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내분비내과) 고장현 교수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비타민 D 이야기다. 우리 몸 구석구석에 안 쓰이는 곳이 없다. 이 역시 비타민 D 이야기다. 그런데도 여전히 비타민 D는 ‘비타민계에서 찬밥신세’다. 비타민 D하면 학창시절 외웠던 ‘비타민 D 결핍=구루병’ 정도만 떠오른다면 당신은 비타민 D의 정체를 반의반도 모르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부족해진 비타민 D를 현명하게 보충할 수 있는 법을 알아본다.
결핍된 비타민 D, 왜?
많은 이가 내 몸속 비타민이 부족할까 봐 걱정이다. 그 걱정은 비타민 A부터 딱 비타민 C까지다. 부족한 비타민 중에는 비타민 D도 있다. 한국인의 비타민 D 부족은 누가 봐도 심각한 수준이다.
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팀의 2012년 식약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의 혈중 비타민 D 평균농도는 18.4ng/mL로 ‘결핍’ 수준이다. 비타민 D의 정상 혈중 농도는 30~149ng/mL이며, 30ng/mL이라면 ‘부족’, 20ng/mL 이하면 ‘결핍’으로 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비타민 D 결핍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도 급격히 늘고 있다. 2010년은 3000명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약 3만 1000명으로 5년 동안 3만 명 가까이 증가했으며, 연평균 증가율도 77.9%에 달했다.
비타민 D는 대부분의 비타민처럼 음식으로 섭취할 수 있으며, 자외선(UV-B)이 피부에 닿아 화학적인 방법으로 체내 혈액으로 옮겨져 작용한다. 야외활동을 충분히 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성인이라면 결핍증까지는 걱정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환경을 따져볼 떄 따로 노력하지 않으면 비타민 D가 부족하기 쉽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북반구에 있어 비교적 자외선 노출이 적다. 더구나 겨울에는 자외선 노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대도시의 공해도 자외선을 막아버린다. 비타민 D 처지에서는 악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실내 활동의 증가다. 많은 이들이 자외선이 차단된 도심 빌딩이나 아파트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비타민 D 부족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환경이다.
내 몸 곳곳에서 일하는 비타민 D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우리 몸에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 학창시절에 배운 대로 비타민 D 결핍이 구루병만 일으킨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구루병은 비타민 D 부족 때문에 칼슘이 뼈에 작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성장장애 질환이며, 지금은 걸리는 경우가 드물다.
비타민 D는 구루병처럼 뼈 건강과 관련이 깊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비타민 D가 칼슘과 인의 흡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고장현 교수는 “비타민 D는 일반적인 비타민과 달리 호르몬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호르몬이란 일반적으로 몸의 한 장기에서 분비되어 혈액으로 이동해 표적 장기에 작용하는 화학물질을 뜻하며, 특히 수용체와 결합해 작용한다. 비타민 D도 호르몬처럼 수용체와 결합해 작용하는데, 우리 몸 조직 대부분에 바로 이 비타민 D 수용체가 있다. 면역세포와 뇌, 유방, 대장, 전립선 등 거의 모든 장기에서 작용한다. 또한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심혈관질환, 당뇨병, 우울증 같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혀졌다.
비타민 D 부족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면 이제 남은 것은 비타민 D가 부족하지 않게 사는 것이다. 그 방법을 알아본다.
1 햇볕으로 나가자!
햇볕을 충분히 쬐어야 한다. 자외선이 피부를 자극해야 반응이 일어나 비타민 D가 형성된다.
고장현 교수는 “일주일에 2~3회, 하루 10~20분 정도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햇볕을 쬘 때는 팔, 다리, 몸통에 쬐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론 이 부위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말아야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밖으로 나가 겨우내 부족했던 비타민 D를 마음껏 보충하자.
2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을 먹자!
평소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을 먹자. 비타민 D는 고등어, 연어, 꽁치와 같은 등푸른 생선, 달걀, 버섯류에 풍부하다. 시중에는 비타민 D가 강화된 우유, 주스, 시리얼 등도 나와 있으므로 적절하게 활용하자.
3 필요하면 비타민 D 보충제를 먹자!
고장현 교수는 “U-보트라는 옛날 영화를 보면 잠수함을 타는 사람들이 자외선이 나오는 기계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장면이 있다.”며 “이처럼 평소 햇볕을 쬐지 못하는 환경에 있다면 비타민 D 보충제를 먹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사무직, 야간 근무자 등이 대표적이다.
50세 이상의 남성과 폐경기 여성 역시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 비타민 D가 부족하지 않게 신경 써야 한다. 특히 혈액 검사 후 비타민 D 결핍이라는 결과를 받았다면 보충제를 먹길 권한다.
대한골대사학회 권고안에 따르면 비타민 D 1일 권장량은 800IU(20ug)다. 앞에서 말한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다면 1일 권장량의 절반을 비타민 D 보충제로 채워야 한다.
비타민 D 보충제를 과다 복용하면 오심(惡心), 고칼슘혈증 등이 생길 수 있다. 장기간 과다 복용하면 신장결석, 신석회화증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여러 가지 비타민제를 중복해서 먹는 일도 피해야 한다.
고장현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본부 의국장이다. 내분비·대사질환클리닉, 건강 상담, 갑상선암 조기검진 등을 전문으로 하고 대한내과학회, 대한내분비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