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이홍재언어기억연구소 이홍재 소장(전 고려대 지혜과학연구센터 교수)】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학생이나 학부형이나 초미의 관심사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성적 쑥쑥 올리는 공부법은 따로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대체할 만한 것은 없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여기에 기교를 더하면 보다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일단 공부에 재미를 느끼면 그때부터는 천하무적이다. 재미있는 공부를 안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공부에 재미를 더해 성적을 쑥쑥 올리는 방법, 소개한다.
노래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 쏙~쏙~랩 공부법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요즘 부모 세대들이 한국사를 배울 때 외웠던 조선왕조 500년의 계보다. 27명의 조선 임금의 이름에 일정한 멜로디와 리듬을 붙여 암기했는데 부모가 된 지금까지도 대개는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처럼 어떤 멜로디나 리듬에 또는 좋아하는 노래 멜로디에 자신이 암기하고 싶은 내용을 가사로 붙여 공부하는 방법이 바로 ‘랩 공부법’이다. 암기할 내용이 많은 과목에 활용하면 좋은 암기법이라고 한다.
암기할 것이 많은 과목을 꼽으라고 하면 한국사가 빠지지 않는다. 요즘은 한국사가 학생만 공부하는 과목이 아니다. 수능은 물론 공무원과 교원 임용시험, 각 기업의 신규 채용이나 승진에서도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자격증 등 한국사 능력이 필수적인 평가 요소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정태세문단세처럼 한국사의 중요한 내용을 노래로 외울 수 있다면 한국사 공부가 훨씬 쉽지 않을까?’ 한국사를 공부할 때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외울 것이 많은 한국사를 랩으로 암기하도록 강의하는 강사가 있다. 바로 쌤에듀케이션 <한국사의 달인>에서 한국사를 강의하는 이재령 강사다.
독특한 랩 공부법이 입소문이 나고 화제가 되면서 다수 방송매체에서 이색 공부법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재령 강사는 “나 역시 학창시절에 역사적 내용에 멜로디를 붙여 공부했다. 이것을 좀 더 발전시켜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한국사와 접목하면 지루하고 딱딱한 한국사가 재미있는 한국사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랩으로 한국사를 가르치게 되었다.”고 말한다.
즐겨듣던 노래의 멜로디만 들어도 가사가 저절로 나오듯이 랩 공부법을 활용하면 단순한 시험공부가 아닌 평생 기억이 된다고 덧붙인다.
동네에 몇 개씩 노래방이 있고, TV를 켜면 노래 대결 프로가 넘쳐난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사와 노래를 접목한 랩 공부법이 실제로 큰 효과도 있다고 한다. 한국사에 관심이 없던 우승완(18) 학생은 노래와 랩을 통해 꾸준히 1등급을 받고 있고, 영어 임용시험 준비로 한국사 자격증이 단시간에 필요했던 이미지(29) 씨는 2주간 공부로 시험에 합격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랩 공부법은 어떻게 하는 걸까?
● 좋아하는 노래 멜로디에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노랫말로 만들어 암기한다.
● 노랫말로 많은 내용을 넣기보다 시대별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과 관계에 맞추어 핵심 내용 위주로 넣는다.
● 모르는 역사 용어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 용어의 뜻을 먼저 공부해서 이해한 후 노랫말로 만들어 암기한다.
이재령 강사는 “역사는 인과 관계를 통해 그 시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는지 이해하는 학문”이라며 “즐겨듣는 랩이나 노래를 통해 주요 사건 등을 거부감 없이 암기하고 공부해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문가의 어드바이스
유아용 도서들은 율동이나 노래로 되어 있는 것들이 많다. 리듬이 공부할 내용을 이끌어 가면 공부가 지루하다는 아이들도 공부할 내용을 즐겁게 따라 한다.
이처럼 공부할 내용을 노래로 만들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려대 지혜과학연구센터 교수를 지낸 이홍재언어기억연구소 이홍재 소장은 “어릴 적 들었던 노래가 어른이 돼서도 기억이 나듯이 운율과 노래는 기억을 우수하게 한다.”며 “기억해야 할 내용의 핵심어 몇 개를 끄집어내어 그 핵심어를 랩으로 엮어가면 기억할 내용을 떠오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노래를 만드는 데 소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것 자체가 부담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능은 시각 지능, 청각 지능, 운동 지능, 음악 지능 등으로 구분된다. 음악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에게는 노래를 이용한 암기법이 도움될 것이다. 이홍재 소장은 “기억을 돕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의 하나가 랩이다. 이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지능 성향을 잘 알고 그 성향에 맞는 학습법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배우고 가르치며 시끌시끌 공부하는 하브루타 공부법
짝을 지어 질문하고 토론하는 것이 ‘하브루타 공부법’이다. 유태인의 공부법으로 유명한 공부법이기도 하다. 이것을 야간자율학습에 적용해 학습효과를 크게 향상시킨 곳이 있다. 바로 대구의 도원고등학교다. 도원고의 ‘말하는 공부방’에서는 학생 2명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같은 과목, 같은 단원을 서로에게 설명하거나 토론하며 시끄럽게 공부한다.
‘말하는 공부방’ 운영을 제안하고 계획한 인문사회부장 문웅열 교사는 “이 공부법은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다른 친구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공부한 내용이 훨씬 더 구조화, 체계화되어 학습의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메타 인지를 이용한 학습 방식을 적용한 것”이라고 말한다.
학업 성취도가 높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메타 인지 능력이 발달해 있다. 이것은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파악이 가능하면 자신이 모르는 부분에 대한 보완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업 성취도가 더욱 향상될 수 있는데, 이 메타 인지를 확인하는 방식이 바로 ‘설명하기’이다.
‘말하는 공부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권준환 학생(2학년)은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혼자서 공부하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잠이 오기만 하는데, ‘말하는 공부방’에서는 친구와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공부하기 때문에 잠이 전혀 오지 않는다.”며 “특히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은 알고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모르는 부분이란 증거이기에 그 부분을 다시 보완할 수 있어 공부에 아주 효과적인 것 같다.”고 말한다. 현재 도원고에서는 ‘말하는 공부방’을 확대할 계획이며, 또한 주변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도 ‘말하는 공부방’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전문가의 어드바이스
“말할 수 있으면 아는 것이다. 말할 수 없으면 안다고 할 수 없다.” 유대인들은 질문하고 대화하면서 시끄럽게 공부한다. 우리나라 도서관 풍경과는 대조적이다. 하브루타 공부법에 관해 이홍재 소장은 “설명하면서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게 되고, 좋은 아이디어나 새로운 사실을 나누면서 지식이 성장해 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지식이 어느 정도 축적될 때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길 원할 경우 억지로 설명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홍재 소장은 “외향적이라면 대화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내향적이라면 학습할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후 의견을 교환할 때에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홍재 소장은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언어, 인지, 생리 심리학 등 3가지 분야를 전공한 국내 유일의 심리학 박사로 고려대, 서울대 인지과학 대학원 등에서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생리심리학 등을 가르쳤으며, 삼성서울병원 삼성생명과학연구소에서 뇌과학을 연구하였다. 고려대 지혜과학연구센터 연구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이홍재언어기억연구소 소장으로 과학이론에 근거한 기억술 연구를 진행하면서 기억법을 모든 학습 자료에 적용·활용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