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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의 비밀] 억울한 밀가루 ‘선택’이 중요하다

2015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112p

【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의 거의 대부분에 밀가루가 들어간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는 사회 분위기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서구식 밥상으로 옮겨진 후 습관적으로 밀가루 음식과 육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는데 밀가루의 경우 햄버거, 피자, 빵, 라면, 과자, 만두 등의 주재료로 그 소비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밀가루 음식 범람시대, 과연 우리 건강에는 어떨까?

흰 밀가루의 숨은 함정

달콤한 빵을 만들고, 얼큰한 칼국수도 만들 수 있는 것! 밀가루다. 그런데 지금 밀가루에 대해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실제로 밀가루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먼저 통상 흰쌀과 마찬가지로 정제(흰) 밀가루는 다양한 미네랄과 활성물질이 포함된 표피를 전부 제거한 후 제분한다. 이때 대부분의 필수영양물질은 표피와 함께 제거되는데 실험결과에 따르면 인과 아연은 1/3, 칼슘은 1/2로 줄어들었다.

이것이 우리가 흰 쌀 대신에 현미, 정제 밀가루 대신 통밀로 건강밥상을 채우라고 강조하는 근거가 된다. 쌀의 경우 밀가루보다 더 심해 백미로 가공했을 때는 우리 몸에 이롭게 작용하는 영양물질의 95%가 왕겨·쌀겨와 함께 사라진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우리의 밥상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자. 결국 어떤 것을 먹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이다.

살충제와 살균제 범벅인 수입 밀가루

수입 밀가루가 살충제와 살균제에 오염이 돼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에서 밀가루를 구입할 때는 이것을 망각한다. 국산의 착한 밀가루를 찾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찾는다 해도 가격이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 카터에 담기는 것은 결국 수입 밀가루다. 이때는 자기에게 더 관대해진다. ‘설마 못 먹을 식품을 팔겠어.’라고. 그런데 가능하면 먹어서는 안 될 식품이다. 그 내용을 면밀히 관찰해 보면 이 사실은 더욱더 뚜렷해진다.

수입 밀가루의 작기는 봄에 파종하여 가을에 수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사를 지어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겠지만 이때는 병해충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 잡초도 무성히 자라 밀의 성장에 지장을 준다. 이 때문에 수입 밀은 재배 시부터 살충제, 살균제, 제초제가 사용된다.

게다가 수확 후 유통과정에서도 살균제와 살충제가 다량 사용되고 있다. 살균제로는 구아자닌, 디페노코나졸, 카벤다짐이 주로 사용되고 벌레나 알을 죽이는 살충제는 메치오카브, 벤디오카브 등이 사용된다. 물론 허용기준치가 모두 정해져 있다.

그런데 그 허용기준치라는 게 애매모호하다. 우리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허용기준치가 아니라 선진 강대국의 압력이 어느 정도 작용한 허용기준치로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이것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느냐 아니냐는 차후의 문제다. 1993년 목포와 부산에 들어온 미국·호주산 수입 밀에서 우리나라 허용 기준치의 132배에 달하는 농약이 검출되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도 클레임, 즉 반송할 수 없는 불평등 계약이 맺어져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이것이 가공되면 어떻게 될까? 가공된 밀가루는 국수나 빵, 과자의 주재료로 사용된다. 라면이나 피자, 햄버거 등에도 사용된다. 일본에서는 밀가루와 부침가루에서 살충제인 ‘레르단’이 검출돼 파문이 일었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 밀가루의 독성을 나타내주는 실험도 공중파를 탔던 적이 있다. 결론은 이것이다. “수입 흰 밀가루 속에 벌레를 집어넣으면 얼마 안 돼서 죽는다. 그리고 이 밀가루는 10년이 지나도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우리 밀을 살리자

수입 밀과 우리 밀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싼 가격으로 이미 우리나라 밀 시장을 모두 점령해버리긴 했으나 지금부터라도 우리 밀을 살려야 한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건강한 식재료가 아닌 수입 밀이 우리 밥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 우리의 건강권은 찾을 수 없다.

재배기간 동안 그리고 유통기간 동안 부패를 방지하고 세균, 곰팡이, 벌레들로부터 밀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살균제와 살충제가 우리 몸을 병들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봄에 파종해서 가을에 수확하는 수입 밀은 병해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반면 우리 밀은 어떤가? 우리 밀은 가을에 파종한다. 당연 병해충도 없다. 싹을 틔워 추운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수확한다. 병해충에 대한 피해가 없는 시기다. 당연 살충제나 살균제, 제초제가 필요하지 않다. 싹을 틔운 상태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기에 그 생명력도 수입밀과는 비교할 수 없다.

기능적인 면에서도 수입 밀보다 월등히 앞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핵심적인 문제는 가격이다. 사실 우리 밀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다. 대규모 영농을 하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과는 사실상 가격경쟁을 할 수 없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살리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적어도 식품, 즉 농산물을 살 때만은 가격으로 결정하지 말자. 건강과 행복에 있어서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안전한 농산물의 구매는 사랑하는 내 가족의 생명에 영향을 미침을 인식하자.

농약뿐만 아니라 화학첨가물도 문제

원료가 되는 밀가루에 독이 있으니 10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벌레가 생기지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벌레를 집어 넣어두면 금방 죽어버리는 참사가 생기는 이외에 예쁜 색깔과 쫄깃한 면발을 연출하기 위한 제조업체의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때 첨가되는 것이 색소를 포함한 다양한 화학첨가물이다. 오랜 기간 보존이 되어야 하므로 보존제와 방부제는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칼럼에 ‘벌레 먹은 채소가 좋다.’는 주제로 글을 쓴 일이 있다. 벌레가 먹으면 죽는 채소, 벌레가 들어가면 죽는 밀가루는 물론 벌레가 먹지 않는 채소, 벌레가 생기지 않는 밀가루 역시 우리 몸에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싸다고 이런 채소, 이런 밀가루를 먹어서 되겠는가? 내 사랑하는 아들·딸, 그리고 아내와 남편,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벌레도 먹지 않는 채소와 밀가루를 먹게 하겠는가?

진실로 반성해야 할 때다. 가격에 의해 좋은 채소, 곡물이 모두 사라진다면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모든 것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고 착한 농사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건강과 행복의 받침대 역할을 할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해 주는 생산자(주로 농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들, 즉 농부의 마음과 몸이 건강하고 아름다울 때 건강한 채소와 곡류들이 우리 밥상에 올라오게 될 것이다. 내 몸을 위한 진정한 봉사가 나와 내 가족의 행복을 결정짓는다. 내 몸을 위한 봉사는 싸구려 농산물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착한 농산물을 선택하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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