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우리 몸에는 반드시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것과 기복이 있어야 하는 것이 있다. 인간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이므로 체온, pH, 산소포화도 등 일정한 생화학적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이런 지표는 항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반면 혈압, 맥박 등은 어느 정도 기폭이 있어야 건강할 수 있는 지표다.
격렬한 운동과 수면, 휴식이 필요한 이유, 울고 웃어야 하는 이유, 열심히 일을 해야 하지만 가끔은 휴식과 재미있는 놀이를 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긴장과 이완을 일으키는 변화와 함께 몸의 균형을 잘 맞춰야 건강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다른 점은 ‘정신과 감정’ 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울면서 태어난다. 또 유아기에는 주로 울음을 통해 좋고 싫은 감정을 표현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는 것은 나쁜 것, 창피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우는 사람은 모자란다고 생각해 잘 울지 않게 된다. 웃음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혀 웃기지도 않는데 억지로 웃으려고 하지만 힘들어도 울음은 억지로 참는 것이다.
슬픔이나 불안, 불행이 없다면 과연 내가 가지고 있는 즐거움, 행복 등을 느낄 수 있을까? 밤이 없으면 밝은 낮의 소중함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은 슬픔이나 불행이 있어야 즐거움과 행복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감사한 일을 처음 겪을 때는 환호하지만, 익숙해지면 감사함을 잊게 되는 것이 그 예이다.
참기 어렵고 힘들 때는 속 시원히 한 번 엉엉 울어보자. 크게 소리 내어 울음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면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웃음이 온몸을 활짝 열어 몸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 같은 것이라면, 울음은 몸속에 응어리진 나쁜 독을 빼내는 것과 같다. 기쁠 때 흘리는 눈물보다 억울하거나 분할 때, 속이 끓어오를 때 흘리는 울음이 더 마음을 후련하게 하고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도 울음이 몸속 안 좋은 것들을 다 뽑아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슴에 뭔가 올려놓은 것 같은 답답함과 머리끝까지 화가 차올라 머리로 피가 쏠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는 울음을 터트려보자. 눈물 속에는 온갖 스트레스 호르몬과 염증물질이 들어 있어 울음을 터트리는 순간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어 있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기쁘거나 즐거울 때는 웃고, 분하고 슬플 때는 억지로 참지 말고 눈물을 흘려보자. 이해관계에 따라 지나치게 억누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건강에 이르는 길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