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강동우S의원·성의학연구소 강동우 박사】
이제는 서로를 바라봐도 무덤덤하다, 아무 감정이 생기지 않는 것을 넘어 상대방이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대화를 하는 게 귀찮고 오히려 불편하다…. 부부 사이가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부부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부부들이 평균 결혼 2~3년 후 이러한 고민에 처음 빠지게 된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더니 이제 배우자와의 섹스도 뻔한 것 같고 그렇다보니 재미도 시들하다. 특별히 상대방이 밉거나 싫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다. 아마도 많은 부부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신혼처럼 뜨겁게 타오를 수는 없는 것일까?
매너리즘은 권태기로 이어진다
우스갯소리로 “신혼 시기에 평생 섹스의 절반을 한다.”라는 말이 있다. 신혼 초기에는 대부분이 성생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성생활만 놓고 보면 화려했던 신혼이 가고 시간이 경과하면 권태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결혼 몇 년 후 권태기가 오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기가 찾아오지, 권태기가 찾아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즉 부부생활에 있어 육체적인 친밀감과 동시에 정서적 친밀감을 함께 형성하지 못했을 경우, 신혼 때의 열정이 식고 나면 정서적인 유대감의 부족으로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권태기가 오는 것이다. 이 경우 흔히들 이전보다 좀더 거칠고 세고 자극적인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사실 사소한 문제에서 성욕을 잃게 되는 경우도 많다. 성생활이 매너리즘에 빠져 부부 사이에 성욕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부부 간에 갈등이 심각하거나 아내가 너무 수동적이고 목석처럼 누워 있거나, 출산 후 성기능이 손상된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또 아내가 자녀 양육에만 너무 치중해 남편이 소외되거나,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아 남편의 성욕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것들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권태기로 발전하며, 더 나아가서는 섹스리스 부부를 만든다.
부부간에 다양하게 시도해 보라
부부 싸움으로 배우자에 대한 성욕을 잃었다면, 부부싸움의 원인을 해결하고 화해를 하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드러나는 문제가 아니라면 혹시 우리 부부가 너무 똑같은 방식으로 섹스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흔히 성행위를 다양하게 하라고 하면 남성들은 파트너의 수를 늘리는 것으로 착각한다. 때문에 ‘외도’를 해결책이라고 잘못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한 사람의 배우자와 성행위 방법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다양한 성행위다.
강동우 박사는 “입술-가슴-삽입으로 이어지는 뻔한 방식이 아니라, 대여섯 군데의 성감대를 매번 다른 조합으로 자극해 흥분이 늘 신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말한다. 또한 침대 위에서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섹스를 시도해 볼 수도 있다. 흔히들 말하는 모닝섹스처럼 시간대에 변화를 주고, 이제껏 시도해 보지 않았던 체위 등을 다양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듯 평소와 다른 예상외의 자극도 종종 필요하다. ‘남편이 입을 맞추고 가슴을 애무했으니 이젠 삽입하겠지.’라고 예측되면 성적 흥분은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아내가 마지못해 입으로 몇 번 대충 자극해주고 곧 삽입을 요구할 것’이란 예측은 남편의 흥분을 감소시킨다. 배우자가 몇몇 성감대를 좋아한다고 해서 평생 그곳만 자극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
흔히 성감대를 자극할 때 입술과 혀를 이용하지만, 이로 긁거나 깨물 수도 있고, 손으로 쓰다듬는 것 이상으로 붓, 깃털, 얼음 같은 도구로 변화를 주는 것도 서로 합의 하에 해 본다면 색다른 묘미를 안겨 줄 것이다.
많은 부부들이, 특히 남성들이 아내에게 성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부부 사이에 조율해야 될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부부 사이에선 지나칠 만큼 보수적이고 수동적이면서 엉뚱한 곳에서 온갖 말초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사람이 본인은 아닌지 되돌아 볼 때다.
‘21분의 전희’를 즐겨라
요즘 남성들도 전희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이를 귀찮아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전희를 무시하고, 삽입시간이 더 길거나, 성기 사이즈가 크면 여성이 만족할 거라는 맹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남성의 전희에 따라 여성의 성적 흥분도가 달라지는데, 전희가 ‘21분 이상’일 경우 여성의 90% 이상에서 성적 만족도가 올라가는 반면 ‘21분 이하’에서는 여성들의 성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는 것이 아주 예전부터 연구결과로 발표되어 있다. 또한 전희가 충분한 여성이 성행위를 할 때 오르가슴을 느끼는 빈도는 90%로, 일반적인 여성의 오르가슴 반응 빈도 30%의 세 배나 된다. 이렇게 차이를 크게 만드는 것이 바로 21분의 차이인 셈이다.
강동우 박사는 “여성의 만족도가 클수록 남성의 만족도도 커지고, 그만큼 서로간의 애정도 깊어진다.”고 말한다. 때문에 남성들은 아내를 위해 최소 21분을 투자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시간만 때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전희는 기본적으로 ‘온몸이 성감대가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상황에 따라 효과적인 부위를, 상대방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야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서로 뭘 좋아하는지, 흥분이 잘 되는지 직접 물어보고 대답하는 것을 쑥스러워 하면 안 된다. 이런 연습과 이해하려는 노력을 반복하다 보면 내 배우자에게 적합한 맞춤식 전희법을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다. 전희는 상대방을 위한 희생이 아니다. 나 자신이 더 큰 만족으로 보상받게 되는 일종의 투자인 셈이다.
솔직함이 최고의 무기다
강동우 박사는 “시들해진 부부 관계로 인해 더러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예전에 진료소를 찾았던 한 남성은 아내의 손에 이끌려 왔다. 아내는 외도를 의심하는 상황이었고, 남편은 그저 피곤해서 섹스를 피한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자꾸 캐물으니, 그제서야 “아무리 노력해도 발기가 되지 않았고, 창피해서 자꾸 피하게 됐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검사를 해보니 음경의 혈관이 좁아져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상태였다.
이렇듯 중년의 커플 중에는 어느 한쪽이 성기능 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도 많다. 성기능이 부실하니 점점 섹스를 두려워하고 회피해버리는 것을 대부분 나이 탓으로 돌리거나 피곤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부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솔직하게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방식이다.
많은 환자들이 대화 단절과 성 관계에서의 갈등을 털어놓는다고 한다. 남성들은 아내가 무엇을 미흡해 하는지 이야기도 해보지 않고, 자신의 성기 사이즈와 섹스 시간에 연연해한다. 또 혼자 고민하며 정력제에 집착하거나 멀쩡한 성기에 헛돈을 쓰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이보다 저게 더 좋다.”고 말하려 해도 너무 밝히는 여자로 보일까봐 주저한다.
강동우 박사는 “섹스란 개인차를 조율해 가며 최선을 찾는 놀이”라며 “내 배우자가 내 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침대는 부부 외에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공간, 부부만의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야지만 둘의 사랑도 오래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당부한다.
강동우 박사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 의대 성 연구소를 거쳐, 현재 성의학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로, 대한 성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