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백경미 기자】
【도움말 |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김명자 교수】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온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설날을 보내면서 액운을 쫓거나 건강을 부르는 풍습을 행했다. 요즘은 많이 사라졌지만 복조리를 집 앞에 걸어놓는다든지 연을 날린다든지 하는 풍습은 아직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설날 풍습을 알아보고 2007년 건강하고 행운이 가득한 한해를 기약해보자.
설날 풍습,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
설날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명절로서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이다.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정초는 천지가 개벽되어 세상이 시작되는 것에 비유될 만큼 중요하고 신성한 때이다.
설날하면 사람들은 제사를 지내고 음복을 하는 모습이나 송편을 빚는 모습, 세배하는 모습 등 가족과 함께 하는 단란한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생활이 점점 서구화되어 가면서 우리가 예부터 중요하게 여기던 설날 풍습은 서서히 잊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사람은 그런 미신 따위는 믿지 않는다면서 외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문화를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김명자 교수는 지적한다.
“사람들은 오늘날 공동체문화가 해체되어 명절의 의미가 없다고 비관적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비록 예전의 행사는 퇴색되었지만 그렇다고 전통문화 자체를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본질적인 목적은 전통문화의 이해로서 오늘의 문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진단하며, 미래의 우리 문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려는 데 있습니다.”라고 강조한다.
건강을 부르는 설날 풍습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의 설날은 음력 정월 초하루지만 정월 대보름까지 명절기간으로 여긴다. 이때에는 각종 소망을 기원하는 세시풍속이 행해지는 데 질병이나 건강과 관련된 세시는 대체로 예방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즐거운 명절 설에 건강을 부르고 질병을 내쫓는 세시 풍습을 알아보자.
머리카락을 태우는 원일소발(元日燒髮)
설날 저녁, 일년간 머리를 빗어 모았던 머리카락을 태우는 풍습이다. 이는 연기로 잡귀를 쫓는다는 의미와 머리카락이 빠지는 염병(장티푸스)을 막는다는 의미가 있다. 장티푸스에 걸리지 않더라도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머릿결이 거칠거나 쉽게 빠질 수 있다. 그러기에 원일소발은 단순히 머리카락 건강을 위한다기보다 몸의 건강을 위해 행해졌던 것이다.
승려들의 축원 법고(法鼓)
정초에 승려들이 속세로 내려와서 이 집 저 집을 다니면서 목탁을 치며, 부처님과 좋은 인연을 맺으라고 권고하는 염불을 한다. 승려들은 떡 한 개를 속세의 떡 두 개와 바꾼다. 승려들이 가져온 떡을 승병(僧餠)이라 하며 이 떡을 아이들이 먹으면 천연두를 앓지 않는다고 한다.
무좀을 예방하는 널뛰기
예부터 설날에 모두 모여 널을 뛰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무좀을 예방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있다.
액운을 막는 삼재막이
삼재(三災)란 액운이 든 해를 말한다. 원래 삼재는 수재(水災)·화재(火災)·풍재(風災), 또는 병난(兵難)·질역(疾疫)·기근(饑饉)을 말하며 여기서 삼재는 이들을 포함하여 모든 액운을 뜻한다. 삼재는 나이에 따라 들어오게 되는데 9년마다 들며 3년 간 머문다. 이때는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삼재법은 출생 년의 띠와 관련시켜 뱀, 닭, 소해에 출생한 사람은 돼지, 쥐, 소해에 삼재가 들고 원숭이, 쥐, 용해에 출생한 사람은 범, 토끼, 용해에 삼재가 든다. 그리고 돼지, 토끼, 양해에 태어난 사람은 뱀, 말, 양해에 삼재가 들며, 범, 말, 개해에 태어난 사람은 원숭이, 닭, 개해에 삼재가 든다. 삼재막이로는 설날에 매를 그려서 벽이나 문에 붙여 액을 막는 방법이 있는데 민간의 세화 풍속도 그 한 방법이다.
부스럼 예방하는 부럼
대보름날 새벽이면 호두·잣·밤 등 견과류를 깨무는 데 이를 부럼이라 한다. 처음에 깬 부럼은 창문 밖으로 던지며 ‘내 부럼’하고 외친다. 열매 이외에 무나 엿도 깨문다. 부럼을 깨면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까닭은 발음에 있다. 비슷한 발음을 가진 부럼을 깨면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는 일종의 주술적인 관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좋은 소식 듣게 되는 귀밝이술
역시 대보름날 아침에 청주를 마시니 이는 귀밝이술이다. 이 술을 마시면 한 해 동안 좋은 소식을 듣고 귀가 밝아진다고 하는데 귀의 건강과 관련된 세시풍속이라 할 수 있다.
두 다리가 튼튼~다리밟기
대보름날 밤에 다리밟기를 한다. 한자어로는 답교(踏橋)라고 하는데 답교를 하면 일년간 건강한 다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건너는 다리와 사람의 다리의 발음이 같은 데서 기인한 것이다. 열두 다리를 밟으면 일년 열두 달 액을 면한다 하여 밤을 새우며 여러 다리를 밟았다.
이처럼 정월 설 명절기간에는 건강한 삶을 위하여 여러 가지 세시풍속이 행해지는데 대체로 주술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정월은 한 해가 시작되는 깨끗하고 신성한 기간이어서 신(神) 또는 초월적인 힘이 인간의 소망을 이루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명자 교수는 “한해동안 나쁜 일은 물러가고 좋은 일만 생길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즐거운 명절을 보내는 것이 풍습을 행하는 의미”라고 밝히고 “소중한 명절 설날에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진 전통문화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