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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일의 건강칼럼] 통풍 진단 받았다고 죽을 준비를 했다면…

2011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황금호 70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풍風자만 들어가면 이제 세상 다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석수장이로 인생을 바쳐 크게 성공한 H씨는 걷기가 불편해져서 큰 병원에 갔더니 ‘통풍’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H씨는 그 길로 시골에 내려가 자식들을 불러서 재산분배를 하고 죽을 준비를 하였다. 풍에 걸려 자식들에게 폐를 끼칠 필요가 없다는 결단이었다. H씨 자손들 중에 영양사 손녀가 할아버지를 차에 태워서 억지로 병원까지 데려왔다. 검진을 사절하는 H씨에게 “통풍이 무엇인가”를 설명해드리는데 곤욕을 치뤘다.

중풍이나 통풍이나 풍風자가 들어가는 것은 똑같지만 중풍은 머릿속 뇌에 이상이 생긴 것이고, 통풍은 발가락이나 발목 관절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중풍은 주로 머릿속의 혈관이 터지거나 막혀서 생기는 것이지만, 통풍은 주로 발가락뼈 관절에 요산尿酸 (uric acid) 이 축적되어 생기므로 그 원인 또한 전혀 다르다.

옛날에는 먹을 것이 부족하여 병들었지만, 요새는 먹을 것이 너무 많아서 병에 걸린다.

과도한 탄수화물이나 지방과 함께 많은 양의 단백질 섭취를 즐기는 경우에는 통풍에 걸릴 확률이 높다. H씨 경우에는 종합검진 결과 고지혈증과 함께 고칼슘혈증, 고아미노산혈증 등이 함께 있었고 혈당치도 높은 편에 속해 있었다.

단백질은 체내에서 여러 번 분해되면서 펩타이드라는 물질과 아미노산이라는 단계를 거쳐 요산이라는 분자량이 비교적 작은 물질로 분해된다. 포유류는 이것을 또 다시 더 작고 물에 잘 녹는 수용성 요소질소(urea nitrogen)를 분해하여 소변에 녹여 배설하도록 진화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이 요소질소 단계까지 다 분해되지 못하고, 보다 더 큰 요산 단계에서 분해가 덜 된 채로 돌아다니다가 체온이 가장 낮은 발가락과 발목뼈 관절에 주로 축적되어 심한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우리 몸에 바늘 한 개만 박혀도 아픈데, 콩이나 밤알만 한 요산 덩어리가 막혀 있다면 얼마나 아프겠는가? 통풍은 중풍보다 덜 위험하지만 더 아픈 병이다. 단백질 때문에 생기는 병이므로 우선 육류나 생선을 많이 먹으면 더 심해질 것은 뻔한 이치다. 콩이나 두부는 물론 미역, 시금치, 땅콩도 악화 요인이 된다고 말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이론이다. 체중이 늘어나면 더욱 아파지며 보약이나 영양제를 먹으면 두말할 것 없이 악화된다.

전문의와 상담하여 우선 그것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그 다음으로는 꾸준한 식이요법과 장기적인 치료계획이 병행되어야만 한다. H씨는 이제 통풍이 다 나았고 석수장이 일 대신에 매일 목욕탕에 출근하여 탕 속에 들락거리는 일로 직업을 바꾸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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