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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의 행복테라피] 끝모를 불황의 늪에서… 자포자기하는 ‘나’에게 위로가 되는 처방

2016년 04월 건강다이제스트 꽃잎호

【건강다이제스트 |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연구소장)】

불안한 미래가 현실이 되면서…

보험을 중간에 해약하고 받는 돈을 해약환급금이라고 한다.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보험을 중간에 해약하면 원금을 손해 보게 된다. 그런데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국내 25개 생명보험사의 누적 해약환급금은 16조 7937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02%(15조 6144억 원) 증가했다. 급히 돈이 필요한데 더 이상 돈을 꿀 수도 없는 처지가 되면서 손해를 보고도 보험을 해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에는 미래가 불안하다고들 했다. 그런데 불안한 미래가 이제는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젊어서는 보험금 10만 원쯤은 별 부담이 되지 않는다. 설마 10만 원이 없어 보험금을 밀리게 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실제 기업의 평균수명이 15년이라는 보고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평균수명은 10년 남짓이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회사가 없어져서 더 이상 다닐 수 없다. 처음에는 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곳을 찾는다. 하지만 뽑아주는 곳이 없다. 겨우 일자리를 다시 잡지만 월급이 반 토막이 난다. 노후대책이라고 믿어왔던 보험을 깬다. 어디 그뿐인가? 힘들게 마련한 집도 대출금을 못 갚아 팔아야 한다. 전세를 월세로 바꿔야 한다.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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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자기하는 나를 돌려세우는 4가지 지침

어렸을 때 유태인 포로수용소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강제노동수용소에 갇혔을 때 그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처음에는 다들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움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끔찍한 장소에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다들 살아가게끔 되는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인간은 몰락할 때 두려워진다. 하지만 그 어떤 불행에도 바닥이 있게 마련이다. 처음 바닥에 부닥치면 까마득히 위를 쳐다보면서 절망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에 앉게 된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 차가웠던 자리가 체온 때문에 따스해진다.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젖 먹던 힘을 다해 버티어도 한 뼘 한 뼘 밀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이 팽팽한 긴장을 견딜 수 없다. 뭔가 희망이 있다면, 뭔가 즐거움이 있다면 그나마 견딜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고 싶은 것을 못 사고, 먹고 싶은 것을 못 먹으니 괴롭다. 그나마 가지고 있는 물건도 팔아야 한다. 자포자기하고 싶다. 끝장을 내고 싶다.

하지만 다음을 명심하면서 자포자기하는 나를 돌려세우자.

1. 나만 망하는 게 아니다.

2. 오늘 하루는 아무 것도 하지 말자.

3. 남이 나를 포기할 때까지 가보자.

4. 포기하지 말고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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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만 망하는 게 아니다

유럽 신경제재단(NEF)이 148개국을 대상으로 하여 조사한 <국가별 행복지수>의 결과에서 히말라야 산맥 동쪽 끝에 위치한 부탄이 1위를 차지했다. 부탄의 1인당 GDP는 2884달러에 불과하다. 가난한 나라의 행복지수가 부자 나라의 행복지수보다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공평함에 있다. 모두 다 가난하다 보니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나는 잘 살고 너는 못 살면 즐거워지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반대로 나만 못 살고 남들은 다 잘 살면 죽을 듯이 괴롭다.

세상이 힘들어지면 처음에는 주위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나 혼자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너도 망하고 너도 망하고 너도 망하게 되면서 나 말고도 망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마음이 점점 편해진다. 남들도 다 거기에서 거기다. 견디다 보면, 버티다 보면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굳이 자포자기해서 스스로 결판낼 필요가 없다.

견디고 버티다 보면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한 작은 것들이 나를 기쁘게 한다. 모든 것을 잃으면 슬프다. 하지만 좋은 것도 있다. 새로 채워 놓으면 되는 것이다. 나만 안 풀리는 것이 아니다. 자포자기하는 대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어보자.

2 오늘 하루는 아무 것도 하지 말자

불안과 긴장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자포자기를 하게 되면서 스스로 끝을 내고 싶어진다. 모든 것을 놔버리면 확 편해질 것 같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몰리게 되면 우리는 죽어라고 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거나 혹은 지금 당장이라도 다 그만두고 싶다는 자포자기 심리의 양 극단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불안하다 보니 하루도 쉬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일터가 지옥 같아진다. 그러다 보니 달아나고 싶다. 하지만 달아나지도 못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그럴 때는 응급 탈출이 필요하다. 딱 하루만 쉬어보자. 딱 일주일만 쉬어보자. 딱 한 달만 쉬어보자. 숨통이 트일 것이다.

물론 하루를 쉬면 하루만큼, 일주일을 쉬면 일주일만큼, 한 달을 쉬면 한 달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자포자기해서 때려치우면 영원히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영원히 모든 것을 손해 보는 것보다는 하루가 되었건, 일주일이 되었건, 한 달이 되었건 일부만 손해 보는 것이 모든 것을 손해 보는 것보다는 낫다. 자포자기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모든 것을 잃는 대신 약간씩 손해 보면서 가늘고 길게 가자.

3 남이 나를 포기할 때까지 가보자

미리 걱정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이렇게 될까 저렇게 될까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미리 걱정해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다 카드대금, 은행이자 못 갚는 것이 아닌가 걱정해도 소용없다. 카드대금을 못 갚게 될 때까지는, 은행이자를 못 내게 될 때까지는 미리 걱정하느니 일단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다. 내 상황을 결정 내주는 것은 내가 아닌 금융회사다. 미리 자포자기할 필요도 없다. 상황이 끝날 때까지 그냥 계속 가는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해고될까 말까 걱정하지 말자. 어차피 결정권이 나에게는 없다. 회사에서 나가라고 할 때까지는 그냥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자. 사업도 마찬가지다. 지금 조금이라도 이익이 난다면 미리 걱정하지 말자. 이익이 줄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되면 싫어도 그때는 문을 닫게 된다. 모든 문제에는 상대방이 있다. 그 상대방이 은행이면 은행, 그 상대방이 사장이면 사장, 그 상대방이 부장이면 부장, 그 상대방이 고객이면 고객 그들이 나를 포기할 때까지 한 번 갈 때까지 가보자. 먼저 자포자기하지만 말자.

4 포기하지 말고 정리하자

갑자기 포기하다 보면 생각한 대로 일이 정리되지 않는다. 손에 쥐게 되는 돈은 항상 예상보다 적고 나가는 비용은 예상보다 많게 마련이다. 자그마한 가게를 그만둬도 막상 장사를 접게 되면 그동안 생각하지도 못한 빚들이 등장한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래처에서 외상잔고 때문에 연락이 온다. 틀림없이 적자라고 생각하고 사업을 접었는데 세무조사가 나오기도 한다. 틀림없이 주겠다고 약속한 이들은 한 달, 두 달, 일 년이 지나도 돈을 주지 않는다. 생활비는 생각보다 배는 더 들게 마련이다.

아껴 살면 2년 버티겠거니 하면 1년도 못 버티고, 1년 버티겠거니 하면 반 년도 못 버티고, 몇 달은 버티겠거니 하면 한 달도 못 버틴다. 그러고 나면 과거에 남는 것 하나 없다고 생각하면서 운영했다 포기한 가게가 그리워진다. 쥐꼬리만 한 월급이라도 매달 나오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따라서 갑자기 포기하면 안 된다. 꼼꼼하게 정리해야 한다.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자포자기해서는 안 된다. 최선(最善)이 아니면 차선(次善)이라는 말이 있듯이, 최악(最惡)보다는 차악(次惡)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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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자포자기는 ‘금물’

옛날에 어떤 사람이 자포자기기하고 자살을 했다. 고통스럽게 죽고 하늘에 올라가니 하느님이 쯧쯧 혀를 차며, “조금만 기다리면 아무 고통 없이 잠을 자다 편히 죽었을 텐데 왜 그렇게 힘들게 자살을 했어?” 라고 물었다고 한다. 상황이 안 좋다 보면 그냥 자포자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과연 행복할까? 그렇지 않다.

중세가 무대인 영화를 보면 성문이 뚫리면 그 안에 2차 성벽이 있고, 그 안에 3차 성벽이 있다. 최전선에서 적을 막아야지 하나씩 하나씩 뚫리다 보면 나중에는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 막상 항복을 하면 그 다음에는 상상할 수 없는 수치와 모욕이 기다리고 있다. 2선으로 몰리고 나면 ‘앞서 성문을 방어할 때 최선을 다할 걸.’ 후회하게 되어 있고, 3차 성벽에 몰리면 ‘앞서 2선에서 조금 더 방어를 했더라면’ 하고 후회를 하게 된다. 망루에 몰리게 되어서 떨어질지 아니면 항복할지 결정하게 되면 ‘3차 성벽에서 죽을 각오로 싸웠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항복을 하고 수모를 당하게 되면 ‘아까 망루에서 죽을 각오로 싸웠어야 했다.’고 땅을 치며 후회를 한다.

어차피 끝은 오게 마련이다. 내가 종지부를 찍지 않더라도 세상이 종지부를 찍게 마련이다. 길거리의 노숙인이 행복하게 보이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처음 내려놓을 때는 지금 같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자포자기하지 말자. 자포자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는 다음을 명심하고 나를 돌려세우자.

1. 나만 망하는 게 아니다.

2. 오늘 하루는 아무 것도 하지 말자.

3. 남이 나를 포기할 때까지 가보자.

4. 포기하지 말고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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