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서지영 교수】
기침이 끝없이 나오고, 기침한 후에는 가래가 끓고, 숨쉬기 힘들다면? 상상만 해도 숨 막히는 증상이다. 이러한 병이 실제로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과 사망률이 매우 높은 질환으로 꼽히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앞서 말한 증상 때문에 암보다 더 무서운 병으로도 불린다. 문제는 자신이 만성폐쇄성폐질환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상태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는 것이다.
2015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비롯한 만성하기도질환이 사망 원인 7위였다. 10년 전에는 사망원인 순위가 8위였지만 7위로 올라갔다. 더구나 병이 많이 진행될 때까지 알아차리기 어려워 소리 없는 살인자나 다름없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어떻게 예방하는 게 최선일까?
조용히 숨을 조이는 만성폐쇄성폐질환
우리는 한시라도 숨을 쉬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의식하지 못해도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렇듯 당연한 줄 알았던 숨쉬기에 큰 이상이 생기는 것이 만성폐쇄성폐질환이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서지영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해로운 입자나 가스 흡입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염증반응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폐가 더 빨리 늙어가는 질환”이라고 설명한다. 만성적으로 공기의 흐름이 막혀 있어 초기에는 기침, 가래가 있다가 나중에는 점점 언덕을 오르거나 무거운 짐을 들 때 숨이 차게 된다. 특히 숨을 들이마시는 것보다 숨을 내쉬는 것이 더 힘들다. 병이 심각해지면 일상생활을 못 할 정도로 숨이 차게 된다.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과거에 피웠던 사람이 기침, 가래, 숨쉬기 곤란을 호소한다면 꼭 의심해봐야 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폐 기능 검사를 통해 진단받는다. 병원에서 하는 폐 기능 검사는 호흡기에 대고 숨을 크게 내쉬는 방법으로 한다. 서지영 교수는 “폐기능이 정상이라면 숨을 강하게 내쉬었을 때 들이마신 대부분의 공기를 1초 안에 내쉴 수 있는데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은 빨리 내쉴 수 없다.”고 말한다.
최대한 들이쉰 공기량에 비해 1초간 강하게 내쉰 공기의 양이 70% 미만으로 나오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심한 정도는 성별, 나이, 키를 기준으로 구해지는 정상 예측치보다 몇 %까지 폐기능이 남아있는지로 구분한다.
이상 신호 있다면 폐 기능 검사 필수!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폐 기능 검사를 통해 쉽게 알아볼 수 있지만 폐 기능 검사는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일부러 폐 기능 검사를 받지 않으면 오랫동안 만성폐쇄성폐질환인줄 모르다가 증상이 심해져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증상을 알아차릴 정도라면 치료가 힘들고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호흡곤란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가장 중요한 증상이며 숨이 차거나, 숨쉬기 힘들고 답답함을 호소한다. 많은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는 담배 때문에 기침이나 가래가 생긴다고 여겨 조기발견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중증이 되면 피로, 체중감소, 식욕부진 등이 나타난다.
다음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40세 이상이고 해당하는 상황이 여러 개라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일 수 있으므로 폐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TIP.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의심해야 하는 지표》
1. 호흡곤란: 운동할 때 심해짐, 움직이지 않으면 덜하거나 없음
2. 기침: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함
3. 가래: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함
4. 흡연: 현재 흡연하거나 과거에 흡연했음
5. 분진, 가스 노출력: 분진 및 화학물질이 있는 작업 환경에 노출, 취사와 난방을 위한 집안 연기에 노출
6. 만성폐쇄성폐질환 가족력: 특히 형제가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진단 받음
7. 소아기 병력: 출생 시 저체중, 소아기 호흡기 감염
자료 출처_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만성폐쇄성폐질환 예방하는 특급 전략
1. 금연이 가장 중요하다!
서지영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90% 이상이 흡연과 연관이 있으며 금연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자연 경과를 늦출 수 있는 유일한 예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당장 담배부터 끊자. 혼자서 끊을 수 없다면 금연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인 상담을 하고 금연을 돕는 전문의약품을 처방받는 방법을 추천한다.
2. 위험한 작업 환경을 개선하자!
직업 때문에 분진, 화학물질, 가스 등에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잘 생긴다. 호흡기 자극제의 제거 및 무독성 성분으로 대체, 작업공간의 잦은 환기 등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한다.
3. 오염된 공기를 주의하자!
오염된 야외 공기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급격하게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미세먼지 등으로 공기 오염이 심하면 외출을 자제한다.
4. 가정의 공기 오염도 신경 쓰자!
가정에서도 환기를 잘해야 한다. 특히 튀김이나 볶음 같은 미세먼지가 많이 나오는 요리를 줄이도록 하고 요리 후에는 반드시 환기한다.
5. 독감 예방접종을 하자!
서지영 교수는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주사는 인플루엔자에 의한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심한 합병증과 사망률을 약 5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며 “매년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또한 호흡기 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손 씻기를 자주 해야 한다.
6. 운동을 꾸준히 하자!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가 운동을 하면 처음에는 힘들 수 있지만 차츰 호흡 곤란 및 피로 등의 증상이 좋아지게 된다. 서지영 교수는 “걷기는 직접 폐 기능을 좋아지게 하지는 않지만 운동능력을 좋게 해주기 때문에 도움이 되며 팔 운동은 질환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서지영 교수는 중환자관리, 급성호흡부전, 급성호흡부전 증후군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대한중환자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분과장, 중증치료센터장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