환을 치료하고 발성 습관을 교정하는 훈련을 함께 해야 한다. 발성 훈련, 보톡스 등 약물치료 등을 병행하는 치료를 10회 정도 받으면 대부분 목소리가 좋아진다. 정도에 따라 성대에 생긴 결절과 폴립을 떼어내는 수술을 할 수도 있지만 수술 후에 올바른 발성법을 유지하지 않으면 다시 재발하기 쉽다.
염소 소리 굿바이~ 떨리는 목소리 탈출법
떨리는 목소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주로 20~30대 여성에게 잘 나타난다. 긴장하거나 불안하면 교감신경이 자극돼 목소리까지 떨린다. 이를 근 긴장성 발성질환이라고 한다. 긴장하지 않아도 일상적으로 목소리가 떨린다면 뇌신경이 잘못된 신호를 보내 발성기관이 비정상적인 목소리를 내는 연축성 발성질환일 수도 있다.
떨리는 목소리도 쉰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발성법을 교정하고 보톡스 같은 주사를 맞아서 근육을 풀어주는 치료 등을 받을 수 있다. 쉰 목소리만큼 치료가 잘되지 않고 재발도 잘해서 아직은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분야다. 그러나 낙담하긴 이르다. 안철민 원장은 “떨리는 목소리도 당뇨나 고혈압처럼 적극적으로 관리를 하고 치료를 지속적으로 한다면 불편한 점을 못 느끼고 평생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갑자기 목소리가 변한다면?
특정한 질환에 걸려도 갑자기 목소리가 변할 수도 있다. 가장 흔한 것이 후두염이다. 후두에 염증이 생기면 가래가 끓는 목소리가 난다. 축농증이나 비염 등에 걸리면 코에 있던 분비물이 목으로 넘어와서 성대에 염증을 만들 수도 있다. 위산이 역류해 성대를 자극해도 목소리가 변한다. 따라서 좋은 목소리를 유지하려면 이런 질환을 미리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바마처럼~매력적인 목소리 만드는 법
목소리도 얼굴처럼 자신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매력적인 목소리로 미국인의 귀를 사로잡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봐도 알 수 있다.
이젠 목소리도 관리해야 하는 시대다. 제2의 얼굴, 목소리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먼저 성대를 튼튼하고 건강하게 지켜야 한다.
성대는 물을 좋아해~
성대는 접촉을 해서 소리가 나는 곳이기 때문에 늘 촉촉해야 한다. 물을 자주 마셔서 성대가 건조해지는 것을 예방한다.
목소리에도 준비운동, 정리운동이 있다!
안철민 원장은 “목소리를 내는 것도 근육을 쓰는 것과 같이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와 밤에 잠자기 직전 편안한 목소리로 신문이나 책을 10~20분 정도 읽는다. 특히 발표나 강연이 있어서 말을 많이 해야 한다면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꼭 하자.
시끄러운 곳에서는 쉿!
비행기 안, 달리는 지하철 안 등 소음이 심한 곳에서 말을 하면 자연히 목소리가 커져서 성대에 무리를 준다. 이런 곳에서는 조용히 있는 것이 성대에 좋다.
카페인 음료 자제!
카페인은 혈관을 확장시켜서 성대를 붓게 한다. 발표를 앞두고 녹차, 홍차 등을 마시는 것보다는 생수, 주스를 마시는 것이 좋다. 술과 담배도 성대를 자극하므로 주의한다.
성대는 사막을 싫어해~
건조한 곳에 있으면 성대도 건조해져서 거친 목소리가 나기 쉽다. 너무 오랫동안 에어컨을 켜고 있지 말고, 방 안이 건조할 때는 젖은 수건을 널거나 가습기를 켠다.
안철민 원장은 프라나이비인후과 에서 비수술 음성교정을 전문으로 진료중이다. 네이버 지식인 이비인후과 상담의로 활동하며 목소리 상담을 하고 있다. 저서 <목소리가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