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백경란 교수】
감기의 계절이 시작됐다. 날씨가 추워짐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콜록콜록 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본격적인 독감 예방주사 접종도 시작되고, 감기 치료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그리고 감기와 독감처럼 이맘때면 주의해야 하는 병이 하나 더 있다. 폐렴이다. 흔하게 듣는 병명 중 하나지만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만만찮은 병이다. 특히 폐렴은 노인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폐렴의 70%가 노인 환자이고 나이가 들수록 폐렴 사망률은 증가한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생명을 위협하는 폐렴의 실체와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감기인 듯 감기 아닌 폐렴
우리는 “OOO가 폐렴으로 입원했다.” “OO가 폐렴으로 목숨을 잃었다.”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지금은 남의 일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폐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처럼 폐렴을 ‘남 일’처럼 여기다가는 어느 날 갑자기 ‘내 일’이 될 수 있다.
폐는 우리 몸에서 필요한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폐렴은 폐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을 말한다.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 다양한 원인균들이 폐에 들어와서 폐렴이 생기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백경란 교수는 “폐렴을 일으키는 원인균은 다양하지만 주로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해 생긴다.”고 설명한다. 폐렴구균이 세균성 폐렴을 가장 흔히 일으키지만 폐렴간균, 포도상구균, 헤모필루스, 마이코플라즈마 등과 같은 세균도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폐렴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진행되면 발열 및 오한과 함께 심한 기침, 가래, 흉통, 호흡곤란 등 일반 감기보다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폐렴 환자의 80% 이상은 열이 높다. 가래는 초기에는 양이 적다가 수일 내에 고름이나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은 폐렴에 잘 걸리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증상도 심하지 않다. 하지만 노인, 소아, 면역이 억제된 환자 등이 폐렴에 걸리면 급격히 진행해 심각한 경과를 보이기도 한다.
백경란 교수는 “폐렴은 한 가지의 증상만으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폐렴이 의심되는 경우는 조기에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폐렴, 적절한 치료가 관건
65세가 넘어가면 폐렴이 잘 발생하기도 하고 증상도 심각하다.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폐렴이 생기면 10명 중 8명은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짧은 시간에 증상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입원 기간도 젊은 사람에 비해 2배 이상 길다.
폐렴의 치료는 폐렴을 만든 원인균에 따라 다르다. 검사를 통해 세균성 폐렴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항생제를 사용한다. 성인이라면 세균성 폐렴이 많고, 소아들은 바이러스성 폐렴이 대부분이다. 바이러스성 폐렴이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폐렴 증상을 좋아지게 하는 대증치료만을 한다.
백경란 교수는 “폐렴이 심하면 산소 공급이나 인공호흡을 하기도 한다.”며 “이외에도 증상에 따라 열이 높거나 기침이 심하면 해열제와 기침약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은 후에 약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폐렴은 보통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좋아진다. 하지만 폐렴 합병증이 생기면 입원 기간이 길어지고 항생제 치료 외에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대표적인 폐렴 합병증은 흉막염이다. 흉막염은 가슴 벽과 폐 사이 공간인 흉강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염증이 심해지면 도관배액술이나 흉관삽입술이 필요하다. 또 폐렴이 심하면 폐렴을 일으킨 균이 혈액으로 들어가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폐렴은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초기 치료를 놓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폐렴과 감기의 다른 점은 아래 표와 같다. 감기와 꼭 구분해 폐렴 증상이라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자.
백신 맞으면 폐렴 걱정 끝?
다행히 폐렴은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앞서 밝힌 성인 폐렴의 흔한 원인균인 폐렴구균 백신이다. 폐렴구균 예방주사는 65세라면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할 수 있고, 65세 이후 1번만 접종하면 그 효과가 평생 간다. 만약 65세 이전에 접종했다면 5년 경과 후 65세 이후에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
폐렴구균 백신은 폐렴을 완벽하게 방어하진 못하지만 심각한 폐렴구균 감염증을 예방해준다. 65세 이상이 아니더라도 만성 심질환, 만성 폐질환, 만성 간질환, 당뇨병, 암 등을 앓고 있다면 폐렴 고위험군에 속하므로 의사와 상의해 접종하는 것이 좋다. 독감 예방주사도 매년 가을에 한 번씩 맞으면 독감과 폐렴 예방에 도움이 된다.
폐렴 예방접종 외에도 다음의 습관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폐렴,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올겨울 꼭 실천해야 할 폐렴 예방법>
1. 손발을 자주 씻는다.
2. 소아나 노인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한다.
3. 영양 섭취를 충분히 한다.
4. 휴식을 충분히 취한다.
5.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6. 환기를 자주 한다.
7.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다.
8. 과음과 흡연을 하지 않는다.
9. 양치질을 자주 한다.
10.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잠을 잘 잔다.
백경란 교수는 성균관의대 내과학교실 교수이며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에서 폐렴, 면역저하자 감염, 불명열, 성인 예방접종, 림프절염, 감염성 심내막염, 급성 신우신염, 방광염, 골수염, 괴사 근막염, 척추염, 감염성 관절염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