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백경미 기자】
【도움말 |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기를 가진 여성들의 바람은 모두 같다. 뱃속에 있는 우리 아기가 10달 동안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서 우렁찬 목소리로 태어나 주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소원은 모두에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생명의 빛을 잃고 마는 유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아보자.
피하고 싶은 불행, 유산
J씨는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의 순간을 기억한다. 의사선생님이 “임신을 축하합니다.”라고 말했던, 터질 듯한 행복이 엄습했던 그 순간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임신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덜컥 두려움부터 앞선다. 세 번째 임신을 성공했지만 지난 두 번의 임신에서 빛을 본 아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두 번의 유산, 그 끝에 남은 건 두려움뿐이다. 예쁜 아이를 하루빨리 품에 안아보고 싶지만 걱정스런 마음부터 앞선다.
일반적으로 유산의 확률은 12~15%이며, 산모의 나이가 증가할수록 확률은 증가해서 산모의 나이가 40세 이상일 경우에는 26% 정도까지 증가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는 “유산의 80%가 임신 12주 이전에 발생하며, 그 중 절반 이상이 염색체 이상에 의한 태아의 자연 도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염색체가 정상인 데도 생기는 유산은 주로 임신 13주 이후에 생깁니다. 그 원인으로는 감염, 면역학적 이상, 자궁이나 난소의 이상, 갑상선이나 당뇨 등의 내분비 장애 등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첫 임신의 경우에는 유산 가능성이 4~6%에 불과 하지만 이전 임신에서 유산을 한 경우에 다음 임신 시 유산 가능성은 19~24%까지 증가한다. 유산 가능성은 유산 횟수가 반복될수록 증가하는 데 4번 연속 유산 후에 임신할 경우 유산 가능성은 40%, 여섯 번 이상 반복 유산 시 5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유산이 되면, 질 출혈이나 복통이 발생하면서 유산된 태아가 저절로 배출되게 된다.
박중신 교수는 “이 과정에서 심한 출혈로 인한 빈혈, 감염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유산 치료 과정에 의한 합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태아가 자궁 내에서 사망하였으나 자궁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남아 있는 상태가 오래 되면 산모의 혈액 응고 기능이 감소하여 출혈 가능성이 증가하므로 빨리 자궁에 있는 임신 산물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유산을 막는 6가지 예방책
그렇다면 이런 불행을 막기 위해서 평소에 어떻게 생활하는 것이 좋을까? 성공적인 임신과 출산을 위해 박중신 교수가 추천한 6가지 비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임신 전에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임신 전 상담을 받아라
우리나라 산모들은 대개 임신 후에야 산부인과를 처음 방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임신 전에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혹시 본인도 모르고 있는 고위험 임신의 인자를 발견할 수도 있고, 예방 가능한 원인 인자를 교정할 수도 있다.
▶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엽산을 복용하라
엽산은 비타민의 일종으로 임신 전부터 복용하면 신경관 결손이라는 기형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산모가 임신 후에 병원을 방문하므로 복용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임신은 되도록 35세 이전에 하라
요즘 늦은 결혼이 늘고 있다. 고령 산모에게서는 기형아나 자연 유산의 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35세가 넘은 경우에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해서 적절한 검사와 산전 관리를 통하여 건강한 출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양이와의 접촉을 피하라
톡소플라즈마라는 기생충 감염은 태아에게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고양이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톡소플라즈마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경우에는 임신 중에는 고양이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과다한 영양 섭취를 피하라
과거에는 임신하면 잘 먹어야 한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영양 과잉인 경우가 많다. 임신 중에 체중 증가가 심하면 임신중독증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정상 분만에도 방해되는 경우가 있다.
▶오래 서있거나 같은 자세로 너무 오래 있지 말아라
통계적으로 오래 서서 일할 경우 조산의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위험성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조심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임신 중에는 혈액이 잘 굳는 경향이 있으므로 같은 자세로 오래 있으면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색전이 발생하면 태아에 위험할 수 있다.
박중신 교수는 “임신 초기의 유산은 비교적 흔하며 많은 부부들이 경험합니다. 대개는 염색체 이상이 있는 태아의 자연 도태에 의한 것이며, 이런 경우는 유산이 막아지지도 않고, 막을 필요도 없습니다. 또한 다음 임신에서 다시 유산될 확률도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유산된 것으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습관성 유산인 경우에는 의사와 상담하여 그 원인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고, 원인이 밝혀지면 원인 인자 교정을 통해 유산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더라도 다음 임신에 성공할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