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백경미 기자】
【도움말 | 까리따스알코올상담센터 강향숙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왜! 평소에는 인자하고 한없이 바른 내 남편이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것일까? 결혼하기 전에 남자의 술버릇부터 알아보고 결혼하라는 말도 있듯이 이제 술버릇은 그냥 간과해서는 안될 중대한 문제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점점 심해지는 우리 남편의 지독한 술버릇,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내 남편 술버릇, 이렇게 고쳐보세요
남편의 술버릇을 달가워하는 아내는 어디에도 없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거나 또는 남편 스스로가 위험하고 손해를 보는 술버릇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까리따스알코올상담센터 강향숙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잘못된 술버릇은 가족 관계를 포함한 대인관계, 일, 신체적·심리적인 요소 등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히고 “암이 저절로 나아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음주 문제 역시 그냥 놔두게 되면 결국 점점 진행되어 말기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충고한다.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가기 전에 빨리 손을 써야 하는 내 남편의 위험천만한 술버릇. 고칠 수 있는 방법을 강향숙 정신보건사회복지사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case1 평소에는 멀쩡한데 술만 먹으면 폭력을 휘둘러요!
술을 마시면 충동을 억제하는 기능이 약화되고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행위를 하기 쉽습니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음주는 아내 구타와 밀접히 관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해자의 음주량이 많아질수록 아내를 구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남편의 음주를 가정폭력의 주요원인으로 지목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가정폭력 사건의 70% 정도는 가해자가 만취한 상태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폭력에 대해서는 가족들이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혼 초기부터 극단적인 폭력이 오가는 경우보다는 점점 폭력의 강도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폭력의 기미가 보일 경우 폭력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절대로 폭력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행동을 통해 분명히 인식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1366(여성위기전화)과 같은 전문기관이나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술을 마시고 반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음주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구실을 찾고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고통과 불행의 원인을 술과 자신을 제외한 자신의 외부 세상에 돌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주로 가족들, 특히 배우자에게 그 원인을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그 사람이 어떤 이유를 대어서 폭력을 일삼는다 하더라도 그 내용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될 수 없는 것입니다.
case2 우리 남편은 술만 마시면 울어요!
알코올은 뇌의 감정조절중추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감정을 억제하고 통제하던 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에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들이 터져 나오게 됩니다. 한바탕 울고 나면 감정적인 해소를 경험하게 되어 후련해짐을 느끼는데 이렇게 해방감을 느껴본 사람들은 그러한 감정적인 해방감을 또 맛보기 위하여 반복적으로 술에 탐닉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고, 당신의 감정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담아 두지 않고 그때 그 때 풀어냄으로써 해소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감정 표현을 위한 훈련을 받거나 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case3 술만 마시면 필름이 끊겨요!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긴다는 것은 일종의 기억상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나 기존의 기억은 멀쩡히 있어 집을 찾아가거나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나 술이 취한 상태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기억하지 못하며, 이러한 기억상실은 술이 점차로 깨서 혈중 농도가 떨어질 때까지 지속됩니다.
이들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에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한 행동이나 수치스런 짓을 했을까 두려워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필름이 끊어진 기간 동안에 벌어진 일에 대하여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물건을 부수었다면 치우지 말고 그대로 놓아두십시오. 때로는 술에 취한 동안의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로 녹화를 하여 다시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술에 취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자신의 망가진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술에 취해 벌이는 추태를 보면서도 자신은 그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case4 술만 마시면 무조건 돈을 내요!
술을 마시면 판단력이 상실됩니다. 무조건 돈을 내는 것도 이러한 판단력의 상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술이 깨고 나면 자신의 이런 행동을 후회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맹세하지만 또 반복됩니다. 그것이 바로 술의 작용입니다.
이럴 경우 술값으로 다 내서 용돈이 떨어져도 도와주지 말고, 엄청난 카드명세서가 돌아온다 해도 본인의 힘으로 해결하도록 내버려두십시오. 음주 후의 이러한 자신의 습관으로 인해 쓰디쓴 경험을 하게 되면 자신이 방법을 찾고자 할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할 상황이 생기면 카드를 놓고 나가든지 다른 방법을 쓰겠지요.
case5 술만 마시면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필름이 끊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억기능에 장애가 발생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는 술버릇이라기보다는 알코올의 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술만 취하면 예전의 특정한 사건이나 기억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그 사람에게 있어서 해결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심리적인 숙제인 셈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일단은 한 번만이라도 그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십시오.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게 되면 그 사람은 다음 번에 술을 마시고 와서 또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게 될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던 숙제들을 마칠 수가 있습니다. 당신이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전달하십시오.
고약한 술버릇 고치려면…
우선 자기 자신이 자신의 술버릇과 그 술버릇으로 인해서 파생되는 결과에 대하여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필요하다. 본인이 어떠한 술버릇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어떠한 결과들이 발생하였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이 된다.
이때 아내들의 잔소리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편들이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치는 경우 부인들이 잔소리를 하면서 그 뒷수습을 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남편들은 잔소리 좀 듣고 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알고, 사고를 저지른 것에 대해 죄 값을 치렀다는 식으로 자신만의 계산을 끝내게 된다.
강향숙 정신사회보건복지사는 “술로 인해 얻는 것과 술로 인해 잃는 것 사이의 대차대조표를 한 번 작성해 보십시오. 만일 술로 인해 얻는 것이 더 많다면 술을 계속 드셔야겠지요. 하지만 잃는 것이 더 많다면 이제는 단호하게 술을 끊어야 할 때입니다.”라고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