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 수는 2013년 기준으로 500만 명이 넘어섰다. 2009년에 비해 약 13%가 증가한 수치다. 혈관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환자 수 증가보다 훨씬 더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것이 개선될 가능성이 적다는 데 있다. 적절한 혈압 유지로 혈관 건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혈압을 올리는 요인들
수도관에 흐르는 물의 압력이 수압인 것처럼 혈압이란 혈관을 타고 흐르는 혈액의 압력이다. 수압이 낮으면 수도꼭지에서 물이 조금밖에 나오지 않고 수압이 너무 높으면 물은 필요 이상으로 세차게 나온다.
물이 조금밖에 나오지 않는 상태를 저혈압, 물이 너무 세차게 나오는 현상을 고혈압으로 비유한다. 그리고 수도관이 녹슨 상태에서 수압이 너무 높으면 수도관이 터지기도 한다.
그러면 혈압을 높이는 인자들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어느 특정 하나의 요인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혈압을 높이게 된다. 지금까지 밝혀진 몇 가지 요인에 대해서 언급해보자.
소금이 혈압을 높이는 주범이다?
일반적으로 현대의학계에서는 소금을 고혈압 발생의 주범으로 몰아세우고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밟아 발생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소금(나트륨) 과다로 인해서 → 세포 외액량이 증가하고 → 이것이 순환 혈액량의 증가를 가져오게 되며 → 이어서 심박출량의 증가, 말초혈관의 저항을 높여 → 고혈압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염식, 혹은 무염식을 강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짜게 먹는 것이 고혈압 등 성인병의 주범처럼 이야기 하고 있으니 소금 섭취를 줄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소금 섭취량은 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고혈압 환자는 줄지 않았고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왜 그럴까?
우리 몸의 자기조절시스템을 이해하지 않고 단편적인 지식만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물질 하나가 우리 몸에 들어가 동화되고 흡수되는 데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혈관 건강의 요점은 균형이다. 나트륨과 수분, 칼륨의 균형, 에너지 영양소와 대사 영양소의 균형 등이 중요한 것이지 소금을 좀 많이 섭취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 고혈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본태성 고혈압 환자에게 염분을 제한했을 때 혈압이 내려가는 경우는 약 30% 정도이며, 70% 정도는 혈압이 내려가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소금도 천일염이냐, 화학소금이냐에 따라서 혈압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이외에도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혈액 속에 녹아 있는 칼륨과 마그네슘 등의 전해질 농도, 비만, 음주, 운동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또한 유전적인 요소도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동맥경화가 고혈압의 주범이다?
수도관을 부식시키는 화학물질이 포함된 물이 오랫동안 수도관을 통과하면 수도관 내면에 녹이 슬어 다양한 이물질이 녹슨 부분에 침착된다. 그 관을 통과하는 물은 병이 든 물이 돼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것을 우리 혈관에 적용해 보면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 벽이 손상을 입게 되고 손상을 입은 부위에 다양한 물질, 예를 들어 콜레스테롤이나 피브리노겐 등이 침착된다.
그러면 혈관 내벽이 딱딱해지거나 궤양이 발생하게 된다. 혈관 내벽이 딱딱해지는 증상을 ‘동맥경화증’이라고 부른다. 동맥경화의 주범이 고혈압인 셈이다.
고혈압은 다양한 만성퇴행성 질환을 부르는 첫 관문이다. 고혈압 상태만으로는 생명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고혈압이 부르는 만병이 무섭다. 동맥경화증이 그 시작인데 동맥경화증에 따라 붙는 질환이 여럿이다. 뇌졸중을 포함한 뇌질환,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포함한 심장질환, 요독증과 신경화증을 포함한 신장질환 등을 촉발시킨다. 고혈압은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한다 하여 붙여진 별명이 ‘조용한 살인자’다.
혈압 관리, 알고 나면 어렵지 않다!
고혈당의 주범이 설탕을 포함한 탄수화물이라는 주장은 맞지만 고혈압의 주범이 소금이라는 주장은 30% 정도만 맞다. 소금을 적게 먹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다음의 내용을 숙지하고 실천함으로써 고혈압에 이르지 않게 해야 한다.
1. 금연과 절주는 기본이고 혈관을 강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혈관을 강하게 하는 방법으로 나트륨(소금), 수분, 칼륨의 균형과 함께 단백질과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이와 함께 냉·온욕을 자주 함으로써 튼튼한 혈관을 만들 수 있는데 혈관이 강하고 튼튼하면 설령 혈압이 일시적으로 높아진다고 해도 혈관이 터지는 일은 없다.
2. 늘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봉사활동 등을 통해 즐거움을 얻음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지만 그것의 많고 적음은 본인이 하기 나름이다. 걷기를 주로 한 활동이나 운동은 혈압 관리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는 필수요소다.
숙면과 쾌변 또한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낮에 적당한 활동을 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고, 채소와 전통발효식품 중심으로 밥상을 차리면 쾌변을 할 수 있다. 변비나 설사의 경우도 혈압을 올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자연식 밥상을 통한 쾌변은 고혈압은 물론 비만도 예방할 수 있다.
3. 소금과 사과, 혈압의 상관관계를 주목하자?
지금도 고혈압=소금(식염)의 등식을 인용, 소금의 양을 줄이라는 권고가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때 소금은 천일염이나 화학소금을 불문한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에 소금과 고혈압의 등식은 깨졌다. 고혈압 환자가 소금을 줄이면 혈압이 낮아져야 이 등식이 성립하는데 소금 섭취를 줄여도 혈압은 낮아지지 않는 사례가 더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니 오히려 소금 섭취를 줄이자 혈압이 더 높아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따라서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소금 섭취를 줄이는 감염요법을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본다. 체력이 약한 노인에게는 소금 섭취를 줄이는 감염요법을 함부로 적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사과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조사가 있다. 사과를 자주, 그리고 많이 먹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고혈압-뇌졸중에 의한 사망률이 낮다는 조사보고서가 있다. 사과의 경우 하루에 여러 개를 먹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사과즙의 형태로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는 사과에 함유된 칼륨의 작용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칼륨은 필요 없는 나트륨을 배출시키고, 말초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이 있다. 또 교감신경의 긴장을 억제하여 혈압이 높아지는 것을 방지함은 물론 혈압을 상승시키는 물질인 레닌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이로 인해 사과가 혈압을 낮춰준다는 근거는 명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의 칼륨은 신부전증 환자에게는 독이며, 비만인 환자에게도 적합하지 않다.
약으로 해결하는 고혈압은 어떨까?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는 평생 혈압을 내리는 약을 복용하며 혈압을 조절한다. 그리고 날마다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환자에게 참으로 고통스런 일이다.
고혈압에 대한 의학적 원인은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분명 고혈압 유발요인이 있다.
현재 고혈압인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 분명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화학소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한다든지, 혹은 고기를 많이 먹고 채소는 거의 먹지 않는다든지, 스트레스와 과로에 지친 자신을 발견했다든지, 인스턴트 가공식품을 포함, 화학첨가물이 다량 포함된 밥상에 길들여져 있다든지 하는 것 등 나름대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원인을 찾아내 해소함과 아울러 혈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밥상, 심리, 운동 등을 적절히 배합해 실행한다면 어떤 경우도 고혈압이라는 1차 증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혈압이 발단이 돼 2차적으로 유발되는 뇌졸중, 심장병 등과 같은 퇴행성질환을 차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