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관동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김미라 교수】
직장인 김 모씨(29세ㆍ여)는 요즘 말 못할 고민이 생겼다. 이상하게 질 분비물이 많아지고, 냄새가 심해졌다. 음부가 붓고 가렵기도 해 참다 참다 결국 산부인과를 찾았다. 병명은 클라미디아. 여성에게 가장 흔하다는 성병이다. 병원에서 자꾸만 얼굴이 붉어지고, 창피해 고개만 떨궜다는 그녀. “그래도 용기 내 병원에 가길 잘했지 뭐예요. 병이 심해지면 불임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라며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권했다. 쉬쉬하게 되는 아랫동네 병, 대처와 예방법은 없을까?
기원전부터 지금껏 인류를 괴롭혀 온 대표적 질병인 성병. 미와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venus)의 이름을 따서 ‘비너스 병’이라고도 불리지만 이름처럼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병은 아니다. 오해와 편견을 살까 두려워 주변에 말도 못한다. 병 자체도 특별한 자각 증상 없이 잠복해 있다가, 갑자기 합병증을 유발해 몸을 괴롭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치료 후에도 재발이 잦아 힘들다. 전문가들은 성병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아두고, 미리 전파 경로를 습득해 자신도 모른 채 감염되는 일을 막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개방된 성 인식과 풍조로 인해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성생활이 활발해지고 있다. 성적 접촉이 늘어나면서 남녀 모두 전 연령층에서 성병 환자가 증가했다.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국내 성병 진료자 수는 2006년 44만 2977명, 2007년 48만 9358명, 2008년 50만 9823명으로 집계됐다. 성관계가 늘어나는 만큼 성병에도 더욱 똑똑한 대처가 요구된다.
남성 성병 1위 ‘임질’ 급성요도염이 주증상
지난해 남성 성병 질환 중 임질은 34%로 1위를 차지했다. 임균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임균감염증이라고도 한다. 관동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김미라 교수는 “임질은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다.”며 “남녀 모두 일반적으로 성생활이 활발한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고 말한다. 간혹 소아에게도 발견되는데, 이때는 성적 학대를 받았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은 각각 증상이 다르다. 남성은 급성 요도염이 가장 흔하다. 급성 요도염은 대개 임균 감염 2~7일 후 배뇨통을 동반한 고름이 요도를 통해 배출된다. 요도염 외에도 부고환염, 전립샘염이 나타날 수 있다.
여성은 증상 발현이 더 늦다. 감염된 지 약 10일 후 농성(고름) 분비물 형태로 나타난다. 여성은 증상의 강도가 약하거나 무증상인 경우도 있다. 심할 때는 요도염을 동반해 배뇨통이나 빈뇨, 긴박뇨(소변을 보고 싶은 마음이 긴박하게 들면서 소변을 보러 가는 도중 배뇨를 함)와 같은 증상을 보인다. 임질에 걸린 여성 중 20%는 자궁내막염, 난관염, 골반감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불임이 되거나 자궁 외 임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밖에 감염자의 0.5~1%가 패혈증에 걸린다. 관절염, 뇌수막염, 심내막염을 불러올 수도 있는 위험한 질병이다.
환자는 대개 증상을 통해 발병을 알게 된다. 병원에서 분비물을 채취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다. 항생제, 근육주사 등으로 치료한다. 치료할 경우 수 시간 내에 감염성이 사라진다. 김미라 교수는 “치료할 때 반드시 파트너도 동시에 치료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당부한다.
예방에는 콘돔 사용이 도움이 된다. 문란한 성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를 중단해야 한다.
여성 성병 1위 ‘클라미디아’ 난관염·불임 원인되기도
지난해 여성 성병 중 클라미디아가 67%로 압도적인 1위를 점했다. 이는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라는 세균에 감염돼 걸리는 성 매개성 질환이다. 김미라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성은 자궁경부염, 남성은 비임균성 요도염 증상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대개 잠복기는 1~2주 이상이다. 남성은 가려움증 및 배뇨통, 점액 농성 분비물이 나타나는 이상 증세를 겪게 된다. 남성이나 여성 모두에서 임질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증상이 가볍다. 특히 여성은 경우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
이 병 역시 무서운 것은 합병증이다. 여성은 난관염, 불임, 자궁 외 임신, 만성 골반통이 발생할 수 있다. 남성은 부고환염, 전립샘염, 불임이 생길 수 있다.
진단은 분비물을 통한 균 배양 검사 및 균이 검출된 점막 세포에서 유전자나 항원의 검출을 통해 할 수 있다. 진단 후엔 일주일 정도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예방법은 임질과 마찬가지로 콘돔을 권장한다.
성병의 대명사 ‘매독’ 치료 시기 놓치면 두고두고 골치
성병 중에서 남녀 모두 약 15%씩 비슷하게 걸리는 매독도 조심해야 한다. 김미라 교수는 “이 역시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지만, 혈액 및 상처부위의 균 감염 또는 모체에서 태아에게로 전파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매독은 크게 1기, 2기, 3기로 분류한다. 1기 매독은 주로 성기나 항문 주위에 통증이 없는 피부궤양을 보인다. 궤양 발생 1주 후 단단하지만 통증이 없는 서혜부 림프부종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 궤양은 매독균이 피부접촉을 통해 들어간 부위에 생기는 것이다. 특별한 치료 없이도 4주에서 6주 이내에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그러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다면 2기 매독으로 진행된다.
2기 매독은 피부의 발진 및 전신적인 통증이 없는 임파절 부종으로 나타난다. 인후통이나 발열, 체중감소, 식욕부진, 두통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잠복 매독은 이러한 1기와 2기 증상이 사라진 후 시작된다.
3기 매독은 주로 내부 장기의 손상으로 중추신경계나 눈, 심장, 대혈관, 간, 뼈, 관절 등 다양한 장기에 매독균이 침범해 발생한다. 환자 중 10% 정도는 심혈관계 합병증이 생기고, 7% 정도는 뇌막을 자극하고 뇌혈관을 침범하는 신경 매독에 걸린다.
1기, 2기 및 초기 잠복 매독의 경우 페니실린 근육주사 1회로 치료 가능하다. 1년 이상의 후기 잠복 매독 또는 감염 기간을 알 수 없는 경우는 페니실린을 1주일 간격으로 3회 주사 한다. 환자가 페니실린에 의한 과민 반응이 있는 경우에는 적절한 대체 요법을 사용한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매독환자와 성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또 성관계 시 궤양 부위를 덮을 수 있는 라텍스 콘돔을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그 외에 환자가 사용한 화장실이나 욕조, 문손잡이, 일상적인 생활 용품 등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으니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둘 필요는 없다.
젊은층에서 급증 ‘곤지름’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
주로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성병이다. 곤지름은 여성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긴다. 전염력이 강해 바이러스에 노출될 때, 약 75% 이상이 감염된다. 구강성교, 항문성교, 질내 성교 등 다양한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
증상은 대개 육안으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항문 주위에 좁쌀만 한 혹이 여러 개 생기거나 이들이 뭉쳐서 양배추의 단면 모양, 혹은 닭 벼슬 모양으로 나타난다. 참기 힘든 가려움증을 동반하거나 변형된 피부조직이 마찰에 의해 떨어지면 피가 나기도 한다. 항문뿐 아니라 여성의 질과 외음부, 자궁경부, 남성의 요도에도 생긴다.
여성의 질 내에 발병하는 곤지름은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상피부 색과 비슷하다. 아주 작고 조금 단단한 느낌이 드는 돌기로 나타난다. 미세한 가려움증이 있을 수 있지만 통증이 거의 없어 알아채기 어렵다.
치료는 약물요법 및 냉동요법, 전기소작법, 레이저, 인터페론 등 다양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이런 병변을 가진 파트너와 성 접촉을 피해야 한다. 곤지름은 전염력이 강해 콘돔을 사용한다고 해도 안심하기 어렵다. 단 한 번 성 접촉으로도 50%가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되면 재발률이 높은 것은 물론 치료기간이 길고 완치가 어렵다. 김미라 교수는 “최근 많이 이용하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가다실’이 예방효과가 있다.”며 예방접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