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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성형중독의 끝

2005년 02월 건강다이제스트 도약호 100p

【건강다이제스트 | 김진경 기자】

【도움말 | 김영우 신경정신과병원 김영우 원장】

‘성형왕국’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타임> 등 해외 언론들이 우리나라를 일컫는 말이다. 한두 군데쯤 성형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를 그들은 이렇게 부른다. 그러나 최근 성형 중독으로 인해 얼굴이 남들보다 배는 커져버린 한 여인이 방송에 소개되면서 사회에 큰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성형중독,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본다.

얼마 전 갸름한 얼굴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성형수술에 점점 중독되어 얼굴이 선풍기만큼이나 커다랗게 변해버린 ‘선풍기 아줌마’가 방송에 소개되었다. 성형중독으로 인해 예전의 아름다웠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게 되어버린 그녀는 성형수술이 만연화 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 주었다.

예뻐지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에서 출발한 그녀의 성형중독은 이제 정신분열증으로까지 진행되어 스스로 얼굴에 파라핀액과 콩기름을 주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성형중독이란?

이처럼 얼굴이 남들보다 세배나 커져버린 선풍기 아줌마를 만들어낸 주범은 바로 성형중독이다. 성형중독이란 말 그대로 성형에 중독된 상태를 일컫는데, 여기서 말하여지는 중독은 어떤 한 가지 일이나 행동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건강한 생활의 균형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성형중독증 환자는 성형수술이라는 행위에 집착하여 굳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로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형수술을 여러 차례 계속 받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성형중독자들은 별 문제가 없는 데도 자신의 외모에 대해 이리저리 트집 잡으며 계속 무리하게 수술을 받으려고 한다. 의학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술결과를 요구하고 이에 집착하기도 한다.

김영우 신경정신과의원 김영우 원장은 “성형중독증 환자는 외모에 대한 자신만의 왜곡된 기준을 따라 끊임없이 성형수술을 받고, 수술결과가 불만족스러우면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수술을 받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인생과 목숨을 담보한 위험한 도박

성형중독증자가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바로 부작용이다. 사람의 얼굴은 밀가루 반죽처럼 떼어냈다가 다시 붙였다가, 조물거려 새로운 모양을 만들었다가 다시 없앴다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술 후 상처가 아물고 새로운 피부가 돋아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형중독증 환자는 수술 후에도 ‘어디를 또 고칠까?’, ‘맘에 들지 않아. 다시 수술해야겠어.’라는 등의 생각을 가진다.

반복된 성형수술은 매우 위험하다. 미국 유명 가수인 마이클 잭슨의 경우만 보더라도 반복된 성형수술의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7차례의 코 수술을 받은 그의 콧잔등은 보기 흉하게 주저앉아버렸다.

이는 비단 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성형수술을 받는 도중 심장마비나 폐색증 등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수술 후 부작용으로 인해 평생을 방에 틀어박힌 채 인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수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김영우 원장은 “무리한 수술이나 반복적 수술의 결과로 인해 눈을 제대로 못 감게 되거나 가슴에서 고름이 나오는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요. 이외에도 경제적인 손실도 크고, 가족들과의 마찰이나 시술의사와의 의료분쟁으로 인한 고통도 큽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성형 권하는 사회가 문제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성형을 하는 그들보다는 성형을 하게 만드는 사회이다. 사회가 점점 발전되면서 내면의 아름다움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사회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양대 신문방송과 이재진 교수는 “뚱뚱하고 늙어보이면 무능한 사회 실패자로 보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영상매체 등 저급한 상업주의와 디지털 사회가 되면서 우리 의식이 외모만능주의로 변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 눈에 파악하기 쉬운 외면의 아름다움이 더 즐겁고 더 편한 사회 생활을 제공해 준다. 어느새 아름다운 외모가 한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얼짱 강도를 기억하는가? 그녀는 강도짓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모가 아름다웠기 때문에 네티즌들의 동정을 받으며 관심 집중의 대상이 되었다. 그녀가 한 행위는 중요치 않았다. 그녀의 외모가 그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 한 순간에 “가엾게도… 저렇게 예쁜데…”라는 말을 이끌어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면의 아름다움이 등한시 된 것은 아니다. 요즘은 그 어떤 때보다도 내면의 아름다움이 강조되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실은 그만큼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스개 소리에 “과거는 용서해도 못생긴 건 용서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못생긴 것도 죄란다. 예쁜 내면보다는 예쁜 외모를 추구하는 사회.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사회이다. 이런 사회가 지금 이 순간에도 성형중독자를 양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정신적 문제부터 해결

성형중독자는 위에서도 밝혔듯이 외모가 멀쩡한 데도 이상하다고 여기거나 혹은 더 이상 고칠 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성형수술에 매달리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이 성형중독인지 자각하지 못한다. 게다가 자신의 존재가치나 성형수술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성형에 중독된 상태인 데도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성형으로 인한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겪는 경우, 심하면 정신분열증과 유사한 망상이나 환각까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성형중독 행위 자체보다 정신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영우 원장은 “성형중독자들은 먼저 수술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상식적으로 남들이나 의사들도 동의할 수 있는 것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자신이 수술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비현실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면 스스로 성형중독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염려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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