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
미래의 지구는 SF 영화에서 나오는 유해가스로 뒤덮인 행성처럼 숨을 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해 인간은 유리돔 안에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다. 이대로 대기오염이 계속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정말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에는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스크를 고를 때 기준이 되는 KF는 코리아필터(Korea Filter)를 뜻한다. KF80이면 공기 중 미세먼지의 80% 정도를 차단해주는 촘촘함을 가진다는 의미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는 KF80 정도면 미세먼지를 방어하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본다. KF94부터가 방역용 마스크다. 먼지가 많은 곳에서 일을 해야 하거나 오랫동안 미세먼지에 노출이 될 경우 착용한다.
마스크는 개인이 미세먼지를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야외활동에서 호흡기 건강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미세먼지와 접촉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미세먼지를 걸러내기 위해 코털이 길게 자란 모습을 풍자한 동영상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미세먼지를 방어하는 데 코털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보통의 먼지는 코털이나 기관지 섬모 등을 통해 걸러낼 수 있지만 미세먼지는 기도를 지나 폐까지 그대로 통과하기 때문에 코털을 잘라도 미세먼지의 방어 효과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차 안과 지하철도 미세먼지 농도 높아!
자동차에서 오래 있어도 초미세먼지에 노출된다. 차가 가다 서기를 반복하면서 브레이크를 계속 밟으면 타이어와 도로면이 마찰되면서 초미세먼지가 발생하는데, 교통이 혼잡한 날에는 외부 공기 통로를 통해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자동차 안은 좁은 공간이기 때문에 공기 회전이 좋아야 한다. 맑은 날 환기를 시켜주고 정기적으로 에어 필터를 체크해주는 것만으로도 자동차 내부 공기는 훨씬 깨끗해질 수 있다. 차 창문을 닫고 되도록 내부 순환으로 틀어놓는 게 좋다. 하지만 외부 공기 통로가 먼지로 가득 찼다거나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피었다면 오히려 해가 된다. 필터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청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하철 공기는 어떨까? 승강장에는 대부분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놓아서 지하철 공기 질은 점차 개선되었지만 실제 수치를 보면 여전히 안 좋다. 강한 열차풍에 의해 이끌려온 미세먼지가 지하철이 정차해 출입문이 열릴 때 올라와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높아진다. 예전보다 승강장의 미세먼지 양은 분명히 줄어들었지만 터널 안의 환기되지 못한 농축된 먼지가 계속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열차 안에서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큰 원인이 사람들의 옷이다. 의류와 섬유제품들에 붙어 있다가 날아다니는 미세먼지의 양은 생각보다 상당하다. 미세먼지뿐 아니라 감염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만원 지하철에서 기침을 한다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날아다닐 수도 있다. 그래서 만원 지하철에서는, 특히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리거나 인플루엔자 유행 기간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도 꼭 나가야 할 일이 있다면 나가야 한다. 교통사고가 무섭다고 차 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어떻게 주의하며 생활환경을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 외출을 다녀왔다면 그 즉시 물로 씻어내는 것이 좋다. 초미세먼지는 호흡으로 입안과 피부에 달라붙기 때문에 손 씻기, 입안 헹구기, 눈 씻기 등으로 제거해줘야 한다.
최천웅 교수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센터장 겸 호흡기내과 과장이다. 폐암, 폐결핵, 기관지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최근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차세대 명의 선발 제도인 ‘목련교수’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