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인생은 마라톤, 완주할 때까지 달려야죠”
‘마라톤’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마라토너 이봉주(42세)다. 마흔 번의 풀코스를 완주하고, 자랑스럽게 은퇴한 이봉주. 국민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고 후배 운동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장인의 모습이 엿보인다. 달리는 모습이 제일 아름다운 그였지만,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댄싱위드더스타’와 ‘붕어빵’, ‘불멸의 국가대표’ 등. 신년호를 맞아 그의 마라톤 인생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마흔의 나이에 마흔 번의 풀코스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인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종전 세계기록 보유자인 케냐의 국민 마라토너 폴 터갓도 마흔 번의 마라톤을 하진 못했다. 이봉주보다 그들이 더 빠를 진 몰라도, 뛴 거리는 이봉주가 앞선다. 마라톤의 완성은 우승이 아닌 완주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들보다 이봉주가 더 대단한 셈이다.
그런 그가 지난 2009년 대전전국체육대회에서 마라톤 인생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미 국가대표에서 은퇴했기에 순위에 대한 집착은 없었다. 목표가 완주였다. 그 스스로에게 ‘잘 했어, 이봉주.’ 이렇게 얘기하며 마라톤을 매듭짓고 싶었다.
“마지막 마라톤이었기 때문에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치고 싶었어요. 운동선수들이 은퇴 경기를 할 때 우는 걸 보고 ‘왜 저렇게 울지?’ 생각했는데, 저도 막상 은퇴식을 하니까 그렇게 눈물이 나더군요. 많이 울었어요. 마라토너로서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행복했지만, 힘들었던 때도 생각나 만감이 교차했나 봐요. 한편으로는 홀가분하기도 했죠.”
약점 투성이 늦깎이 마라토너
그에게는 늦깎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다른 마라토너들보다 시작이 늦었고, 은퇴도 늦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점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짝발에 평발, 작은 체구, 신체적 약점이 많았어요. 제가 가진 것은 딱 한 가지였어요. 바로 지구력. 남들보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했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100을 할 때 전 200을 노력했으니까요.”
운동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운동을 지긋지긋해 한다고 한다.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마흔이라는 불혹의 나이에 은퇴를 했다. 좀더 빨리 은퇴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를 이처럼 오래 달리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가족이죠. 평생을 고생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라톤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우석이랑 승진이 두 아들과 아내, 제가 뛰는 이유이자 원동력이죠. 특히 아내는 ‘내조의 여왕’이에요. 내성적이고 조용한 저에 비해 아내는 남들에게 싹싹하고 활달해요. 성격이 정반대지만, 그래서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동안 숙소생활과 대회 출전 등으로 바빠서 함께 해주지 못한 시간들을 은퇴 후 마음껏 갚고 있다는 그는 가족을 생각하며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규칙적인 운동과 프로폴리스가 건강 비결
그는 은퇴 후에도 꾸준히 달린다. 선수생활을 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새벽마다 적어도 한 시간씩은 꼭 달린다. 마라토너였기에 달리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단다. 그에게 혹시 특별히 챙겨먹는 음식이 있는지 묻자, 프로폴리스를 얘기했다.
“선수시절에는 친구가 잡아서 보내준 붕어를 즙으로 달여 먹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선수시절만큼 뛰질 않으니 너무 많이 먹으면 살로 가겠더라고요. 쭉 먹어왔던 거지만, 지금은 가끔 먹어요. 대신 가족과 항상 챙겨먹는 게 있는데, 바로 프로폴리스예요. 면역력 증진에 좋다죠? 아이들이 있다 보니, 프로폴리스를 늘 끼고 살아요.”
이제 또 다른 시작
인생이라는 레이스 위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마라토너.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기도 한다. 마라톤은 인생이며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많이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해요. 마라톤은 코스도 다양하고, 그 코스마다 각각 개성이 달라요. 언덕이 많은 코스도 있고, 내리막길이 많은 코스도 있고, 또 평탄한 코스도 있어요. 하지만 고지가 보일 때까지 달려야 하잖아요. 그래서 우리네 삶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인생을 완주하고 나서 ‘정말 잘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생도 명예롭게 은퇴해야겠죠.”
인생으로 치자면 하프 마라톤을 끝낸 것이라는 그는 이제 또다시 뛰기 위해 운동화 끈을 조여 맸다. 후배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그리고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나머지 인생도 후회 없이 마무리하고 싶어요. 제가 손기정 선생님을 보며 꿈을 키워 왔듯, 저도 누군가에게 꿈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또 훗날 사람들이 ‘마라톤’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이봉주’를 떠올릴 수 있게 앞으로도 열심히 달려야죠.”
<이봉주의 마라톤 교실>
준비운동: 단순히 부상 방지를 위해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운동 전의 몸 상태를 점검하는 차원에서도 준비운동은 필요하다. 스트레칭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드럽게 근육을 풀어주고 무릎, 팔꿈치 등 관절을 펴준다. 모든 동작은 근육을 최대한 이완시켜서 20~30초간 멈추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봉주는 선수시절 약 20분간 준비운동을 했다. 아직 몸이 만들어지지 않는 초보자들도 가능한 한 준비운동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자.
달리는 자세: 달리는 폼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몇 가지 기본 원칙은 숙지하고 자신에게 맞는 자연스러운 폼을 갖춰야 한다. 먼저 상체를 꼿꼿하게 세워서 달려야 한다. 상체를 많이 흔들거나 아래로 숙이면 중력을 많이 받아 힘의 소모가 크다. 가슴을 내밀고 뛴다는 생각으로 달리자. 또 발은 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아야 한다. 그 다음 몸의 중심을 발 가운데로 옮기고, 발목을 이용해 앞으로 나가면 된다. 팔은 직각을 이루고 앞뒤로 흔들면 몸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갈 것이다. 마라톤은 반복운동이다. 똑같은 자세로 무리 없이 끝까지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러닝: 처음부터 무리한 속도로 달리다가는 오버페이스를 하게 되어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초보자일수록 천천히 가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처음에 약간 빨리 걷는 정도의 속도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약 30분 정도 평소 걸음보다 빨리 걷는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 다음에는 속보(보통 걸음보다 2배 정도 빠르게-)와 조깅을 한다. 20분 정도 빨리 걷고, 100m쯤 조깅하는 방식을 몇 차례 반복한다. 그런 다음 자신감이 생기면 본격적인 러닝이다.
새벽운동은 약 70% 정도의 힘으로 한 시간 정도 뛰는 것이 좋다. 초보자들은 1시간을 넘으면 좋지 않다. 출근에 지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말이 ‘과유불급’이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만 못하다. 본인 페이스대로 뛰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