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부경대 식품생명학과 최진호 명예교수】
소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만큼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소금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우리에게 소금은 ‘되도록이면 먹지 말아야 할’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 옛날 ‘하얀 황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던 소금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법도 하다. 꼭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안 되는 소금, 이롭게 먹는 좋은 방법 없을까?
소금의 빛과 그늘
짠맛의 정체는 바로 나트륨이다. 나트륨은 무기질의 한 종류로 몸속 세포의 체액을 조절하고 세포내로 수분을 공급하는 작용에 필수적이며 체내 수분 균형을 유지시켜 준다. 또 신경조절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기질과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은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만 화학적 작용으로 인해 무기질과 미네랄이 제거되어 짠맛만 남은 나트륨이나 인공 조미료로 코팅한 맛소금 등은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과 골다공증, 부종 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때문에 좋은 소금을 적당히 먹어야 한다.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이 좋은 소금
부경대 명예교수이자 먹거리사랑시민연합 상임의장인 최진호 박사는 “소금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미네랄이며,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이 좋은 소금”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소금을 먹을 때는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을 먹어야 한다.
천일염은 말 그대로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으로 증발시켜 만든 소금으로 자연 방식 그대로 얻기 때문에 각종 미네랄 등 영양성분이 높으며 염도가 다른 소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또 생산지에 따라 맛과 성분이 차이가 난다는 특징이 있다.
좋은 천일염은 결정에서 윤기가 나고, 간수가 완전히 빠져 축축한 느낌이 없고 보송보송하다. 그래서 손에 쥐었을 때 달라붙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진다. 또 첫맛은 짭조름하지만 뒷맛은 단맛이 나는 것이 좋은 소금이다. 특히 국내산 천일염은 주로 서해안의 갯벌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유기물이 풍부해 미네랄 함량이 일반 소금보다 2배 이상 높다.
소금을 건강하게 먹는 법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09년 기준 약 4,646mg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목표치인 2,000mg(소금으로는 약 5g)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섭취량만 보자면 우리는 현재 먹고 있는 소금을 1/2 정도는 줄여야 한다.
우리 밥상에는 김치, 국, 찌개류가 빠지지 않는다. 때문에 굳이 소금을 따로 챙겨 먹지 않더라도 우리도 모르는 사이 많은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게 된다. 따라서 식사를 할 때는 되도록 나트륨을 적게 섭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국물의 간은 국이 다 끓은 후 마지막에 하자
국은 다 끓은 후 마지막에 소금을 넣어 간을 하자. 또 간을 할 때는 맛소금이나 조미료의 사용량에 주의하자. 조미료의 다양한 맛은 소금의 짠맛을 상쇄시켜 염분을 과다 섭취해도 짜다고 느끼지 못하게 하지만 나트륨의 양이 결코 줄어들진 않는다.
2. 국은 건더기 위주로 먹자
수저로 떠먹기보다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건져 먹는다. 또 입맛이 없거나 까끌까끌해 잘 넘어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에 밥을 말아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보다는 각각 따로 먹는 것이 좋다.
3. 절임 반찬과 국물의 양을 살짝 줄이자
식사 시 절임 반찬과 국물의 양을 줄여서 섭취하자. 반찬을 많이 섭취할 경우, 특히 그 반찬에 장아찌 같은 절임요리나 젓갈, 장류 등이 포함되어 있다면 나트륨 섭취량은 확 올라간다.
4. 생선구이는 먹기 직전 소금을 뿌리자
생선의 경우 자반보다는 날생선을 구입하자. 또 굽기 전에 간을 하면 우리가 먹게 되는 소금의 양도 늘어난다. 이보다는 먹기 직전 겉쪽에 살짝 소금을 뿌려 짠맛을 입히면 맛에는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소금 섭취는 줄일 수 있다.
5. 김치는 가능한 겉절이로 만들고, 포기김치는 살짝 절여 싱겁게 담그자
전체 나트륨 양의 약 1/4을 김치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금에 절일 필요가 없는 겉절이를 먹거나 김치를 담글 때 살짝 싱겁게 담그면 그만큼 소금 섭취를 줄일 수 있다.
6. 짭짤한 간식은 피하자
소금을 많이 뿌린 감자칩이나 육포 등 짭짤한 간식들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소금이 들어있다. 무심코 먹은 간식의 나트륨 양 역시 무시 못한다.
7. 저나트륨 소금을 이용하자
고혈압·당뇨 환자들을 위한 소금으로 알려진 저나트륨 소금은 말 그대로 나트륨 함량이 적은 대신 칼륨으로 짠맛을 낸 소금이다. 하지만 칼륨이 나트륨을 대신했기에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섭취하면 안 된다.
8. 짠맛을 잊게 할 다른 양념을 활용하자
식초, 설탕, 유자, 레몬즙, 와인식초, 생강, 마늘, 참기름, 깨소금, 올리브오일 등의 양념을 적절히 사용하면 소금의 양을 줄여도 훌륭한 맛을 낼 수 있다. 식초, 설탕, 유자, 레몬은 샐러드 등의 신맛과 단맛을 적당히 내주고 생강, 마늘, 참기름 등은 고기나 생선, 나물무침 등의 한식요리에 깔끔하고 고소한 맛을 더한다. 그 덕에 소금의 양을 줄여도 맛은 충분하다.
이렇듯 작은 것부터 신경 쓰면 나트륨을 줄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입맛을 길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진호 교수는 “입맛 역시 습관”이라며, “조금씩 싱겁게 먹다보면 짠맛을 인지하는 미각이 활성화되어 짠맛을 더 크게 느낄 것”이라고 말한다.
최진호 박사는 일본 도야마의과약학대학 객원교수, 미국 텍사스 의과대학 교환교수, 한국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며, 시인이자 수필가로도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