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신승철 ( 대한구강보건협회장, 단국치대 교수)】
불소의 재발견
충치는 우리가 먹는 음식 중 탄수화물, 특히 설탕 성분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은 20세기 초에 밝혀졌다. 하지만 설탕이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그 소비량이 늘어남에 따라 전 세계 아동들의 충치 발생률은 20세기 중반에 들어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선진국들에서는 충치를 예방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게 되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방법이 불소 성분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불소는 불활성 기체로서 이 세상의 공기, 물 등에 극미량 존재한다. 특히 바닷물 속에 더 많이 녹아 있다. 원소 자체가 불안정하여 항상 나트륨이나 주석 또는 인산 등과 합쳐져서 불소화합물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리고 독성도 강하여 일시적으로 많이 섭취 시에는 인체에 위험한 준 독극물에 해당된다. 그런데 극미량이나 적절한 양을 사용할 때에는 인체에 유용한 훌륭한 약재가 되는 것이다.
이런 논리로 본다면 모든 약은 독이 있고 모든 독은 약으로 쓸 수 있다는 논리와 같다. 우리가 근래에 좋은 약으로 흔히 잘 사용하고 있는 페니실린이나 항생제도 따지고 보면 곰팡이 균으로부터 만들었고, 그 양을 엄청 많이 쓴다면 큰 독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물리면 죽을 수도 있는 독성이 강한 동물들의 독도 그 양을 적당히 그리고 가공하여 적절히 쓴다면 훌륭한 치료제로써 쓸 수 있는 것이 많다. 이러한 개념으로 불소라는 천연 원소의 독극물을 극미량 사용하여 충치를 예방하는 것이다.
극미량의 불소 성분이 치아 조직과 결합이 된다면 칼슘과 인 성분이 교묘히 결정 상태로 이루어진 치아조직인 수산화인회석 결정구조가 불화인회석이라는 결정구조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본래의 수산기 분자구조가 분자 구조가 훨씬 큰 불소 분자로 바뀐다. 그 결과 분자 간의 거리가 짧아지고 더욱 촘촘한 구조, 즉 단단한 구조 결정체로 바뀌게 된다. 또 산에 대해서 견디는 힘인 내산성도 커진다.
구강 내 충치균들이 우리가 먹은 당을 먹고 배설한 산이 치아에 묻어 치아 표면이 녹는 현상을 충치라고 볼 때, 불소 결합 치아는 산에 견디는 힘이 크므로 충치를 예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대한 입증은 손쉽게 가능하다. 계란을 우리가 요리할 때 사용하는 식초에 담가보면 심한 거품을 발생시키면서 껍질이 녹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불소를 바른 계란을 식초 속에 담그면 훨씬 덜 녹는 비교된 현상을 볼 수 있다.
불소를 잘 쓰면 최고의 충치 예방제
불소를 이용하여 충치를 예방하는 방법은 극미량을 매일 조금씩 먹는 방법과 다소 높은 농도의 불소를 치아 표면에 바르는 방법이 있다.
극미량을 매일 먹이는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수돗물 불소화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70여 년 전부터 대다수의 큰 도시로부터 1 ppmF의 농도로 수돗물에 불소를 넣었고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충치 예방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미국국립보건원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 충치 예방사업은 세계보건기구의 권장으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가서 현재 60여 개 나라에서 수돗물 불소화로 국민적 충치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이 사업으로 인한 부작용은 체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동양인들에서 다소의 반상치 발생 증가 의혹 외에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래서 농도를 다소 낮추어 0.5~0.8ppmF 정도로 조정했더니 그 반상치도 생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부터 진해와 청주를 시작으로 전국 30여 개 도시에서 0.8ppmF 농도로 수돗물 불소화를 시도했고, 10년 후 평가에서 좋은 충치 예방 효과를 보았다는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분들이 시민 단체들과 연합하여 인위적으로 불소를 타는 것을 반대하여 각 도시마다 그 사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보건복지부 발표로는 20여 개 도시에서 행하고 있다고 하나, 필자가 직접 조사해 보니 불과 몇 개 도시도 남지 않아서 우리나라의 국가적인 수돗물 불소화사업은 안타깝게도 실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연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자연적인 수돗물에도 보통 0.2~0.3ppmF 정도의 불소는 함유되어 있고, 실제로 지역에 따라 지하수에 0.8ppmF 되는 음용수를 먹고 있는 지역 주민들도 있어 알게 모르게 충치 예방에 혜택 받은 국민도 있다.
그 논리대로라면 그 지역에서는 불소를 희석시키는 일을 해야만 할 터인데 그런 움직임이나 운동은 없다. 자연적이기 때문이란다.
정말 순수한 물은 증류수이다. 순수한 물을 먹겠다고 증류수를 먹으면 금방 설사한다. 인체는 여러 가지 광물과 원소가 섞인 물을 먹어야만 한다. 그중 하나가 불소이다. 왜냐하면 바닷물 속 어패류 속에 많은 양의 불소가 있어 우리는 늘 그것을 먹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 불소화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것을 보며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외국에서는 필요에 따라 불소 우유나 불소 소금을 팔기도 하여 원하는 시민들만 사용토록 하는 나라들도 많기에 우리도 한 번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다른 불소 사용법은 바로 치과에서 다소 고농도의 불소를 치아에 발라주는 전문가 불소 도포법이다. 보통 2% 불화나트륨이나 8% 불화주석 또는 1.23% 산성불화인산염 등을 사용하는데 치과에서 충치 예방으로 젤 형태나 이온도입기기를 사용하여 불소화합물을 전기분해하여 불소 이온만 치아에 결합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제까지 한국의 치과계에선 예방 진료를 거의 하지 않던 경향이 있었기에 불소를 발라주는 치과가 그리 흔하지는 않았다. 충치가 잘 발생할 만한 아이, 그리고 노인 또한 교정치료를 받거나, 충치 치료를 많이 받았던 아이들은 반드시 치과에서 불소를 발라달라고 요구해 보자. 성인들은 충치가 덜 생길 나이이니 불소도포가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켈링 후 시린 이의 경우 인산 젤 타입이 아닌 형태의 불소를 바르기도 한다.
치과에서의 불소 도포와 더불어 각 가정에서는 불소치약을 많이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아동용은 500~700ppmF 정도 농도, 청소년용은 700~1000ppmF, 성인용은 1000ppmF 이상 농도로 제조되어 판매되고 있으니 각 연령에 맞도록 식구끼리 다른 치약을 사용토록 함이 좋겠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보건소를 중심으로 전국 학교나 유치원, 노인시설 등에서 0.05% 불화나트륨 용액으로 불소 용액 양치사업을 권장하고 있다. 점심 후 이를 닦고 불소용액을 조금만 입안에 물고 1분간 있다가 뱉는 방법이다. ‘수돗물 불소화도 잘 안 되고, 치과에 가서 불소도 안 바르니 이렇게라도 좀 하세요.’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하다.
불소 이용을 잘하면 충치를 50%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세계적인 효과 평가 논문들이 많이 발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