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ND의원 박민수 의학박사】
100세 건강의 가장 중요한 교두보는 정상혈압과 정상혈당이다. 혈압과 혈당은 혈관건강의 바로미터다. 고혈압은 혈관 구조를 망가뜨리고, 당뇨는 혈관을 녹슬게 한다. 혈압과 혈당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한 채 건강한 노년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그 방법을 소개한다.
고혈압, 당뇨 환자들의 올가미 ‘미각 중독’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고혈압과 당뇨는 잘못된 음식선택과 식습관이 크게 좌우한다. 병원을 방문하는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들 중에서 비만한 사람들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그들의 대부분은 공통적인 분모가 하나 있다. 그들 대부분이 잘못된 미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미각중독’인 셈이다.
일례로 고혈압 환자들은 대부분 짠맛에 중독되어 있다. 짜게 먹으면 혈관 내의 삼투압이 올라가므로 의사들은 “염분을 줄인 음식을 섭취하라.”고 처방한다. 담배도 곧잘 끊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잘하는 환자들마저도 싱겁게 먹기를 잘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싱겁게 먹기를 며칠 수행하고 와서는 기운이 없다느니, 기분이 안 좋다느니 이런저런 부작용을 호소하기 마련이다. 짠맛이 심신에 깊이 중독되어 싱거운 음식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온몸으로 방해하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들 중에도 단맛 집착이 강한 사람들이 많다. 혈당이 떨어지면 어지럼증이 오고 손떨림, 호흡장애가 발생하므로 주변에 단 음식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조금이라도 어지러운 낌새가 오면 단맛 음식을 입에 집어넣기 바쁘다. 당뇨가 잘 조절될 리 없다.
미각 교정 훈련의 핵심은 ‘천천히 씹기~’
고혈압과 당뇨에 대한 미각 교정 훈련에서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천천히 꼭꼭 씹기이다. 진료실에서 5분간 꼭꼭 씹기를 훈련시키는 경우도 있다. 단맛이나 짠맛에 중독된 사람들의 식사시간은 대부분 10분을 넘지 못한다.
그만큼 빨리 식사를 마치지만 적게 먹는 것은 절대 아니다. 본인의 1인분을 그냥 빨리 먹는다. 심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폭식을 즐기는 욕구가 빨리 식사하기를 조장한다. 식사시간이 20분 이상으로 길어지면 식욕억제호르몬인 렙틴호르몬이 나와 음식 먹기가 불쾌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혈압이나 당뇨를 가진 비만 환자들을 옆에서 지켜보면 거의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꼭꼭 씹어야 음식을 천천히 먹게 되고 식욕억제호르몬 렙틴이 활동할 충분한 여유도 만들어진다. 꼭꼭 씹기만 해도 총 음식 섭취량은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되어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천천히 먹기 1단계 -?미각충족 지연력 훈련
미각은 욕구이므로 만족시키면서도 너무 방종하지 않도록 규율을 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누르면 터져버리고 내버려두면 제멋대로 행동해버린다. 따라서 필요할 때 참을 수 있는 능력, 즉 자신의 만족 욕구를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미각충족 지연력 훈련법칙은 초반기보다 후반기에 먹을 음식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각중독인들은 초반에 많은 음식을 먹고 후회한다. 그러고 나서는 후반에 식사량을 조절하는데 우리의 머릿속에는 충분히 먹지 못했다는 불만감이 쌓여 오히려 미각충동만 강해질 수 있다.
전체 먹어야 할 양을 3이라고 한다면 식사시간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어 전반에 1, 후반에 2를 먹는 것이 미각충족 지연력 훈련이다.?전반에 3분의 1만 먹는다면 자연스럽게 천천히 먹기 훈련이 완수된다. 동시에 후반에 전반기보다 많은 양을 먹게 되면 충분히 먹었다는 보상심리를 각인하게 되어 과식충동을 적절하게 막아준다. 물론 충분히 먹는 후반기의 속도기준이 천천히 먹기의 훈련기준이 되어야 한다. 전반기 동안 후반기의 반만 먹으려면 후반기 속도의 절반 정도가 되어야 가능하므로 전체적인 식사시간은 예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전체 식사를 채소로만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식사법이다. 영양소의 균형과 욕구의 적절한 해소를 고려해 자주 실천할 수는 없지만 착한 포만감을 주는 채소로만 하는 식사는 분명히 우리가 가진 포만감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천천히 먹기 2단계 -?씹기를 습관화시키는 생체시계 조응훈련
미각중독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의 먹는 모습을 찍어오라고 한다. 카메라를 의식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주의하지만 미각중독자들의 식사시간은 분주하고 조급하다. 음식을 앞에 두고 있으니 초연하기가 쉽지 않고 자꾸 식탁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모든 식사는 넘김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과식은 한 번 넘김의 양이 많거나 넘김의 횟수가 자기 기준보다 많은 경우이며, 폭식은 멀쩡하게 잘 유지되던 넘김의 양이나 총 횟수가 특정 식사에서 과도하게 넘치는 경우이다.
적절한 식사시간을 확보하고 넘김의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넘김 횟수를 요령껏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일한 식사시간 안에 넘김 횟수를 제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천천히 꼭꼭 씹거나 씹지 않는 시간, 즉 식사시간 중 먹지 않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방법이다.
자신이 정한 기준에 따라 씹기 속도와 횟수를 조절하는 절대적 천천히 씹기를 우선 훈련한다. 절대적 천천히 씹기를 훈련할 때는 타이머를 이용한다. 비디오에 촬영된 본인의 모습을 보면서 한 번 입안에 들어간 음식을 얼마의 시간 동안 몇 번이나 씹는지를 타이머를 재면서 체크한다.
얼마나 느린 속도로 음식을 씹는지와 더불어 훈련 전의 본인보다 얼마나 더 많은 횟수를 씹을 수 있는지가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비디오를 분석한 다음 2배 횟수 씹기 훈련을 시행한다. 이전 같으면 10번만 씹고 삼켰을 음식을 20번 씹고 삼키는 훈련이다. 자연스럽게 한 번 입에 들어간 음식을 씹는 시간도 길어진다. 이전에 한 번 들어간 음식을 씹는 시간이 총 30초였으면 훈련을 통해 60초 동안 씹게 된다.
이렇게 되면 훈련 전에 15분 동안 30번 음식을 집던 것이 훈련 후에는 15분 동안 15번 음식을 집는 것으로 바뀐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섭취량도 줄어든다.
상대적 천천히 씹기는 다른 사람보다 천천히 먹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식사 자리에서 가장 느린 속도로 식사를 하는 사람을 한 명 고른다. 초반 1분 정도만 바라보면 정확하게 발견할 수 있다. 기준이 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수저가 입과 식탁 사이를 두 번 정도 왕복할 때 한 번가량 왕복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을 기준으로 정했으면 그 사람보다 더 느리게 젓가락과 숟가락을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그 사람이 수저를 들 때 동시에 수저를 들고 놓을 때는 그 사람보다 수저를 늦게 내려넣는다. 다음번에 수저를 들 때 동시에 들어도 되지만 한 번쯤은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서너 번만 그 사람을 의식하면서 식사를 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리듬이 몸에 배게 된다. 자유롭게 식사하다가 중간에 한 번 정도 그 사람과의 식사속도를 비교해봐라.
천천히 먹기 훈련의 핵심은 반복을 통한 생체리듬의 조절이다.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머리에서뿐만 아니라 손과 입도 천천히 꼭꼭 씹기를 자동화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자기의 일상에서 의지와 실천만으로 미각중독을 치료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지고 보람찬 일인가??(보다 자세한 내용은 박민수 원장이 집필한 <미각교정 다이어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