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
찜통 같던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이 반가운 요즘이다. 하지만 일교차가 큰 가을철 환절기는 뇌졸중 위험도 커지는 시기라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할 때이기도 하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뇌졸중에 관한 한 가지는 “뇌졸중 증상이 발생한 즉시,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는 점이다. 뇌졸중 골든타임 내에 치료를 받느냐 아니냐에 따라 예후가 천지차이이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뇌졸중 증상을 재빨리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뇌졸중이 얼마나 위험하고 고통스러운지는 잘 알면서도 뇌졸중을 예고하는 증상과 징후는 알아채지 못해 뇌졸중 위험을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대로 알아두면 뇌졸중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뇌졸중 예고 사인(sign)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혹시 나도 뇌졸중 위험군?
환절기에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고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는 “일교차가 크면 갑자기 혈압이 상승해 혈관 출혈이 생길 수 있고, 갑자기 추위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혈전이 생기기도 좋은 상태가 된다. 또한, 일교차가 크면 감기에 걸리기 쉬운데 감기를 앓으면 몸에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혈관이 굳기 좋은 상황이 된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일교차가 크고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절기에 뇌졸중(뇌경색, 뇌출혈) 위험이 커지는데, 혈관이 좁아지거나 혈전으로 막혀 뇌세포에 혈액 공급이 안 되면 뇌경색이, 뇌혈관이 파열돼 출혈이 생기면 뇌출혈이 발생한다.
환절기라고 모든 사람이 다 뇌졸중 위험에 처하는 건 아니다. 배희준 교수는 “뇌졸중 환자의 4분의 1이 이전에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들”이라며 “첫째는 뇌졸중을 비롯한 혈관질환을 경험했던 사람, 둘째는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셋째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건강하더라도 나이가 많다면 뇌졸중 위험이 있다. 따라서 노년층이라면 언제 발생할지 모를 뇌졸중에 재빨리 대처하기 위해 뇌졸중 예고 사인을 반드시 숙지해두어야 하겠다.
이것만은 기억하자! 뇌졸중 예고 사인 ‘FAST’
일반인이 전문의처럼 뇌졸중의 미세한 증상까지 알아두기는 쉽지 않다. 배희준 교수는 “간단하면서도 핵심적인 뇌졸중 의심 증상과 대처법만은 알아두자.”며 “FAST를 기억하라.”고 말한다. ‘빨리’를 의미하는 FAST(패스트)는 Face, Arms, Speech, Time의 약자로 뇌졸중의 핵심증상과 대처요령을 담고 있다.
Face : 한쪽 얼굴에 마비가 오거나 (미소를 지었을 때 얼굴의 좌우 모양이 다르다.)
Arms : 한쪽 팔다리에 힘이 없거나 (한쪽 팔과 다리의 힘이 약하거나 처진다.)
Speech : 말이 어눌하면 (발음이 어눌하고 대화를 잘 이어가지 못한다.)
Time : 즉시 병원으로! (한 가지라도 속한다면 즉시 응급치료가 필요하다.)
배희준 교수는 “세 가지 증상 중 하나라도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로 가야 한다.”며 “FAST 정도의 증상만 잘 알아채서 대처해도 급한 치료가 필요한 뇌졸중의 70~80%는 좋은 예후를 보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밖에 ▶시야 장애(왼쪽과 오른쪽 중 한쪽이 잘 보이지 않거나 한쪽의 반이 보이지 않거나 갑자기 물체가 둘로 보인다) ▶어지럼증(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평지인데 배 위에 있는 것처럼 땅이 출렁거린다) ▶심한 두통(평생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극심한 두통 또는 의식장애 및 구토가 나타난다) 등도 뇌졸중 의심 증상이다.
뇌졸중 의심 증상 확인 테스트~!
간단하고 기억하기도 쉬운 뇌졸중 의심 증상 FAST! 머릿속에 잘 자리를 잡았는지 테스트를 해보자.
다음 증상 중 뇌졸중 증상은 무엇일까요?
● 얼굴(눈꺼풀)이 실룩거린다.
● 손발이 저리다.
● 손발이 시리다.
● 손이 떨린다.
● 뒷골(뒷목)이 뻐근하다.
정답은 ‘없다.’이다. 배희준 교수는 “이런 증상들은 모두 뇌졸중의 전형적인 증상이 아니다. 뇌졸중 증상의 전제 증상은 ‘갑자기’ ‘한쪽만’”이라며 “뇌졸중 증상은 ‘갑자기’ 생기고, ‘한쪽만’ 생기기 때문에 이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양쪽 손발이 저리고 시리다면 뇌졸중 증상이 아니지만, 한쪽 손발이 갑자기 시리고 저리다면 뇌졸중 가능성이 있다.
뇌졸중 증상과 함께 반드시 기억해두자. ▶뇌졸중 증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갑자기’ ‘한쪽만’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뇌졸중 증상이 나타날 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뇌졸중 증상이 나타났을 때 환자나 주변 사람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해야 할 것!
1. 119에 전화! 즉시 병원으로!
뇌졸중이 발생하면 ‘4~6시간 이내에 모든 치료를 마쳐야’ 한다. 그래야 예후가 좋다. 따라서 뇌졸중 발생 후 골든타임인 2~3시간 이내에는 반드시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 가족이나 친지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 것
● 휴일이나 야간에 발생한 경우, 그 다음 날 외래 진료 때까지 기다리지 말 것
● 119는 급성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알고 있다. 구급대원에게 병원에 환자 이송을 미리 알리도록 요청할 것
2.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 반드시 ‘급성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갈 것
● MRI, CT 등 급성 뇌졸중 검사가 가능한 병원으로 갈 것
3. 환자가 토할 것 같으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줄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1. 뇌졸중이 발생한 사람에게, 병원 가지 않고, 손끝을 따고 기다리는 일
2. 팔다리가 마비된 환자에게, 병원 가지 않고, 팔다리를 주무르면서 기다리는 일, 병원 가지 않고, 침을 놓고 기다리는 일
3. 의식 장애가 와서 깨어나지 않는 환자에게, 물을 먹이는 일, 우황청심원 등의 약을 먹이는 일
뇌졸중은 시간이 제일 중요하기에 뇌졸중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회적인 뇌졸중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배희준 교수는 “119 구급대원이 환자의 상태를 보고 뇌졸중인지를 알아챌 수 있어야 하고, 그 즉시 급성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동시에 뇌졸중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는 것을 의사에게 알려줄 수 있어야 하며, 이송한 환자에 대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사회 안전망이 구축될 때 뇌졸중 골든타임 내에 신속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를 위한 9대 생활수칙
【출처 | 대한뇌졸중학회 www.stroke.or.kr】
1. 금연하기
흡연자는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2배이며, 흡연하는 당뇨병 환자는 비흡연자보다 합병증이 더 일찍 발생한다. 간접흡연도 피해야 한다.
2. 절주하기
술은 하루에 한두 잔 이하로 줄이고, 고위험 음주는 피한다.
*고위험 음주: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자는 소주 7잔(맥주 5캔) 이상, 여자는 소주 5잔(맥주 3캔) 이상 마시는 것.
3. 싱겁게 먹고 채소와 생선은 충분히 먹기
짠 음식을 즐기면 혈압이 높아진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채소류와 해조류 등 섬유소가 많은 식품을 충분히 섭취한다.
4.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기
적절한 운동은 혈압과 혈당을 낮추고 체중을 감소시킨다. 주 5회 이상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체조 등 유산소운동을 한다. 여러 번으로 나누어 총 30분의 운동을 해도 같은 효과를 내므로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자.
5.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 유지하기
비만으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의 위험이 증가되고, 뇌졸중 발생률도 높아지므로 체중관리가 필요하다.
6.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기
스트레스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부정맥을 유발해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잘 관리하도록 한다.
7. 정기검진하기
40대 이후에는 정기검진을 통해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알고 있어야 한다.
8.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치료하기
약물치료는 반드시 의사 처방을 받아서 하고, 운동·저염식·체중조절·금연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9. 뇌졸중 응급 증상 숙지하기
갑작스러운 마비, 어눌한 말투, 시각장애, 보행장애 등이 나타나면 뇌졸중을 의심해보고, 뇌졸중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