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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리포트] 내 몸속에 꽉~찬 스트레스 말끔~청소법

2011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4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TV 리모컨, 목 빠져라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 세월아 네월아 켜지지 않는 느린 컴퓨터…. 특별할 것 없는 오늘의 짜증 유발자들이다. 물론 이 정도면 약과다. 도무지 잘 풀리지 않는 사업,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성화,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자식농사까지…. 이럴 때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공통어가 있다. “아, 스트레스 받아!”

이렇게 우리 마음속 스트레스통은 차곡차곡 차고 있다. 물론 스트레스통이 가득 차서 좋을 리 없다. 스트레스통이 꽉꽉 차면 화병, 당뇨, 암 등 무서운 병으로 돌변해 폭발하고야 만다. 그러나 지금도 차곡차곡 채워지고만 있는 많은 현대인의 스트레스통. 이 스트레스통을 말끔하게 비우는 방법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에게 들어본다.

쌓이면 독이 되는 스트레스

안타깝게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윤대현 교수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외부 자극에 순간순간 반응하는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뇌에 넣고 살고 있다.”고 설명한다. 감성의 뇌에 존재하는 스트레스 시스템은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방어인 셈이다. 본능적인 반응은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살기 위해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 문제다. 그것도 사라질 틈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쌓이는 것이 문제다. 스트레스 시스템이 늘 켜져 있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온다. 실직, 이별 등 큰 스트레스를 한 번 겪는 것보다 매일 느끼는 사소한 만성 스트레스가 몸에는 더 안 좋다.

윤대현 교수는 “속상하거나 억울한 감정이 쌓이면 감성 스트레스 시스템에 과부하를 주고, 이것이 신체 증상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마음속에 있는 ‘화’가 몸속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그리고 화병을 비롯해, 암, 당뇨, 고혈압 등 각종 병을 몰고 온다. 그래서 몸과 마음의 병으로 발전하기 전에 스트레스통을 재깍재깍 비워야 한다.

스트레스통 비우는 청소 도구 BEST 3

윤대현 교수는 스트레스통을 비우는 방법으로 3가지를 추천한다. 즐거움, 우정, 산책이다.

1 스트레스를 즐거움으로 바꿔라!

스트레스는 본능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받지 않는 것은 어렵지만 스트레스 받는 일을 쉬는 것은 가능하다. 이때 가장 좋은 것이 스트레스통에 쌓인 스트레스를 즐거움으로 바꾸는 것이다. 즐거운 감정이 고개를 들면 스트레스통을 채우는 일은 잠시 멈춘다. 즐거운 감정이 자주 생긴다면 스트레스통은 더 적게 차고 오랫동안 쉴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행복을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한다. 남들 눈에 번듯한 집을 사기 위해 여행은 꿈도 못 꾸고, 일등을 하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한다.

즐거운 여가 생활, 편안한 휴식, 설레는 여행 등은 목표를 이루거나 생활에 여유가 생긴 다음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착각이다. 평소에 잘 놀고 잘 쉬어야 한다.

윤대현 교수는 “최근 연구 결과에서 성공한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하고 장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강조한다. 미래를 위해서 지금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진 말자. 그러면 스트레스통을 비울 수 없을 뿐 아니라 그토록 바라던 건강과 행복과도 점점 멀어진다.

윤대현 교수는 “즐거움은 특히 자존감이 높을 때 더 커진다.”고 덧붙인다.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느낄 때는 같은 일도 덜 즐겁다. 목표를 낮추고 순위에만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자.

2 스트레스를 우정으로 치유하라!

꼭꼭 담아뒀던 고민을 믿을 만한 사람에게 털어놓고 나면 후련해지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때 그 사람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바로 우정의 힘이다. 윤대현 교수는 “친구友와 정情을 나누면 솔직해지고, 서로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쾌락 전문가로 불리는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최고의 쾌락으로 꼽은 것도 우정이었다.

현대인은 일과 사랑을 핑계로 내세우며 친구 만들기에 인색하다. 나의 지갑과 성취 욕구를 채워줄 수 없는 사람은 늘 관심 밖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답답함을 하소연할 데가 없어 마음의 병을 키우기 쉽다.

어떤 음식을 먹을지가 아니라 누구와 먹을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면 ‘진짜 친구’ 만들기를 게을리 하지 말자. 바쁘더라도 사회적 지위, 경제력과 상관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하자.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아픔을 위로하는 날이 쌓일수록 우정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윤대현 교수는 “지금과 같은 고령화 사회에서는 친구가 더 필요하다.”며 “노후 포트폴리오에 우정이라는 자산을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3 스트레스, 산책으로 털어버려라!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느냐?”고 물었을 때 운동으로 푼다고 하면 누구나 부러워한다. 운동이 스트레스에 좋다는 것을 익히 들어서 알기 때문이다. 그럼 스트레스통을 비우기 위해 좋은 운동은 무엇이 있을까?

윤대현 교수는 “사색을 하면서 걷는 것이 스트레스통을 비우기 좋다.”고 말한다. 이때는 조금 가파른 곳을 걷거나 빨리 걷는 것이 좋다. 이런 편안한 산책은 즐거움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시스템을 잠시 쉬게 해준다. 또 심장박동수와 호흡수가 느는 등 에너지대사가 활발해 몸도 개운하게 해주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TIP. 스트레스통을 채우는 여행 VS 스트레스통을 비우는 여행

흔히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여행을 선택한다.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무턱대고 멀리 특히 국외로 떠나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여행을 위한 여행과 마음의 휴식을 위한 여행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윤대현 교수는 “비행시간이 길면 뇌는 더 지치고, 이국적인 곳일수록 일상과 다른 불편함 때문에 뇌의 스트레스 지수는 더 올라간다.”고 설명한다. 시차 때문에 잠을 못 자게 될 수도 있다. 여행 피로에 심리적인 피로까지 더해진다면 주변 경관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좋은 마음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윤대현 교수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기차나 버스를 이용한 국내 여행을 권한다. 차장을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만 보는 것도 명상 효과가 있다. 골치 아픈 생각은 접어두고 자신의 최근 생활을 떠올려 본다. 휴대전화, 노트북 등도 없이 떠나는 것이 좋다. 24시간 뇌에 완벽한 자유를 허락하고 나면 스트레스통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윤대현 교수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직무 스트레스, 여성정신의학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멘탈피트니스 클리닉 담당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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