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심을 인간의 일곱 가지 감정이라고 해서 칠정이라고 한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것도 바로 이 일곱 가지 감정이 좌우한다.
우리는 흔히 똑똑해야 성공한다고들 생각하지만 우리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감정이다. 출세할수록 인간은 으스대고 싶어지고 타인을 막 대하고 싶어진다. 그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다 보면 적을 만들게 된다. 잘 나갈 때는 절대로 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자만에 사로잡히다 보면 어느 순간 실수하게 되고 생각지도 않은 데서 발목 잡히는 일이 생긴다.
부자로 사느냐 가난하게 사느냐 역시 감정에 의해서 상당부분 결정된다.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가격이 오르고 거품이 발생할 때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마련이다.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속에 팔지 않는다. 반면 폭락하면 두려움 속에서 포기하게 된다. 흔히 행위중독이라고 불리는 도박, 쇼핑, 게임, 섹스에 사로잡히면 돈도 돈이지만 인생이 비참해진다. 아무리 똑똑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이도 감정에 지배당해서 몰락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주관적 행복과 불행의 상당부분은 결혼생활, 부모와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 외로움, 소외감, 따돌림 같은 사적인 부분에 의해서 좌우된다. 아무리 남들이 보기에 출세하고 성공했더라도 개인적으로 불행하면 결국 인생을 실패한 것이다.
자녀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더라도 부모를 미워해서 만나는 것을 꺼려하면 결과적으로 자식을 잘못 키운 것이다. 그런 개인적인 영역은 얼마나 똑똑하냐가 아니라 얼마나 감정을 잘 조절하느냐에 의해서 좌우된다.
감정과 이성 사이~
우울증에 걸리면 의욕이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사라지고, 죽고 싶은 기분이 든다. 집중력도 저하되고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게 된다.
같은 이치로 지적능력 역시 감정에 영향을 준다. 처음 무슨 일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기에 두렵고 짜증도 난다. 하지만 자꾸 접해 익숙하게 되면 짜증이 덜 난다. 서너 살 된 아이는 낯선 상황에 처하게 되면 울음보를 터뜨리고 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에 감정이 먼저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일곱 살, 여덟 살이 되면 세 살 때 울었던 일로는 울지 않는다. 그러나 야단을 맞으면 울음이 나오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하면 화가 난다.
스무 살 청년이 되면 일곱 살, 여덟 살 때 울었던 일로는 웬만해선 울지 않는다. 상황을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지적능력이 성장할수록 감정을 조절하는 것 역시 용이하게 된다. 즉 이성과 감정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대신 통합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감정을 잘 조절하기 위해서는 이성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성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잘 조절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감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네 가지 요소로는 나의 마음, 타인, 상황, 집단심리를 들 수 있다.
따라서 희노애락애오욕의 칠정을 잘 조절하기 위해서는 첫째,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미래를 생각해보자. 둘째, 타인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자. 셋째, 상황에 맞는 감정, 감정에 맞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넷째, 집단심리에 넘어가지 말자. 하나하나 짚어보자.
1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미래를?생각해보자
우리의 감정은 과거, 현재, 미래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발생할지는 내가 그동안 자라온 과거에 의해서 상당부분 결정된다. 나의 과거와 상관없이 현재의 감정만 조정하겠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한다.
따라서 감정조절이 어려울 때는 자신의 삶을 한 번 되돌아봐야 한다. 마음이 힘들고 감정의 동요가 심할 때는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찍은 사진을 한 번 쭉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신의 인생을 노트에 쭉 기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렇게 과거를 돌이켜 본 후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뭐든지 희망이 있다면 참을 만하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확신한다면 아무리 괴로운 순간도 견뎌낼 수 있다. 그리고 끝없는 고통이란 없다. 화가 나고, 슬프고, 밉고, 욕망할 때는 그 감정이 영원할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감정에는 끝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끝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다.
돌이켜보라! 10년 전에 있었던 일 중에 떠올리기만 하면 지금도 마치 그때처럼 당신을 괴롭히는 일이 있는지. 돌이켜보라! 1년 전에 있었던 일 중에 떠올리기만 하면 지금도 마치 그때처럼 당신을 괴롭히는 일이 있는지. 없을 것이다.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져야만 한다. 그리고 모든 고통에는 끝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고통이 끝나면 기쁨, 즐거움, 사랑, 의욕이 찾아온다. 지금의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된다.
2 타인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자
우리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누군가를 싫어하면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그 사람을 싫어한다고 스스로에게 설명을 한다. 그런데 흔히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리고 사람을 싫어하는데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 옳을까?
뇌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좋다, 싫다의 감정이 우선한다. 그러고 나서 그 사람이 좋은 이유, 그 사람이 싫은 이유를 찾게 된다. 즉 내 감정을 합리화하는 쪽으로 인간은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나를 망치는 사람을 가까이 하거나 나를 도와주고자 하는 이를 밀치기도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주위에서 충고를 하면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의 대부분은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비롯된다.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좋은 대인관계를 맺어야 한다. 좋은 사람을 많이 사귀는 것에 못지않게 폭탄을 피해야 한다. 사람 하나 잘못 만나면 인생 망치는 것은 삽시간이다. 주위 사람들이 피하라고 권하는 사람인데 왠지 자꾸 끌릴 때는 거기에서 멈춰야 한다.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인데 나만 그 혹은 그녀가 싫을 때는 내가 문제가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보자.
3 상황에 맞는 감정, 감정에 맞는?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로또 복권에 당첨이 되어서 1억이 생기면 모든 사람이 다 비슷하게 기분이 좋다. 반대로 암에 걸려서 수술을 앞두고는 모든 사람이 다 우울해진다. 현재 처한 상황이 기분의 상당부분을 좌우한다.
이미 나를 싫어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서 나를 좋아하도록 만든다는 것은 자기계발서에서나 가능한 말이다. 나를 적대시하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내 감정을 억지로 가다듬기보다는 쫓겨나지 않을 정도로 그냥 내 감정을 드러내면서 사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다.
상사에게 잘 보였다고 해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고 정리해고 대상자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다. 나를 옥죄는 상황에서 억지로 웃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내가 웃고 싶다면 조금 손해 보더라도 마음 편한 곳에서 마음 편한 이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
직장 문제건, 돈 문제건, 결혼 문제건 우리는 상황이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누가 내 머리에 총을 겨누고 억지로 시킨 것이 아니라면 그 상황에 나를 몰아넣은 것도 나 자신이며, 그 상황을 종결시킬 수 있는 이 역시 나 자신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행복해지기 위해서 상황을 선택하고 노력하자.
4 집단심리에 넘어가지 말자
집단심리라고 하면 무슨 대단한 말 같지만 가장 대표적인 집단심리는 유행이다. 비록 가짜이더라도 명품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들 생각한다. 그런데 명품의 경우 누가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서 가짜가 진품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진품이 가짜로 취급받기도 한다.
가방만 하나 짝퉁으로 명품을 장만하는 경우 남들은 오히려 나를 더 무시한다. 하지만 그나마 그게 없으면 남들이 나를 더 무시할까봐 두렵다. 그러다 보니 남들 가지고 있는 것 나도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집단심리에 굴복해서 소위 품위유지라는 명분으로 쓸데없는 물건을 사고, 쓸데없이 돈을 쓴다.
분위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남들이 뭐라고 할까 두려워 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찍힐까 두려워서 하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남과 다른 말과 행동을 하고 나면 걱정이 되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도 먼저 알아서 주절주절 핑계를 댄다.
우리는 사람들이 모두 기뻐서 들뜨면 나에게 좋은 일이 하나도 없어도 기뻐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혼자 속상해 있으면 뭔가 죄지은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기뻐 날뛰어도 내가 속상하면 속상한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이래도 안 될 것 같다, 저래도 안 될 것 같다 하는 절망에 사로잡혀 있으면 나도 저절로 우울해진다. 사람들이 모두 비관적이어도 내 생각에 될 것 같다면 희망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이 모두 이유 없이 누군가를 매도하고 따돌릴 때 나만은 이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내 스스로 느끼고 결정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단 분위기에 휩쓸려 감정이 조변석개(朝變夕改)처럼 이랬다저랬다 하게 된다.
나의 마음, 타인, 상황, 집단심리가 다 함께 엉켜서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끼친다. 때로는 과거를 뒤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분해해서 감정의 찌꺼기를 말끔히 닦아낸 후 다시 맞춰야 한다.
나를 미워하는 이들로부터 나를 보호하자. 설혹 부모형제라도 그들이 내 인생을 망치고 있다면 피해야 할 때도 있다. 겉으로 착하게 살면서 속으로 항상 손해 본다며 억울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 내 자유의사에 따라서 협력하고 인내하자. 나에게 이익이 되어서, 나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서 나의 자유의지로 고개 숙였다면 그에 대해서는 절대로 불평하지 말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없다. 내가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일 뿐이다. 주어진 상황을 운명이라며 합리화하지 말자. 아무리 복잡하게 뒤엉킨 실타래도 한 올 한 올 풀다보면 원상복구가 된다. 손톱으로 풀려고 해도 매듭이 풀리지 않는다면 그때는 잘라버리고 다시 이으면 된다.
세상 사람들이 좋다고 미쳐 날뛰어도 나 혼자 슬플 수도 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절망에 빠져도 나 혼자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다. 희노애락애오욕의 칠정을 잘 조절하기 위해서는 ①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미래를 생각해보자. ② 타인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자. ③ 상황에 맞는 감정, 감정에 맞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④ 집단심리에 넘어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