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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리포트] 생명까지 위협하는 저혈당 쇼크의 주범 저혈당 무감지증 아세요?

2015년 04월 건강다이제스트 봄꽃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진상만 교수】

지난 1월 말, 경남 창원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시내버스가 좌회전 신호 대기 중이던 1톤 화물차를 들이받아 화물차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당시 버스 기사는 의식이 저하된 상태였고 사고 상황을 기억하지 못했다. 사고 직후 버스 기사의 혈당 수치는 39mg/dL. 운전 중에 중증 저혈당 상태가 돼 의식을 잃어 생긴 사고였다.

운전 중의 저혈당 쇼크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고는 큰 충격을 주었고, 뒤이어 사망사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운전 중 저혈당 쇼크로 인해 발생했던 사고들이 전해지면서 ‘저혈당 쇼크’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칫 하면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저혈당 쇼크, 그 대처법을 알아보았다.

저혈당이 위험한 이유

혈당(血糖)은 말 그대로 혈액 속에 있는 포도당을 의미한다. 혈액에 포함된 포도당은 뇌와 적혈구의 에너지원이 된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진상만 교수는 “특히 뇌조직은 포도당에 의해서만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혈당이 심하게 떨어져 뇌로 갈 포도당까지 어느 한계 이하로 떨어지면 심한 경우 경련을 하거나 의식을 잃게 된다.”고 말한다.

혈당이 뇌에 에너지원을 공급하기 때문에 정상혈당 유지는 매우 중요하다. 반면에 뇌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을 정도의 저혈당 상태가 되면 뇌 기능도 저하돼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혈당의 정상수치는 일반적으로 공복일 때 80~100mg/dL, 식사 2시간 후의 혈당은 140mg/dL이하를 말한다. 정상인의 경우 혈당이 70mg/dL 이하면 저혈당이다. 이렇게 혈당이 떨어지면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경증의 저혈당일 때는 불안감, 공복감, 식은땀, 몸 떨림, 현기증, 두통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혈당이 계속 떨어져 40mg/dL 이하가 되면 남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중증의 저혈당이 된다. 이때가 뇌로 갈 포도당마저 부족해져서 의식 저하나 경련이 일어날 수 있는 소위 ‘저혈당 쇼크’상태이다.

저혈당이라고 하면 보통 70mg/dL 이하를 말한다. 하지만 이는 정상인을 기준으로 한 일반적인 기준이다. 진상만 교수는 “기준은 있지만 실제로 저혈당의 범위는 상대적”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평소에 혈당이 200~300mg/dL인 사람의 경우 혈당이 100 정도만 돼도 저혈당 증상이 나타난다. 수치만으로 보면 100mg/dL은 정상 범위이라고 할 수 있지만, 평소 혈당이 200~300mg/dL이었기에 100mg/dL 정도만 돼도 저혈당 증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저혈당에 관해서는 정상수치만큼이나 상대적인 개념도 중요하다. 물론 정상 수치가 기준이 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70mg/dL가 저혈당이라고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저혈당증이 생기는 이유

어떤 이유 때문이든 인슐린과 다른 길항작용을 하는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 저혈당증이 생긴다. 진상만 교수는 “여러 원인 중에 저혈당증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당뇨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 경구용 혈당강하제나 인슐린 사용”이라고 말한다.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가 음식을 거르거나 운동을 과하게 하면 저혈당증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아주 드물게는 췌장에 인슐린 생성 췌장 종양이 생겨 인슐린을 분비하는 데 문제가 생겼거나 중환자의 포도당 소비가 많아졌거나 위절제술을 했을 경우에도 저혈당증이 생기기도 하지만, 대개는 인슐린 치료 약제 때문에 생긴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잦은 저혈당의 복병 ‘저혈당 무감지증’

당뇨 환자로 저혈당 쇼크에 빠졌던 버스 운전기사의 사고 직후 혈당 수치는 39mg/dL이었다. 중증의 저혈당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버스 기사는 중증의 저혈당 상태가 됐던 것일까? 저혈당 쇼크에 이르기 전에 사탕 등을 먹어 혈당을 유지했더라면 사고를 피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진상만 교수는 “여기에 아주 중요한 개념이 있다.”며 “그것은 바로 저혈당 무감지증”이라고 말한다. 대개 혈당이 70mg/dL 이하가 되면 불안감, 공복감, 식은땀 등 저혈당 증세를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주 저혈당 상태를 겪다 보면 몸이 그 상태에 적응해 감각이 무뎌진다. 그래서 결국엔 저혈당 상태가 돼도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지 않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저혈당 무감지증’이다.

이렇게 되면 혈당이 떨어졌어도 아무런 증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저혈당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혼수상태나 경련 등의 심한 저혈당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저혈당 무감지증은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자율신경 합병증이 있거나 베타 차단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 혹은 혈당조절이 불량해서 저혈당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환자라면 저혈당 무감지증이 발생하기 쉽다.

저혈당 쇼크는 저혈당 무감지증?치료가 관건

당뇨 환자 중에는 자신이 저혈당 무감지증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저혈당 무감지증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자주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혈당이 70mg/dL 이하인데 불안감, 식은땀, 몸의 떨림 등의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저혈당 무감지증일 수 있으니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일부 당뇨 환자 중에는 저혈당 상태인데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착각이다. 증상이 나타나야 할 때 나타나지 않는 건 오히려 더 나쁜 상태임을 기억해야 한다.

혈당이 조금 떨어졌을 때 바로 음식 섭취로 대처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증상을 느끼지 못해 저혈당 상태가 깊어지면 경련을 하거나 의식을 잃어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혈당 무감지증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진상만 교수는 “저혈당 무감지증을 치료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2~3주 동안 저혈당을 겪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관리방법은 간단하다. 이 역시 혈당을 자주 측정하는 것이다. 혈당을 자주 측정해 저혈당 상태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다 보면 저혈당 상태일 때 나타나야 할 증상이 정상적으로 나타나고, 혈당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진상만 교수는 “우리나라도 이젠 당뇨환자가 많아졌지만, 급격히 당뇨병이 증가하고 나서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아서 지금까지 저혈당 무감지증으로 인한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했다. 하지만 앞으로 인슐린 분비 능력이 고갈된 당뇨 환자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고, 그로 인해 이 같은 문제가 지금보다 많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현재 환자 부담으로 하고 있는 중증 당뇨병을 위한 심화된 당뇨 교육이나 선진국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연속 혈당 측정 기기에 대한 보험 적용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TIP. 저혈당 증세에 발빠른 대처법》

1.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면 재빨리 당분을 섭취한다.

2. 흡수가 잘 되는 설탕물이나 과일주스 등을 마신다.

3. 당뇨 환자가 의식을 잃으면 즉시 병원으로 옮겨 포도당 정맥주사를 맞게 한다.

4. 수시로 혈당을 측정한다.

5. 규칙적으로 식사한다.

6. 규칙적으로 약을 먹는다.

7. 꾸준하고 적극적인 당뇨 치료로 인슐린 분비 능력을 잘 지켜낸다.

진상만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 학위, 성균관대 대학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한내과학회, 대한당뇨병학회,대한내분비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에서 당뇨병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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