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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이 만난 사람] 씹기운동 전도사, 치과의사 유영재 교수

2018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가을호 126p

【건강다이제스트 |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강지원 상임대표】

통곡물을 주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갑자기 ‘씹기운동’의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다. 도대체 왜? 왜 씹어야 할까? 씹기운동에 대해 치과의사는 어떻게 설명할까? 치과의사이자 치의학박사인 한양여대 유영재 교수를 만나 씹기운동의 저력을 알아봤다.

【강지원】_ 최근 통곡물을 주식으로 하는 것이 건강에 가장 필수적이라는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면서 무엇보다 씹기운동이 그 핵심이라고 강조되고 있습니다.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유영재】_ 당연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씹기운동이란 악관절과 얼굴 근육을 움직여 위 아래 치아가 맞물리게 하는 저작운동을 가리킵니다. 저작운동은 음식을 꼭꼭 씹어 소화가 잘 되게 할 뿐 아니라 치아 건강에서 나아가 사람의 뇌를 비롯한 전신 건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동작입니다.

【강지원】_ 현미밥 등 통곡물밥이 씹기에 딱딱하다든가 소화가 잘 안 된다든가 하는 불평이 있는데 그것은 결국 씹기운동과 관련해 설명해야 할 부분이군요?

【유영재】_ 네, 아무리 몸에 좋은 통곡물이라도 그냥 대충 씹고 삼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소화기관이 고생을 하게 되고 제대로 소화, 흡수되지 않은 상태로 그냥 변으로 나가게 되지요. 통곡물은 딱딱해서 오히려 씹기운동에 최선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강지원】_ 우선 저작운동은 음식물 소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유영재】_ 저작운동은 치아가 음식물을 씹어서 잘게 부수는 것으로, 부서진 음식물이 소화액과 접촉하는 면적을 크게 하고, 침과 잘 섞이게 하여 소화관에서의 소화 흡수를 돕는 작용을 합니다. 시간을 들여 꼭꼭 씹으면 음식물이 잘게 분해되면서 동시에 소화효소 아밀라아제를 포함한 침과 잘 섞이게 됩니다. 이후 삼키면 장에서 영양소의 흡수도 원활하게 됩니다. 치아는 매우 중요한 1차 소화기관입니다.

【강지원】_ 씹기운동을 하면 침이 나오는데 침은 소화 이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하지요?

【유영재】_ 침에는 탄수화물을 맥아당으로 전환시키는 효소인 아밀라아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침 속에는 뮤신, 노화방지 호르몬으로 알려진 파로틴도 있고, 면역글로불린, 락토페린(항바이러스·항균성 물질), 라이소자임(항균성 효소)과 페록시다아제(과산화 효소) 같은 항균물질과 항산화 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지원】_ 그렇다면 씹기운동과 침은 전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겠네요.

【유영재】_ 그렇습니다. 저작력을 통해 뇌로 가는 혈류량이 많아져 뇌로 통하는 피의 흐름이 원활하면 산소 공급이 원활하여 뇌가 활성화 됩니다. 노인들의 치매 예방은 물론 성장기 아동·청소년의 정신적, 신체적 발육에 영향을 미칩니다. 치과질환뿐만 아니라 암, 비만, 당뇨병, 골다공증 등의 예방 효과가 있습니다.

【강지원】_ 씹기운동은 비만이나 당뇨 등 생활습관병을 어떻게 예방합니까?

【유영재】_ 통곡물을 천천히 꼭꼭 씹어 삼키면 혈당도 서서히 올라가게 되면서 뇌의 중추에 포만감의 지령을 보내 ‘이제 그만 먹어도 된다.’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급하게 먹으면 비만 중추가 반응하기도 전에 너무 많은 음식물이 들어오게 되지요.

【강지원】_ 노인들은 치매 예방을 위해서라도 통곡물을 통해 씹기운동을 꼭 해야 하겠군요?

【유영재】_ 네,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로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뇌의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독성물질이 있는데요. 씹는 횟수가 적어질수록 베타아밀로이드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져, 많이 씹을수록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지원】_ 그러면 치아가 없는 노인들은 임플란트나 틀니를 착용하고서도 씹기운동을 꼭 해야 하겠군요?

【유영재】_ 치아와 뇌 사이에는 말초신경과 중추신경을 연결하는 강력한 신경네트워크가 존재하는데, 저작력에 의한 진동은 운동피질을 크게 자극합니다. 또한 저작력은 대뇌 혈류산소량을 증가시켜 뇌가 활성화되고, 뇌 활성화는 지능 발달과 치매 예방에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그러니 임플란트나 틀니를 장착함은 물론 계속 잘 씹는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강지원】_ 요새 아이들은 잘 씹는 습관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장기 아동·청소년들에게도 저작운동은 반드시 필요하지요?

【유영재】_ 저작력은 유치의 치근 아래 숨어 있는 영구치의 싹을 자극하여 잇몸 위로 맹출하게 하는 원동력이고, 그 힘은 다시 상악과 하악의 성장 중심을 자극하여 성장이 일어나게 합니다. 또한 상악과 하악을 안정시키는 축을 자극하여 뇌와 골격을 발달시킵니다. 저작력은 성장과 발육을 주도하는 센터이며, 두뇌가 쪼그라드는 것을 예방하는 힘입니다.

▲유영재 교수는 꼭꼭 씹어 먹으면 치과질환뿐 아니라 암, 비만, 당뇨병, 골다공증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강지원】_ 그래서 어린이나 성인이나 지나치게 부드러운 음식이나 마시는 주스 등을 즐기는 것은 조심해야 하겠군요?

【유영재】_ 네, 또 직장인들이 음식을 제대로 씹지도 않고 그냥 폭풍 흡입해버리는 것은 정말 잘못입니다. 언어학에서는 언어를 형성하는 힘은 음식에 있고 그 음식을 어떻게 저작하느냐에 따라, 혀와 입술 주위 근육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그 민족의 기운이 달라지고 나아가서 그 민족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강지원】_ 저작운동이 구강 건강에 좋은 이유도 설명해 주시지요.

【유영재】_ 저작력은 잇몸에서 나오는데요. 치아는 잇몸의 치주인대를 통하여 치조골과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위·아래턱의 치아가 맞물리는 저작운동의 진동이 치주인대에 적절한 자극을 줌으로써 건강을 유지하게 합니다. 오랜 저작운동은 저절로 자정작용이 되어 치석과 치태의 원인인 치면세균막의 축적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충치 및 치주질환 등 대표적인 구강 내 질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 진동은 다시 상하악뼈와 두개저로 전달되어 뇌혈류를 증진시킴으로써 뇌세포 성장을 촉진시키고 치매를 예방합니다.

▲유영재 교수는 저작력은 성장과 발육을 주도하는 센터이자 두뇌가 쪼그라드는 것을 예방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강지원】_ 야구선수들이 껌을 씹는 모습 또한 의미가 있는 행동이군요?

【유영재】_ 그렇습니다. 저작력에 의한 진동은 뇌 기능을 활발하게 만들어 반사신경이나 기억력, 인지능력, 판단력, 집중력까지 높여줍니다.

【강지원】_ 베지닥터 대표를 지내셨고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활약도 하시는데, 근황은요?

【유영재】_ 베지닥터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자연식 급식을 해야 한다는 정책적인 제안을 교육당국에 계속 하고 있습니다.

50번이고 100번이고 씹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현미식을 먹지 않는다는 사람이 더러 있다. 이번 기회에 씹기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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