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피부과 박현정 교수】
방학이나 휴가 이후 연예인처럼 깨끗하고 맑은, 탐나는 피부로 나타나는 친구나 동료들이 있다. 잡티 하나 없는 건 물론 탱탱한 탄력까지 느껴지는 피부 때문에 한층 더 어려 보이고 귀티까지 나 보여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그들을 변화시킨 마법의 비결은 바로 ‘레이저 시술’. 그들과 같은 환상적인 효과를 얻고자 레이저 시술을 받아보지만, 기대와 달리 피부는 오히려 더 칙칙해지고, 울긋불긋 흉터는 사리질 기미가 안 보인다. 이렇듯 같은 시술일지라도 효능은 제각각인 레이저 시술. 그래서 그 효능에 대해 의견도 분분한데…. 레이저 시술의 효능과 한계는 무엇인지 짚어보자.
PART 1. 기적의 빛 레이저 피부 미용의 꽃으로~
기적의 빛이라 불리는 레이저(Laser, Light Ampl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17년 아인슈타인의 양자이론을 근거로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레이저 사용에 최초로 성공한 것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이다.
피부과에서 사용하는 레이저들은 1960~1970년대에 개발된 것으로 그 역사가 60년도 채 되지 않지만, 레이저는 다양한 피부질환 치료에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뛰어난 효능을 발휘하고 있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피부과 박현정 교수는 “레이저는 혈관질환(붉은 딸기종, 혈관종 등), 색소 질환(점, 오타반점(눈 주위의 멍이 든 것처럼 푸르스름한 반점)), 박피, 제모에 사용되며, 최근에는 레이저 치료의 영역이 넓어져서 지루각화증(검버섯), 건선, 여드름, 백반증, 흉터, 주름, 노화 치료에도 레이저를 활용해서 치료한다.”고 말한다.
집중된 빛으로 피부 손상 Down↓ 회복력 Up↑
레이저의 가장 큰 특성은 고용량의 빛으로 치료하고자 하는 부위만을 집중적으로 치료한다는 점이다. 박현정 교수는 “레이저가 투여되면 주변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고 필요한 부분, 즉 혈관질환이면 혈관만, 색소 질환이면 색소만 치료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좋고, 주변 손상도 적어 피부가 빨리 회복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레이저 빛을 피부에 쪼이면 그 빛은 열에너지로 변환돼 피부조직에 흡수되고, 이 열로 인해 피부는 다시 정상 상태로 돌아온다. 레이저 파장, 흡수물질의 성질, 레이저 빛의 강도, 노출시간 등에 따라 피부에 작용하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레이저의 이런 성질을 이용해 여러 질환에 사용하고 있다.
PART 2. 다양한 사례로 드러난 레이저 시술의 한계
레이저 시술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흉터와 색소 침착이다.
박현정 교수는 “같은 레이저를 사용하더라도 개인의 피부 차이, 즉 멜라닌 색소나 피부의 특성이 다르기에 결과도 다르다.”고 말한다. 피부는 인종에 따라 1형(백인)에서 6형(흑인)으로 나뉘는데 피부가 검을수록 흉터, 색소 침착, 켈로이드(불주사 자국과 같은 흉터)가 잘 생긴다. 동양인 피부는 3형에서 5형에 속하며 5형에 가까울수록 레이저 시술 시 주의가 필요하다.
CASE 1. 기미 치료 후 더 짙은 색소 침착
잦은 야외활동으로 얼굴에 기미가 생긴 경우, 햇볕을 매일 쬐던 상태에서 레이저 시술을 받으면? 더 까매진다!
레이저 전후에 햇볕 차단을 해서 멜라닌을 진정시킨 다음에 치료해야 한다. 박현정 교수는 “햇볕을 많이 받아서 멜라닌이 활성화가 되어 있는 상태에 레이저 치료를 하면 새로운 색소가 생기거나 기존의 색소 침착이 진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CASE 2. 기미 치료 후 화상
기미 치료로는 화상이 잘 안 생기지만 레이저의 파워를 너무 세게 했거나 레이저 시술 전에 팩이나 스크럽을 심하게 한 상태에서 레이저 시술을 받으면 부작용이 생긴다. 팩이나 스크럽으로 이미 피부가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레이저를 하면 그 반응이 더 세게 나오기 때문에 화상이 생길 수 있다.
단시간에 레이저 시술의 효과를 보기 위해 한 번에 너무 강한 시술은 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시술 전에 전문의에게 자신의 피부 상태를 상세히 알린다.
CASE 3. 점을 뺀 후 피부가 깊이 파임
점을 빼고 났더니 피부가 깊이 파인 경우 역시 매우 심하게 레이저 치료를 했을 때 생긴다. 처음부터 너무 깊이 깎아내면 피부가 올라오지 않아 점보다 더 흉해질 수 있다. 몇 차례 더 시술을 받는 번거로움이 있더라도 한 번에 깊이 깎아내지 않도록 한다.
CASE 4. 주름 제거 후 짙은 색소 침착
프락셀 레이저 등으로 주름 제거 시술을 할 때 레이저 시술 깊이나 밀도에 따라 색소 침착이나 흉터가 생길 수 있다.
주름 제거 때에도 주름만이 아니라 색소 침착의 여부도 감안해서 시술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점에 관해 전문의와 시술 전에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
CASE 5. 다리 제모 후 제모 부분에 색소 침착
다리 제모로 털은 제거했는데 털이 나 있던 곳에 색소 침착이 생겨 거뭇거뭇해진 경우이다. 선탠으로 멜라닌 색소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레이저 시술을 받으면 색소가 바로 올라와 색소 침착이 발생한다.
레이저 시술 전에 햇볕이나 선탠 등으로 멜라닌 색소를 활성화하면 색소 침착이 일어나므로 활성화된 멜라닌 색소가 진정된 후에 시술을 받도록 한다.
레이저 시술의 한계로 기계적인 한계와 치료상의 한계를 들 수 있겠다. 60여 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레이저는 지금도 한창 개발 중이며, 앞으로 색소 침착이나 흉터가 덜 생기면서 더 적은 횟수로 치료할 수 있는, 기계적인 부작용이 적은 레이저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레이저시술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피부질환 치료에서 레이저 이상의 효능을 가진 것은 아직 없다. 따라서 치료상의 한계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전문의는 숙련된 기술과 경험, 그리고 충분한 문진을 통해 환자의 피부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환자는 자신의 피부 상태를 상세히 전문의에게 알려 충분한 정보로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도록 하고, 한 번 시술로 완벽한 피부를 얻을 것이라는 환상과 조급함을 버리고 여유 있게 치료에 임함으로써 치료상의 한계를 줄여가자.
PART 3. 레이저 시술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1. 레이저 시술은 ‘매직’이 아니다. 한 번에 백설공주 같은 피부를 갖게 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자. 강하게 한 방보다는 약하게 여러 번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2. 나의 피부는 타인의 피부와 다르다. 같은 의사가 같은 레이저로 같은 시술을 해도 개인마다 그 결과는 다르다. 바로 각 개인의 피부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남이 했던 치료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하자.
3. 자신의 피부 상태를 시시콜콜히 알리자. 레이저 시술 전에 전문의에게 자신의 피부와 관련한 내용(선탠, 스크럽, 팩, 햇볕 노출 정도 등)을 상세히 알려 정확한 치료가 이뤄지도록 한다.
4. 가능한 한 피부과 전문의에게 시술받는다. 피부 상태에 관한 정확한 판단과 숙련된 기술과 경험으로 부작용 발생을 낮출 수 있다.
5. 레이저 시술 전후 2주간은 햇볕을 차단한다. 시술 후 트러블이 생겼을 때 바로 병원을 찾아 색소 침착이나 흉터를 예방한다.
박현정 교수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대한피부학회 산하 대한여드름연구회, 대한코스메틱피부과학회, 화장품 연구회 임원으로 활동하였고, 세계피부과학회 Young Dermatologist International Achievement Awards(2007)와 대한피부과학회 동아학술상(2009)을 수상하였다. 현재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피부과 정교수, 과장으로 피부미용, 모발, 여드름, 아토피피부염, 건선 알레르기, 색소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