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고도일병원 만성피로센터 이동환 원장】
활기찬 얼굴보다 피곤함에 찌든 얼굴이 익숙한 요즘이다. 찌뿌드드한 몸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그 몸으로 또 하루를 살아낸다. 딱 하루만 쉬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한 채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이런 우리 마음을 알아서일까? 피로회복을 도와준다는 다양한 드링크제가 나와 있다. 피곤할 때마다 피로회복제, 에너지음료 등으로 불리는 마실 거리를 찾는 사람은 흔히 볼 수 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슈퍼나 편의점에서도 눈에 잘 띄는 좋은 자리에 일렬로 진열되어 있다. 그런데 진짜 피로회복 드링크제를 먹으면 피로를 풀 수 있을까? 피곤하고 지칠 땐 이 달달한 음료에 마음껏 기대도 되는 걸까?
피곤해서 한 병, 졸려서 한 병… 효과는?
앉으나 서나, 누우나 걸으나 피곤한 사람들의 소원은 하나! 바로 피로회복이다. 그런데 온전히 피로회복을 위해서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사람들은 쉬지 않고도 피로를 푸는 방법으로 눈을 돌린다. 힘들고 지칠 때 쉽게 기댈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다. 피로회복을 도와준다는 각종 드링크제도 그중 하나다.
일단 가격이 부담 없다. 대부분 천 원이 안 된다. 음료수 한 병 가격이면 살 수 있다. 흔하기도 하다. 피로회복 드링크제가 없는 슈퍼, 편의점, 약국은 거의 없다. 거기다 맛도 있다. 달콤해서 꼴깍꼴깍 잘 넘어간다.
그런데 정말 이 피로회복 드링크제를 마시면 피로가 풀릴까? 일단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피로가 풀린다고 자주 먹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전혀 효과가 없다는 사람도 있다. 또한 피로회복 드링크제를 먹으면 이상하게 다음날 더 피곤하다는 사람도 있다.
시중에서 파는 피로회복 드링크제에는 타우린, 비타민, 포도당, 카페인 등이 들어 있다. 고도일병원 만성피로센터 이동환 원장은 “피로회복 드링크제에 들어 있는 타우린, 비타민 등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타우린과 카페인이 들어 있는 드링크제를 마시면 일시적으로 기운이 회복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정신이 또렷해진다. 그러나 이는 피로가 풀려서라기보다는 타우린이나 카페인의 각성 효과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마신 다음날 더 피곤한 이유
정신이 반짝 또렷해지는 효과 때문에 피곤할 때마다 고카페인 드링크제를 들이켜서는 피로 회복에 도움이 안 된다. 이동환 원장은 “고카페인 음료를 먹고 그날 밤잠을 못 자면 각성효과가 떨어지는 다음날은 더 피곤해지게 된다.”고 말한다. 마시지 않으면 피로하니까 또 찾는 일이 반복되면 카페인 중독에 서서히 발을 들이는 꼴이다.
또한 드링크제에 들어 있는 카페인 양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성인 1일 섭취 권장량인 400mg에 못 미친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이동환 원장은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조금만 먹어도 잠을 못 잘 수 있다.”며 “카페인에 반응하는 정도가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은 아니므로 권장량만 믿고 마셔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자신은 카페인 음료를 아무리 마셔도 잠을 잘 잔다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착각일 수 있다. 이동환 원장은 “카페인 음료를 마셔도 잠을 잘 잔다는 사람이라도 실제 뇌파 검사를 해보면 깊은 잠에 못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카페인뿐 아니라 피로회복 드링크제에 들어 있는 당분도 문제다. 대부분의 피로회복 드링크제는 맛이 달다. 하지만 단 음식은 피로를 풀어주지 않는다. 달달한 피로회복 드링크제를 많이 마시면 더 피곤해질 수 있다.
단 음식을 자꾸 먹으면 혈당을 낮추려고 인슐린이 나오는데 인슐린 때문에 저혈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신에서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래서 단 음식을 먹으면 호르몬을 분비하느라 부신이 자극을 받는다.
이동환 원장은 “단 음식을 자주 먹으면 부신이 자꾸 자극을 받아 약해질 수 있다.”며 “부신이 약해지면 피로가 더 쌓이게 된다.”고 설명한다. 당뇨병, 비만 등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단맛이 나는 피로회복 드링크제를 주의해야 한다.
결국 피로회복 드링크제에 의존해서는 제대로 된 피로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보다 생활 속에서 피로를 예방하고 충분히 쉬는 것이 소중한 내 몸을 위한 길임을 잊지 말자.
잠시만요~! 피로, 스스로 풀고 가실게요! 효과 좋은 피로회복법
근본적인 피로의 원인을 없애지 않고서는 아무리 ‘피로야 가라!’를 외쳐도 헛수고다. 이동환 원장은 “우리 몸속 세포 기능이 활성화되면 에너지가 잘 만들어지고 피로와 멀어질 수 있다.”며 “세포 기능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영양, 잠,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양, 잠, 스트레스까지 이 삼박자를 조화롭게 관리해 피로를 잠재우는 방법을 알아본다.
1. 피로를 예방하는 음식을 먹자!
이동환 원장은 “현미처럼 정제되지 않은 잡곡,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 지방이 적은 단백질 음식이 피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쌀밥 대신 현미잡곡밥을 먹고 채소는 골고루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음식은 혈당도 천천히 올려서 부신에 자극을 주지 않는다.
단백질 식품은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켜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지만 먹는 법을 주의해야 한다. 볶거나 튀겨서 먹지 말고 삶거나 끓여서 먹는 것이다. 삶은 달걀, 돼지보쌈, 닭백숙처럼 최대한 기름을 쓰지 않고 요리해야 한다. 또한 혈당을 빨리 올리는 밀가루 음식,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 등은 먹지 않도록 한다.
2. 세포 살리는 불포화지방산을 먹자!
피로를 예방하려면 지방은 포화지방산이 아닌 불포화지방산 위주로 먹어야 한다. 세포가 에너지를 잘 만들어내고 몸에 있는 독소도 잘 해독해야 활력 넘치는 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평소 불포화지방산을 주로 먹는 사람과 포화지방을 주로 먹는 사람은 세포막의 성분이 다르다. 포화지방산은 실온에서 굳어버리는 지방이므로 포화지방산을 많이 먹으면 세포막도 딱딱해질 수 있다. 그러면 결과는 충분히 예상된다. 세포 기능이 나빠지고, 영양소가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 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동환 원장은 “고기는 가능한 지방을 떼어내고 먹고 평소 오메가-3를 먹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3. 카페인은 저 멀리~ 햇빛은 가까이!
잠을 푹 자려면 깊은 잠을 방해하는 카페인을 자제하고 낮에 햇빛을 충분히 봐야 한다. 또한 밤에는 좀 어둡게 지내는 것이 숙면에 좋다. 이동환 원장은 “도심의 불빛과 소리도 숙면을 방해하는 큰 요인”이라며 “수면안대와 귀마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4. 밤낮이 바뀐다면 ‘퇴근용 선글라스’가 필수!
밤에 일하는 사람들은 밝은 아침 햇빛을 보며 퇴근한다. 이러면 집에 와서 잠을 청해도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우리 몸은 어두울 때 잠을 자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동환 원장은 밤 근무를 했다면 아침에 퇴근할 때 선글라스를 쓸 것을 권한다. 그리고 집에 가서도 바로 암막 커튼을 쳐서 어둡게 만든 다음에 잠을 잔다.
5. ‘릴렉스타임’을 갖자!
피로가 잘 풀리는 몸은 긴장한 몸이 아니라 느슨하게 이완된 몸이다. 몸을 이완하는 데는 스트레칭이 딱이다. 아침에 일어난 후와 밤에 잠들기 전에 5~10분이라도 스트레칭을 해준다면 피로가 훨씬 잘 풀린다. 스트레칭 다음에는 심호흡을 해보자. 심호흡을 하는 동안에는 명상도 함께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호흡명상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동환 원장은 “이렇게 스트레칭과 심호흡을 매일 하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몸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동환 원장은 만성피로 전문가이며 만성피로연구회 명예회장이다. 저서로는 <항상 피곤한 당신을 위한 만성피로 극복 프로젝트> <당신의 세포가 병들어가고 있다> <하루에 몇 번이나 행복하세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