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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비결] 호르몬 다스려 당뇨 고치는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

2019년 05월호 20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당뇨병이라도 관리 잘하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습니다!”

번지수를 잘 찾아왔다. 환자에게 하는 당부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의사를 만났다. 자신이 쓴 책 내용대로 사는 의사를 만났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내분비·당뇨병센터 소장)다. 많은 의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의사가 하라는 대로는 살면 건강하지만 의사처럼 살면 안 된다.”고. 이번엔 달랐다. 의사처럼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에너지 넘치는 모습과 동안인 얼굴, 그리고 여유 있는 마음이 그것을 증명했다. 환자의 하루 일과를 바꿔 당뇨병을 고치는 명의, 안철우 교수를 만나봤다.

언행일치의 좋은 예

안철우 교수의 아침은 남들보다 이른 오전 5시에 시작되고 잘게 쪼개진다. 일어나면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 후 신문을 본다. 신문을 다 보면 5~10분 동안 명상을 하고 그 후에는 10~20분 영어 공부를 한다. 6시쯤에는 집에서 나와 피트니스센터로 간다. 그곳에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1시간가량 하고 7시 30분경 병원에 출근한다. 이런 생활을 10년 넘게 매일 해왔다.

병원에 출근하면 의사 모드로 바뀌는 의식이나 다름없는 메일 확인을 한다. 운동 모드일 때는 운동에만 집중하고 진료, 회진, 당뇨병 연구 등 일 모드에 진입하면 일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식사는 영양소별로 골고루 맛있게 먹고, 일주일에 2번 정도 밤에 반신욕을 한다.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고, 체온을 올려 면역력을 높여주는 행복한 시간이다. 반신욕을 하는 습관은 무려 20년이나 되었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던 경험을 살려 일주일에 한 번은 친구들과 모여 연주를 하고, 틈틈이 음악감상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그리고 매일 밤 10시~11시에는 잠자리에 든다. 백해무익 담배도 끊은 지 오래다.

안철우 교수는 그를 찾아오는 환자에게 건강하게 살려면 규칙적으로 살아야 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며, 걷기 같은 운동을 자주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두 안철우 교수의 생활습관과 일치하는 것들이다. 자신이 지금 실천하고 있고 또 효과를 보고 있기에 환자의 가슴에 더 와 닿는 조언을 할 수 있다.

인슐린 호르몬을 관리하라!

당뇨병이 전문 진료 분야인 안철우 교수는 당뇨병 진단으로 놀란 환자의 가슴을 안심시키는 역할도 자신이 해야 한다고 여긴다. 우리나라는 당뇨병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당뇨병 환자는 400만 명이 넘고, 당뇨병은 아니지만 당뇨병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은 공복혈당 장애를 가진 사람까지 포함하면 당뇨병 고위험군이 1000만 명에 이른다.

“당뇨병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합병증이 문제가 됩니다. 당뇨병이라도 절망하지 마세요. 당뇨병이 있어도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당뇨병이어도 건강관리를 잘해서 합병증이 없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 안철우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식이관리와 운동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환자들이 ‘당뇨병이니까 좋은 시절은 다 갔다.’고 생각하지 않고 ‘당뇨병이 있어도 노력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믿게 하는 방법은 한 가지였다. 실제로 당뇨병이어도 건강하게 잘 지내는 사람이 많아지면 되는 것이다. 30년 가까이 당뇨병을 연구하고 치료해 온 안철우 교수는 각각 당뇨병이 생긴 원인을 찾아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했다.

특히 공을 들인 것은 인슐린 호르몬 연구였다. 인슐린 호르몬은 혈당을 적당한 양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서 당뇨병이 생기는데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 호르몬에 대한 반응이 정상보다 감소된 것을 말한다. 즉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혈당이 조금밖에 떨어지지 않는다. 혈액 속 혈당이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끈끈한 찌꺼기가 엉겨 붙고, 이 찌꺼기 때문에 혈관이 막히거나 혈관에 상처를 내서 결국 몸 전체가 망가진다.

인슐린 발목 잡는 스트레스

“인슐린 저항성을 치료하는 것은 당뇨병을 포함한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그리고 인슐린 기능을 정상화하려면 운동요법과 식이요법만 한 것이 없습니다.”

서구화된 고열량&고지방 식단, 불규칙한 식사습관, 폭식이나 과식, 밀가루 음식처럼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기 쉬운 몸이 된다. 운동 부족, 과체중 및 비만도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주된 원인이다.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려면 스트레스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은 인슐린과 반대되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오래 이어지면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어 혈당 조절이 안 된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나 당화혈색소 같은 수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잠깐의 수치에 긴장하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당뇨병은 길게 봐야 하는 병이다.

“오늘 예상보다 많이 먹었으면 내일부터는 다시 원래대로 먹겠다고 다짐하고,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너무 먹고 싶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당지수가 낮은 음식과 같이 먹는 방법을 택하세요. 식습관 관리와 운동 관리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이겨낼 자신만의 방법을 생각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한편 안철우 교수는 당뇨병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인슐린 호르몬을 비롯해 성장호르몬, 멜라토닌 등의 호르몬 연구를 오래 해왔다. 호르몬은 몸속에 있는 수많은 장기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호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호르몬 연구를 계속할수록 호르몬이 몸속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면 젊음과 건강은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확신한 안철우 교수는 <아! 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었어?><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호르몬이 만든다>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급증하는 당뇨병, 예방·관리·치료 삼박자 필수!

중국 한나라 말기 때의 명의 ‘화타’는 자신이 아닌 두 형을 더 훌륭한 명의로 꼽았다. 그리고 두 형 중에서도 첫째 형을 높게 평가했다. 화타의 생각은 이랬다. 자신은 중병이 걸린 사람을 고치지만 둘째 형은 작은 병일 때 큰 병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고치는 사람이니 자신보다 낫고, 첫째 형은 여기에서 나아가 병이 아예 생기지 않게 예방하는 의술을 펼치니 천하의 명의로 본 것이다.

안철우 교수는 화타의 첫째 형, 화타의 둘째 형, 화타가 각각 추구하는 의술의 중요성을 잘 안다. 한때는 줄기세포로 당뇨병을 치료하는 연구에 몰두했고, 최근 이슈가 되었던 먹는 인슐린을 만드는 연구에도 많은 노력을 쏟은 바 있다. 또한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한 당뇨병 관리 시스템, 혈액을 통해 합병증을 예측하는 등의 당뇨병 진단 기술 특허도 보유 중이다.

이러한 안철우 교수가 얼마 전부터 더욱 정성을 기울이는 일이 있다. 당뇨병 예방법과 당뇨병이라도 건강하게 함께 사는 법 알리기다.

“이미 생긴 병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건강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고, 병이 있을 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도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봅니다.”

▲ 안철우 교수는 당뇨병 예방법과 함께 당뇨병이라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널리 알리고 있다.

안철우 교수는 마지막으로 당뇨병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한 의사와 꾸준히 관리할 것을 당부한다. 부부라도 좋을 때가 있고 싫을 때가 있듯 의사와 환자 사이라도 기분이 상할 때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감정이 상할 때마다 쇼핑하듯 의사를 바꾸는 것은 당뇨병 관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평생 관리해야 하는 당뇨병은 나의 환경, 나의 습관, 나의 몸 상태, 나의 당뇨병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꼭 필요하다.

안철우 교수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상태를 살피려고 주말에도 회진을 돈다. 환자는 자신을 주치의로 여기고 주말에도 입원해 있는데 의사가 주말이라고 나몰라라 할 수 없어서다. 이러한 주치의와 함께라면 당뇨병 관리라는 험난한 여정이 훨씬 편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안철우 교수와 같이 환자에게 마음을 활짝 여는 주치의와 가까워질수록 주치의를 더는 찾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시간이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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