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최명기 원장】
소비자 불만제로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만제로인 가게에서 일하는 주인의 마음은 어떨까? 주인은 불만제로가 홍보가 되어서 손님이 늘면 불만이 줄어들지 모른다. 그런데 종업원의 마음은 어떨까? 앞에서는 말을 하지 않지만 불만제로는 아닐 것이다. 소비자, 가게주인, 종업원 모두 불만제로인 가게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내 불만을 줄이기 위해서 남의 불만이 커지는 경우도 있고, 남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서 내 불만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다. 학벌이 좋으면 용모가 불만이다. 용모가 좋으면 돈이 없어 불만이다. 돈은 많아도 자식이 공부를 못해서 불만이다. 자식은 공부를 잘하는데 아내와 사이가 나빠서 불만이다. 아내와 사이가 좋은데 부모와 사이가 나빠서 불만이다. 부모와 사이는 좋은데 부모님이 아파서 불만이다. 찾으면 끝없이 눈에 띄는 것이 불만이다. 이렇게 불만 가득한 삶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열등감을 버려라
경영학에는 “고객만족=고객의 경험치-고객의 기대치”라는 공식이 있다. 즉 고객만족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고객의 경험치를 올리거나 고객의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고객의 경험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식당이면 맛있는 음식을, 공장이면 우수한 제품을 제공해서 고객이 좋은 경험을 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친절하게 하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고객의 기대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으면 만족시킬 수 없다. 흔히 고객만족이라고 하면 일부의 불만 고객에게 극도의 친절을 행하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고객만족의 또 다른 방법은 불만이 있어도 드러내지 않는 대다수 착한 고객에게 조금씩 더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절대다수의 만족도가 올라가게 된다.
기대치가 높은 고객일수록 만족시키기가 힘들고, 기대치가 낮은 고객의 경우 만족시키기가 쉽다. 만약에 기대치가 낮은 착한 고객을 모을 수 있다면 고객의 만족도는 더 많이 올라갈 것이다. 기대치가 너무 높아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고객은 적절한 시점에 다른 곳을 소개해줘야 한다. 그들은 거래를 하면 할수록 불만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도 마찬가지다. 불만을 줄이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해서 최소한도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 내가 되어야 한다.
내가 맘에 안 들면 세상을 보는 눈이 삐딱해지게 마련이다. 뭔가 잘하는 것이 있으면 못하는 것에서 기인하는 불만이 내게 미치는 영향을 중화시킨다. 하지만 잘하는 것으로만 밀고 나가는 것도 한계가 있다. 너무나 나를 괴롭히는 열등감은 그 자체를 어느 정도 줄여야 한다.
인생에 대한 기대치 역시 조절해야 한다. 타인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이들은 항상 남들이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부탁하면 당연히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삶은 주고받음이다. 뭔가를 줘야 나도 받을 수 있다. 남에게 뭔가를 받으면 나도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주고받는 관계는 낭만적이지 않고 계산적이고 냉정하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이다.
어렸을 때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무조건적으로 받으면서 산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세상도 나한테 무조건적으로 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한 기대는 놀이방에 가고, 유치원에 가고, 초등학교에 가고, 대학교에 가고,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생활을 하면서 무너진다. 결국 성인이 되어간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버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불만 가득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1. 내가 잘하는 것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
2. 인생의 발목을 잡는 열등한 부분은 해결해야 한다.
3. 세상에 대한, 타인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4. 나를 그리고 세상을 잊게 해줄 그 무엇이 필요하다.
1 잘하는 것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을 보면서 위안을 받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따라서 적어도 이것 하나쯤은 내가 잘한다는 것이 있으면 남이 나한테 뭐라고 해도 위로가 된다. 직장에서는 무시당하더라도 집에 돌아오면 잘해주는 남편이, 부인이, 자녀가 있으면 위로가 된다. 돈은 없더라도 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친목회라도 하나 있으면 모임 때마다 위로를 받는다. 제대로 되는 일은 없더라도 주말 동네 조기축구회에서는 내가 스트라이커라면 위로를 받는다. 평소에는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라도 노래방에 가면 우리 집, 우리 동네, 우리 회사 ‘나가수’로 대접받으면 그 순간만큼은 불만이 사라진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더라도 남보다 잘하는 것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남보다 잘하는 그 한 가지를 계속 갈고 닦아야 한다.
2 인생의 발목을 잡는 열등한 부분은 해결해야 한다
가끔씩 한창 잘 나가는 사람 중에 게가 커다란 앞발로 발뒤꿈치를 무는 꿈을 꾸는 경우가 있다. 그런 꿈을 꾸면 생각지도 않은 부분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생긴다. 이솝우화에는 사슴얘기가 나온다. 커다랗고 잘 뻗은 뿔을 샘물에 비춰보면서 너무나 자랑스러워한다. 그런데 자신의 가느다란 다리를 보고는 불만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사냥꾼이 쫓아오자 평소에 무시하던 다리는 죽어라고 사슴을 달아나게 돕는다. 그런데 커다랗고 잘 뻗었다고 자랑스러워하던 뿔이 나무에 걸려서 결국 사냥꾼에게 잡혀서 죽는다.
앞서 적어도 하나는 잘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잘하는 것만 추구하다 약점을 너무 도외시하면 그 역시 문제가 된다.
끝내주게 사업을 잘하는 사장이 있었다. 고객이며 거래처며 돈 관리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그는 항상 힘들게 살았다. 여자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외도를 하고 수습하느라, 이혼을 하면 위자료를 주느라, 또 재혼을 하느라 돈을 다 써버린 것이다. 돈이 필요하니까 더 죽어라고 일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여자문제로 다 써버리니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진상고객이 늘어나고, 깐깐한 거래처가 늘어나고, 은행에 연체를 해서 독촉전화에 화가 나게 되었다. 세상이 불만으로 가득 차버린 것이다. 여자문제라는 자신의 약점을 고치는 것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논리적인 생각이 장점인 사람은 모든 문제를 논리로 풀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남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해서 문제가 된다. 남의 감정을 최소한도는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항상 남의 생각만 하고 너무 감정에 치우친 이들은 반대로 생각하고 결단하는 능력을 최소한도 갖춰야 한다.
3 세상에 대한, 타인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타인에 대한 기대치, 인생에 대한 기대치, 삶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타인에 대한, 인생에 대한, 삶에 대한 만족도가 반대급부로 올라가게 된다. 행복이란 것이 대단한 것 같지만 결국은 타인에 대한, 인생에 대한, 삶에 대한 만족도를 따라간다.
타인에 대한 기대치가 낮으면 누가 나한테 불친절하더라도 화가 덜날 것이다. 어쩌다 타인이 아무 이유 없이 친절을 베풀면 감사하게 여길 것이다. 인생에 대한 기대치가 낮으면 열심히 노력했으나 결과가 안 좋다고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서 좌절하지 않고 조금만 더 노력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삶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불행이 찾아와도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예상치 않은 행운이 있으면 기뻐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행복은 얼마나 많이 가지느냐, 얼마나 높이 올라가느냐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삶에 대한, 인생에 대한 기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상당부분 좌우된다.
4 나를 그리고 세상을 잊게 해 줄 그 무엇이 필요하다
인간은 잠을 잘 때 세상을 잠시 잊는다. 잠자는 동안은 불만도 잊고, 슬픔도 잊고, 불안도 잊는다. 만약에 잠이 없다면 어떨까? 나를 따라다니는 나를 괴롭히는 감정에 압도된다. 아마 미칠 것이다. 그래서 불면증이 우리를 미치게 한다.
잠이 중간 중간 불만을 없애는 역할을 하지만 스트레스가 많고 매사에 불만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깨어있는 상태에서도 불만 가득한 삶에서 벗어나게 해줄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지금은 금연이 대세이지만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 회사 앞이나 옥상에서 바깥 공기를 마시면서 피우는 담배 한 대는 현실에서 잠시 나를 탈피하게 해준다. 누구에게는 그것이 등산이고, 누구에게는 그것이 수영이고, 누구에게는 그것이 영화며, 누구에게는 그것이 쇼핑이며, 누구에게는 그것이 게임이며, 누구에게는 그것이 술이며, 누구에게는 그것이 낚시고, 누구에게는 그것이 여행이다.
우리에게는 불만이 가득할 때 몰입할 대상이 필요하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수시로 현실도피가 필요하다. 몰입할 그 무엇이 없다면 우리는 숨이 막혀 죽을지도 모른다.
불만 가득한 삶은 기회도 놓친다
성장을 하면서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인생에 대한 무의식적 기대치를 가지게 된다. 1970년대에 성장한 이들은 자신의 부모 같이 시간이 지나면 돈이 모여서 집도 장만하고 저축도 할 것을 기대하게 된다.
1980년대에 성장한 이들은 일단 종잣돈만 모으면 돈이 돈을 모아서 저절로 재산이 증식되는 것을 기대하게 된다. 과거에는 경제성장률이 10%에 육박했기에 기업이 계속 성장했고 열심히만 하면 적어도 부장은 되고 정년을 마쳤다.
공무원의 경우도 정부조직이 성장하면서 사고만 안 치면 과장은 하고 정년을 마쳤다. 4대 보험도 없고 다운계약서가 가능하던 때는 목돈을 모아서 집을 계속 넓히다 보면 부자가 되었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하지만 내 마음속 기대치는 어떠할까? 여전히 높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한 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는다고 느끼고 화나게 되고 우울하게 된다. 불만이 커진다.
그런데 화가 나고 우울하다 보면 오히려 그나마 찾아온 기회도 놓치게 된다. 따라서 불만 가득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1. 내가 잘하는 것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 2. 인생의 발목을 잡는 열등한 부분은 해결해야 한다. 3. 세상에 대한, 타인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4. 나를 그리고 세상을 잊게 해줄 그 무엇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