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솔병원 나영무 병원장(의학박사)】
평창동계올림픽은 스포츠의학 전문의에겐 감동과 울림이 있는 무대였다. 필자의 진료실을 거쳐 간 선수들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메달에 입맞춤하는 장면은 너무 아름다웠다.
스켈레톤에서 신나는 금빛 질주를 펼친 윤성빈, 무서운 뒷심으로 봅슬레이 은메달을 획득한 원윤종과 서영우 등이 인상적이었다.
과연 이들의 폭발적인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성인 여성의 허리둘레와 비슷한 허벅지 덕분이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투혼의 은메달을 차지한 이상화도 ‘꿀벅지’ 효과로 평창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그녀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 이후 무릎에 물이 차고 활막 일부가 두꺼운 벽을 형성하는 추벽증후군에 시달렸다.
하지만 두껍고 강한 허벅지 근육이 무릎을 지탱하며 충격을 흡수해 빙판을 질주할 수 있었다.
허벅지는 상체를 받쳐 하체에 힘을 전달해 주는 가교다. 특히 운동을 하는 데 주춧돌이자 코어 부분이다. 핵심 부위인 만큼 부상도 잦다.
사실 허벅지 부분은 거의 다 근육이다. 허벅지 통증은 바로 근육이 아픈 것이다. 등산, 축구, 야구, 마라톤 등 야외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본 통증이다.
허벅지 앞쪽 근육은 대퇴사두근, 뒤쪽 근육은 햄스트링근이다. ▶대퇴사두근 파열은 급출발이나 급정거, 그리고 방향을 전환할 때 발생한다. ▶햄스트링근 파열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 뛰다가 갑자기 정지할 때, 서서 몸통을 돌릴 때 무리가 되면 문제가 생긴다. 축구에서는 헤딩을 한 뒤 착지할 때 자주 일어난다.
허벅지 근육 파열은 상당히 많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잘 인지하지 못한다. 실제로 뛰다가 조여오는 느낌도 근육 파열이 있는 것이고, 퍼렇게 멍든 근육 타박상도 마찬가지다. 운동을 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하고 난 뒤 근육통이 생기는 것도 근육 파열의 일종이다.
특히 조금 찢어지면 하루 이틀 정도 아프다 말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쉬워 몸에 계속 쌓이게 된다. 즉 조금 파열되고 나은 뒤 그 부위를 또 다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흉이 지는 것이다.
허벅지 근육 관리를 위해서는 평소 마사지와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은 예방법이다. 허벅지 앞과 뒤를 만져 울퉁불퉁한 근육이 잡히거나 눌러서 아픈 경우에는 손이나 폼롤러로 딱딱해진 근육을 풀어준 뒤 스트레칭을 해주면 좋다. 단, 스트레칭은 절대 과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근육이 뭉치고 굳은 상태에서 강한 스트레칭은 오히려 근육을 더 찢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벽에 기댄 상태에서 무릎을 약 30~40도 구부렸다 폈다 하는 운동을 15회씩 3세트 정도 하면 근육이 튼튼해지고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
헬스클럽에서 레그 프레스라는 운동을 하되 무릎 각도는 20~30도 정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허벅지 스트레칭
허리를 곧게 편 상태로 앞으로 숙여줍니다. 이때 허리가 구부러지면 안 되고 허리를 펴는 것이 가능할 만큼만 숙여서 20초씩 3회 실시합니다.
폼롤러를 이용한 허벅지 마사지
허벅지를 눌러서 아픈 경우는 폼롤러로 딱딱해진 근육을 앞뒤로 풀어줍니다. 2~3회 실시합니다.
허벅지 뒤 스트레칭
다리를 앞으로 뻗고 앉은 후 숨을 마셨다가 내쉬면서 손이 발쪽을 향하도록 하는데 통증이 없는 범위에서 실시합니다. 20~30초간 유지합니다.
허벅지 앞 스트레칭
옆으로 누워 팔베개를 한 후 손으로 발목 위를 잡고 천천히 당기며 30초간 유지합니다. 좌우 2회 실시합니다.
쿼드셋 운동
무릎 아래에 수건이나 베개를 깔아준 뒤 무릎으로 강하게 베개나 수건을 5초가량 누르며 발끝을 무릎 쪽으로 당깁니다. 6~10초간 유지합니다. 좌우 10번씩 3회 정도 실시합니다.
미니 스쿼트 운동
벽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선 뒤 무릎을 구부리며 앉습니다. 6~10초간 유지했다가 일어섭니다.
《나 박사 TIP》
근육은 스포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직이다. 세포를 움직여 신체활동을 원활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근육의 기능은 힘을 만들어내고, 부상을 방지하고, 관절을 보호하며 에너지를 저장한다. 근육이 좋으면 컨디션도 좋다.
우리 몸의 600여 개 근육들은 정교하게 연결돼 움직일 때마다 함께 작동한다. 만일 한 곳의 근육이 약해지면 다른 근육과 힘줄에도 악영향을 끼쳐 다양한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만일 근육 파열의 후유증으로 흉이 져서 기능이 떨어진다면 스포츠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그래서 근육의 작은 아픔에도 방심하지 말고 관리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딴딴한 근육이 건강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딴딴한 근육은 나쁜 근육이다. 뭉쳐있고 뻣뻣하고 근력도 떨어지고 체력이 나빠져 있기 때문이다.
유연하면서 탄력성과 수축력이 뛰어난 것이 좋은 근육이다. 외형에 현혹되지 말고 근육 내부의 질이 중요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영무 박사는 연세대학교 의대 의학박사, 연세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96년부터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를 맡고 있으며, 김연아ㆍ박세리ㆍ손연재의 주치의를 역임했다.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회 부위원장, 대한스포츠의학회 부회장, 대한빙상경기연맹 의무위원장,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의무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동아일보 선정 ‘스포츠 의학 명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스포츠 재활치료병원인 솔병원 병원장으로 있으며 주요 저서는 <마흔부터 시작하는 백세운동>, 〈수술 없이 통증 잡는 법〉, 〈운동이 내 몸을 망친다〉, 〈의사들이 권하는 스트레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