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
파라벤 치약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발암치약, 독약치약이라는 원색적인 문구까지 등장하면서 우리를 경악시키고 있다. 그러나 사실을 알고 보면 치약 속의 파라벤 논란은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 생활 곳곳에 수많은 화학물질이 범람하면서 우리는 날마다 알게 모르게 그 독성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숨겨진 민낯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치약만 그럴까?
어느 강의실에서 교육을 받고 있던 김현식(가명) 씨는 하루 3번의 양치질을 한다고 했다. 우연히 치아에 관한 대화를 하면서 나온 말이다. 특히 김 씨는 항균작용이 높다는 치약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도중 가지고 나온 치약에 관한 이야기가 인쇄와 전파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치약에 함유된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이 발암물질이라는 것이다. 파라벤은 방부제, 트리클로산은 항균제로 치약에 포함된 물질이다.
잠시 우리 주위를 한 번 둘러보자. 금주와 금연은 강조하면서도 상대적으로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참으로 관대함을 볼 수 있다. 치약은 물론이고 주방세제, 샴푸, 화장품 등에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들에 대해서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치약이나 주방세제, 세탁세제, 샴푸 등 거품을 유발하는 물질, 그래서 깨끗하게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물질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SLS(황산나트륨염-계면활성제), 형광표백제가 대표적인 물질이다. 그 가운데 계면활성제는 그 종류가 매우 많다. 농약 제조 시에도 계면활성제가 들어가고 화장품 제조 시에도 계면활성제가 포함된다. 계면활성제의 유해성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표백제 또한 유해물질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치약의 또 다른 유해성
치약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일반적으로 치약을 구성하고 있는 주성분으로는 SLS(세정과 거품을 일으키는 계면활성제), 문제로 지적된 파라벤(방부제)과 트리클로산(항균제), 감미료(스테비오사이드), 사카린, 점도를 높이기 위한 카나긴산, 인공색소 등이다.
치약에 포함된 이들 성분 중 어느 하나라도 안전한 물질이 없다. SLS는 발암물질로 의심받고 있으며, 구강염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세포막을 녹여 위장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하며 백혈구를 파괴하여 면역력 저하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암 등을 유발할 수 있어 홍콩을 비롯해 유럽연합과 캐나다, 싱가포르 등지에서 식품첨가물로 사용이 금지된 감미료인 스테비오사이드, 역시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카라긴산, 그리고 유해성 논란에서 비껴갈 수 없는 색소와 사카린이 있다.
물질 하나하나를 분석해 보면 과연 이것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합성화학물질 옹호론자들 믿어도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과학자들은 말한다. 합성화학물질이라고 해서 모두 유해물질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유해성이 있는 물질이라도 적정량을 잘 활용하면 생활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고 말이다.
앞에 설명한 치약 주성분의 유해성은 모두 동물실험 결과를 가지고 추정 결론을 내린 자료들일 것이다. 덧붙여 이들 물질들이 인체에 어떤 유해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거는 없다.
따라서 다수의 과학자들은 치약 속의 물질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근거는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말이다. 유해하다는 주장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즉 100% 안전하다고 하는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은 아닐까? 그 데이터는 당연히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해야 할 일이다.
비누에서 화장품까지~ 알고 보면 점입가경
치약 속의 유해물질은 빙산의 일각! 일반 회사원의 하루 일과를 따라가 보자. 직장인 박연희 씨는 아침에 일어나 항균치약으로 대충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한다. 화장대 앞에 앉아 스킨로션과 영양크림 등으로 화장을 하고 옷을 챙겨 입고 향수를 뿌린다. 승용차에 탄 후에는 악취제거용 방향제를 뿌리고 회사에 도착해서는 일회용 종이컵에 모닝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책상 앞에 앉는다. 물티슈로 책상을 간단히 닦아내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두 번째 양치질을 한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는 폼 클렌징으로 화장을 닦아내고 세 번째 양치질을 한 다음 간단히 바디샴푸로 샤워를 하고 하루 일과를 종료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제품들을 보자. 치약, 화장품(스킨로션과 영양크림, 기타), 향수, 방향제, 일회용 종이컵, 물티슈, 바디샴푸가 있다. 이들 제품 중 상당수가 건강에 위협적인 요소가 있다. 유해성 논란이 많은 합성화학물질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파라벤이나 트리클로산은 수천 가지의 화학물질 중 하나일 뿐이다. 많은 제품들의 구성 물질을 분석해 보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몇 안 됨을 알게 될 것이다.
유해 화학물질의 경우 제품에 함량 기준치를 마련해 놓고 있으나 유해 가능성이 있는 물질에 대한 관리 기준은 없는 경우가 많고, 외국의 사례를 통한 유해성 추정이 있는 경우 유해성 논란으로 번져 사회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트리클로산이라는 물질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위해 사용되는 화장품들! 수천 가지의 화장품들 중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화장품 사용으로 아름다움과 함께 건강을 지켜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건강한 치아와 깨끗한 치아를 위해 사용되는 치약! 그런데 그 치약이 정작 치아를 망치게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천연이라고 해서 100% 안전한 것은 아닐 테지만 적어도 화학물질 덩어리로 구성된 제품보다는 낫지 않을까?
천일염을 구워, 미세하게 가루 내어 치약 대용으로 사용한다면 보다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신선한 채소즙으로 얼굴팩을 하고 순수 천연로션을 피부에 바른다면 피부가 숨을 쉬면서 건강하지 않을까? 문득 야생에서 생활하는 원시인의 치아를 보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저 사람들은 치약으로 양치질을 하지 않을 텐데 어떻게 저렇게 치아가 깨끗하고 예쁠까? 그것은 그 지역에서 나고 그들이 즐겨 먹는 식물에 답이 있었다.
조금 불편하게 살자
우리들의 생활은 편리해질 대로 편리해졌다. 그 편리함 뒤에는 수많은 화학물질들의 힘이 가장 크다고 본다. 더 이상 불편함을 못 견뎌하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주위를 온통 화학물질로 가득 채웠다.
그것들을 걷어내야만 우리는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 화학물질의 위험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한 우리는 늘 긴장해야 하며, 언제 어떤 죽음의 데이터가 우리 앞에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친환경, 유기농이라고 떠들어 대지만 정작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화학물질들을 하나씩 걷어내는 일이다.
“암의 90%가 화학물질이 원인이다.”라고 주장한 어느 의학자의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