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90% 폐암 예방법은 금연입니다”
“폐암 하나 주세요!” “후두암 1mg 주세요.” “뇌졸중 두 갑 주세요.”
요즘 TV 전파를 타고 있는 금연광고 카피다. 이 광고가 전파를 타면서 흡연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담배=폐암=후두암=뇌졸중’으로 싸잡아 호도한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결코 과장된 표현은 아니라고 잘라 말하는 사람!?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김흥태 교수다.
그는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전체 암 중에서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폐암의 천적을! 바로 ‘금연’이다. 금연만으로도 폐암 발생률 80~90%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언제나 폐암의 일급 예방법으로 금연을 권하고, 우리나라 폐암 치료의 큰 물줄기도 주도하고 있는 김흥태 교수! 그런 그가 밝히는 폐암, 그 두려움의 덫에서 벗어나는 해법은 과연 뭘까??
정말 불치병일까?
서울대 의대 시절, 김흥태 교수가 종양학을 전공한 이유다. 1980년대 인기학과는 단연 소화기내과였다. 환자도 많았고, 전망도 밝았다.
하지만 종양학은 달랐다. 치료가 어려운 불치병이었다. 의료인에게도 절망감만 안겨주는 병이었다. 그래서였다. 종양학을 선택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거라는 도전의식도 한몫 거들었다.
그랬던 행보는 미국국립암연구소 연수를 다녀오면서 또 한 번 변곡점을 맞게 된다. 종양학 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암에 속했던 폐암 쪽으로 연구 가닥을 잡은 것이다. 사망률도 가장 높아 악명이 높은 폐암! 그래서 연구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길을 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폐암 권위자 김흥태 교수의 오늘을 있게 한 자양분이 됐다.
폐암 명의가 밝히는 폐암 치료의 현주소
갑상선암 거의 100%, 유방암 90%, 위암 70%…. 암 진단 후 5년 생존율을 나타내는 수치다. 이제 암 진단을 받아도 5년 생존율이 쭉쭉 올라가면서 암도 치료 가능한 시대로의 진입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흐름에 나홀로 비껴서 있는 암이 있다. 폐암이다. 췌장암과 더불어 암 발병 후 예후가 가장 나쁜 암의 쌍두마차로 불리며 치를 떨게 하고 있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흥태 교수는 “폐암은 조기 진단율이 20%밖에 안 된다.”고 말한다. 조기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엑스레이를 찍어도 폐의 25%가 가려져서 중심부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단이 늦어지고, 그래서 치료가 힘들어진다. 4기 폐암으로 진단을 받으면 별 방법이 없을 정도다.
설상가상 CT로 조기 발견이 된다 해도 다른 암에 비해 치료율도 현저히 낮은 편이다. 그야말로 나쁜 암의 총 집합체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2000년대까지만 해도 폐암은 1년 이상 살기 힘든 암이었다. 1980년대까지는 폐암 진단 후 6개월을 살았고, 2005년까지는 10개월을 살았다.
이 같은 현실에 반전의 포문을 연 것은 이레사였다. 2003년 개발된 폐암 표적치료제 이레사의 등장으로 비로소 폐암 치료에도 새로운 서막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를 필두로 2004년 타세바, 2005년 아바스틴 등 해마다 꾸준히 항암제가 개발되면서 비로소 폐암도 1년 이상 생존 가능한 암으로 돌아섰다.
김흥태 교수는 “이레사를 필두로 한 다양한 표적항암제가 개발되고, 환자들에게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폐암 환자의 생존율이 6개월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그것은 10여년 만에 이룬 의학적 쾌거였다.”고 말한다.
그래서 현재 폐암의 평균 생존율은 치료 안 하면 6개월을 살고, 치료하면 1~2년을 산다. 1년 미만이던 생존율이 1년 이상으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2015년에는 모든 폐암에 두루 쓸 수 있는 면역T세포 활성 항암제 니볼루맵(Nivolumab)의 개발로 폐암 치료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택적으로 폐암세포만 죽일 수 있어 폐암 치료의 토네이도급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폐암은 여전히 난공불락의 암이다. 생살여탈권을 쥔 암이다.
그렇다고 너무 겁부터 먹는 것은 이르다.?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90%를 웃도는 확실한 예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김흥태 교수는 “폐암은 80~90%가 흡연과 관계가 있다.”며 “그래서 폐암의 가장 중요한 치료법도 금연”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폐암 검진 권고안보다 우선한다고 말한다. 참고로 2015년 발표된 7대 암 검진권고에서 폐암의 검진 권고 대상은 다음과 같다.
1. ?3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2. 금연한 지 15년이 안 된 사람
3. 저선량 CT를 1년에 한 번씩 찍으면 조기검진 효과가 있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등급은 B등급이라고 했다. 이렇게 한다 해도 100% 예방 효과는 없다는 뜻이다. 김흥태 교수는 “조기검진보다 금연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담배 피우면서 조기 검진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그래서다. 폐암의 애꿎은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첫째도 금연, 둘째도 금연, 셋째도 금연이다. 오죽했으면 세계폐암학회에서 폐암의 발병 원인 10가지를 발표하면서 1~9까지를 ‘흡연(Smoking)’이라고 했을까? 10번째 발병 원인 또한 간접흡연을 꼽았다.
폐암 명의는 어떻게 살까?
오늘도 사망률 높은 폐암의 5년 생존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군분투 노력 중인 김흥태 교수!
보건복지부 산하 암정복추진기획단 단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우리나라 암 정복의 큰 밑그림을 그리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산다.
장차 새로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제시해보고 싶은 야심찬 포부도 갖고 있다. 그 꿈을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열심인 그에게 건강비결을 물었다.
“절제하는 삶을 삽니다. 과한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 바른 생활의 표본과도 같은 삶을 산다.
● 음식을 먹을 때는 적게 먹되, 하루 세끼는 꼭 먹는다. 공복 상태가 오래 되면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 암 예방에 기본이 되는 채소와 과일은 골고루 먹는다. 그 대신 탄수화물 섭취는 조금 적게 하는 편이다.
● 술과 담배는 안 한다. 좋지 않은 건 하지 말자는 주의다.
● 운동은 짬짬이 한다. 병원에서 계단으로 이동하기, 시간 나는 틈틈이 뒷산 오르기, 3분 이내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기 등은 늘 실천한다. 하루 30~40분 운동하기는 생각만큼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고 한다.
● 드라마 보면서 울고, 영화 보면서 웃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감정에 솔직한 편이다. 감정을 이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
김흥태 교수는 “영양제 하나 안 먹는 평범한 생활을 하지만 건강도 언제나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다.”고 말한다. 하루 세끼 골고루 먹고, 되도록 많이 움직이고, 마음에 그늘을 두지 않고 하루하루 감사한 삶을 살면 건강도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긴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끝까지 당부하는 말은 다음 세 마디다.
첫째, 폐암 환자의 85~90%는 흡연력이 있다는 것이고~
둘째, 금연을 하면 90%에서 폐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고~
셋째, 폐암 예방법 가운데 가장 확실한 것은 금연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담배만큼은 반드시 끊을 것을 신신당부한다.
폐암 명의 김흥태 교수 추천~ 폐암 예방 수칙 8가지
1. 담배를 피우지 말고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도 피하기
2.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고, 다채로운 식단으로 균형 잡힌 식사하기
3. 음식은 짜지 않게 먹고 탄 음식 먹지 않기
4. 술은 하루에 두 잔 이내로만 마시기
5.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하기
6. 자신의 체격에 맞는 정상체중 유지하기
7.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장에서 안전 보건 수칙 지키기
8. 암 조기 검진 지침에 따라 빠짐없이 검진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