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나 혈압 있어.”
이것은 당연한 말이다. 혈압 없는 사람은 죽는다. 혈압이 정상이냐 높아졌느냐 낮아졌느냐가 문제이지, 혈압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은 문제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물론 그 말은 “혈압이 높다.”는 표현으로 알아듣지만 “혈압에 이상이 있다.”는 표시에 더 가까운 말이다.
그러나 혈압은 혈압이 높아졌을 때뿐만 아니라 혈압이 낮아졌을 때도 똑같이 이상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혈압이라는 것이 항상 일정해야만 되는가? 그것은 절대 아니다.
혈압은 우선 그 표기부터 120/80, 150/90 또는 90/60 이런 식으로 기록한다. 이것은 혈압이 그 두 수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늘 변화하고 있다는 표현이다.
먼저 쓰는 높은 숫자를 수축기(systolic)혈압, 또는 최고혈압이라고 하고, 다음에 쓰는 낮은 수치를 이완기(diastolic)혈압 또는 최저혈압이라고 한다.
혈압은 인체의 활동이나 자세, 건강이나 질병의 상태에 따라 그 상황에 맞게 수시로 변화된다. 집에서 잴 때, 병원에서 잴 때 그 혈압은 당연히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어디서 재나 똑같이 일정하다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것이다. 활동이 강하면 혈압은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활동이 약하면 얼른 내려와서 힘을 낭비하지 않도록 조정되어야 한다. 그래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준 사람은 운동 초반에는 혈압이 올라간다. 하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운동 중에 혈압이 정상화되고 쉴 때에는 정상인보다 더 저혈압이 되는 현상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는 마라톤 도중에는 혈압이 120/80으로 정상이고, 평상시에는 90/60 정도라고 한다. 이것을 보통 사람들은 저혈압이라고 하는 것인데 그래도 괜찮을까?
건강한 사람이 특별한 증상 없이 평상시에 혈압이 다소 낮은 것은 별 이상이 아니다. 그러나 평소에 보통 정도의 혈압을 가졌던 사람이 저혈압으로 떨어진다면 그것은 불행한 일이다. 신체 혈행이 느려져서 여러 장기와 근육과 순환기는 물론 전체 오장육부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은 사실 저혈압 그 자체보다는 혈압이 떨어지게 된 원인질환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얼른 그 까닭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내출혈(몸속으로 피가 흘러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경우)이나 수분 결핍, 조혈기능 장애, 내분비질환, 뇌기능장애, 자율신경이상 등 응급치료를 요하거나 절대 치료를 요하는 질병 때문에 나타난 하나의 증상으로서 저혈압이 표현되는 수가 많다. 갑작스런 저혈압은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누구나 혈압은 있다. 다만 그것이 고혈압인가, 저혈압인가, 정상인가가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 이상 원인이 무엇인가를 우선적으로 알아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