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솔병원 나영무 병원장(의학박사) 】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를 맡은 지 올해로 22년째다. 수많은 선수들의 발을 살펴왔다. 선수들의 발은 참 못생겼다. 시커멓게 멍이 든 발톱, 딱딱하게 굳은살에다 상처투성이다.
‘한국축구의 아이콘’이었던 박지성의 발도 마찬가지다. 가슴이 아팠지만 그라운드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온 값진 훈장이기에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발은 우리 몸에서 가장 고생하는 기관 가운데 하나다. 사람이 서거나 걷고,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발 때문이다. 또한 몸을 지탱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한편 충격도 흡수한다.
발의 고마움을 잊고 무리하게 사용하거나 관리를 소홀히 하면 고통이 따른다. 대표적인 것이 족저근막염이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 뼈에서 발바닥 앞쪽으로 연결된 두껍고 강한 섬유 띠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치 모양의 발 뼈를 받쳐주는 것이다.
아치형 구조는 점프를 하여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하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아치라도 반복된 힘이 가해지고, 강한 힘이 전해지면 점차 내려앉게 된다. 아치가 무너지면 결국 근막, 근육, 힘줄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는데 이것이 통증의 주범이다.
아치가 무너지는 현상을 기능성 평발이 된다고 말한다. 오래 서 있거나, 뛰는 등 일과 스포츠를 많이 할 때 발생한다. 근육이 피로하다가 근막에 염증이 생기면 족저근막염, 힘줄에 염증이 생기면 건염으로 부른다.
아치를 무너뜨리는 원인들
아치를 무너뜨리는 원인은 다양하다. ▶장시간 걷거나 뛸 때 ▶슬리퍼나 굽이 1㎝ 이하인 플랫 슈즈 등 발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는 신발을 신을 때 ▶과체중일 때 ▶앞서 언급한 기능성 평발로 변할 때 등이다.
통증은 발뒤꿈치가 아프기도 하고 발바닥 중간 혹은 발바닥 앞쪽이 아픈 경우도 있다. 많은 환자들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첫 발을 디딜 때 발바닥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온다고 호소한다.
이유는 족저근막은 잠을 자거나 앉아 있을 때 등 움직이지 않으면 쪼그라져 있다. 하지만 발을 내딛는 순간 수축된 근막이 늘어나면서 찢기는 듯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족저근막은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조직이어서 염증이 발생하면 회복도 느린 편이다. 제대로 나으려면 꼬박 6개월이 걸린다.
또한 기능성 평발이 되면 발바닥뿐만 아니라 발목, 아킬레스건, 정강이뼈, 무릎에도 스트레스가 가해지고 골반 통증을 유발할 수 있기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적절한 운동과 마사지를 통한 예방이 최선책이다.
발 건강에 도움 되는 운동과 마사지
족저근막마사지
1. 발바닥을 골프공, 병, 봉 등을 이용해 부드럽게 마사지를 하거나 발가락을 젖힌 채 손가락으로 발바닥을 눌러준다.
발바닥 마사지
2. 발바닥의 근막을 마사지하면 근막의 염증을 다소 줄이고 두꺼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발가락과 발목 늘이기
3.?발목과 발가락을 위아래로 꺾어 10~20초간 스트레칭을 해준 뒤 발목을 시계방향 또는 반대방향으로 천천히 몇 번 돌려주는 것이 좋다.?
발 뒤꿈치 들기
4. 발가락을 구부려 아치를 만드는 아치폼 운동을 하루 20~30회가량 해주어도 효과적이다.
5. 수건을 바닥에 깔고 발가락으로 움켜쥐듯이 당겨주는 운동과 발뒤꿈치 들기 운동도 추천할 만하다.
《나 박사 TIP》
발의 편안함을 위해서는 신발도 중요하다. 이른바 기능성 신발을 신는 것이다. 무엇보다 쿠션이 적은 레인부츠, 굽이 너무 낮은 신발, 슬리퍼나 하이힐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쁜 신발은 바닥이 평평하고 아치가 전혀 없고, 발의 뒤쪽 카운트 부분이 물렁물렁해서 평발화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대신 신발에 아치를 받쳐주는 의료용 깔창을 사용하면 좋다. 발에 실리는 압력을 골고루 분산시켜 주기 때문이다. 또한 발이 가장 편한 상태로 유지되는 신발의 굽높이는 3㎝가 적당하다. 족저근막염 초기에 통증이 느껴지면 신발을 벗어 발을 쉬게 하고, 차가운 물수건을 대거나 냉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걷는 방법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발뒤꿈치-발바닥-발끝 순으로 지면에 닿게 걸으면 체중을 분산시켜 발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서 있을 때 발가락을 구부린 상태로 있는 것도 아치를 올려줄 수 있는 방법이다.
나영무 박사는 연세대학교 의대 의학박사, 연세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96년부터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를 맡고 있으며, 김연아ㆍ박세리ㆍ손연재의 주치의를 역임했다.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회 부위원장, 대한스포츠의학회 부회장, 대한빙상경기연맹 의무위원장,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의무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동아일보 선정 ‘스포츠 의학 명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스포츠 재활치료병원인 솔병원 병원장으로 있으며 주요 저서는 <마흔부터 시작하는 백세운동>, 〈수술 없이 통증 잡는 법〉, 〈운동이 내 몸을 망친다〉, 〈의사들이 권하는 스트레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