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김치는 우리나라 전통식품의 대표로 꼽힌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겨 먹어 왔다. 또한 대한민국 하면 김치를 연상할 정도로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간판은 역시 김치였다. 그만큼 김치는 우리들의 밥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먹을거리로 자리매김해 왔다. 가족들의 건강을 유지·증진해 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높게 평가받아야 하며, 또한 계승·발전시켜야 한다.
그런데 최근 김치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전통음식문화를 이끌어왔던 김치에 대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먼저 김치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공장김치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서 알아보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일반화의 오류에서 비롯된 김치에 대한 오해?
일반가정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담근 김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소금과 관련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극성 물질로 평가하는 캡사이신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발효식품은 대부분 염장식품이다. 천일염을 사용하는 이러한 전통식품은 짠맛이 강하다는 점에서 여기저기서 공격을 받고 있다. 일부 학자들이나 연구가들은 동물실험(주로 마우스 실험)을 통해서 소금, 정확히 표현하면 짠맛의 나트륨이 고혈압을 비롯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단정 짓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연구보고서에서는 고혈압 환자에게 소금 섭취를 줄이거나 먹지 못하게 하였는데도 참가자 중 70% 정도가 혈압이 떨어지지 않았던 점을 주지시킨 후 소금이 고혈압을 유발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린다.
필자는 소금의 인체 유·무해 논란은 화학소금의 문제점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오염되지 않은 천일염은 우리 건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물질이며, 이의 적절한 섭취는 세포 활성을 유도하고 면역력을 증진시켜 건강한 삶을 유지시켜 줄 것이다.
우리 몸에 들어가면 독이나 다름없는 화학소금은 단 한 줌이라도 먹어서는 안 될 것이며, 천일염과 화학소금을 동일시해서 김치를 비롯한 우리의 전통발효식품을 폄하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캡사이신에 대한 평가 또한 잘못됐다. 우리는 어떤 식물에서 특정한 물질을 분리해 내거나 그 물질을 인위적인 합성을 통해서 만들어내 동물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고추가 들어간 김치에 똑같이 적용한다면 이거야말로 큰 문제다. 캡사이신 단독으로 추출하거나 합성해서 동물에 주입, 그 결과를 일반화시키는 행위는 나무는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됐다.
전통방식으로 제대로 담근 김치를 많이 먹는다고 고혈압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없거니와 수많은 물질이 함께 함유된 고추·고춧가루에 캡사이신이 함유됐다 해서 위염을 포함한 염증성 질환을 유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 안심하고 김치를 즐길 것을 권하고 싶다.
김치, 그 속에는 우리 선조의 지혜와?과학이 깃들어 있다
김치는 종합식품이다. 김치 한 가지만으로도 수 만 가지의 영양소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효과적인 음식도 없을 것이다. 김치를 담글 때 들어가는 재료들을 한 번 열거해 보자. 주재료인 배추, 홍고추와 고춧가루, 마늘, 생강, 파, 당근, 양파, 효소가 풍부한 무채, 천일염, 젓갈(또는 액젓) 등이 있다. 이밖에 지역과 기호에 따라 가감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김치의 재료들에는 항산화작용을 통한 항암물질인 비타민 A·C, 캡사이신, 플라보노이드, 유황화합물이 풍부하다. 또 천일염엔 항염증·항균작용이 있고, 다양한 유기 활성미네랄은 인체 내 물질대사를 촉진시켜 주며, 풍부한 유산균은 면역력 증진을 가져온다.
이렇게 많은 재료들이 섞여서 맛을 내고 영양의 균형을 잡아준다. 충분히 오랫동안 저장이 가능함으로써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며 합리적이기도 하다. 영양학적 요소가 충분히 가미되는 것이 김치이고 보면 우리나라를 대표하고도 남음이 있는 음식이라 하겠다.
산업화된 공장김치가?전통김치를 왜곡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김치는 한마디로 문화며 과학이고 전통이며 건강이다. 이렇게 우수한 김치가 산업화를 통해 공장에서 생산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선 재료의 선택에서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 제조원가 절감을 위해서 값싼 원료를 사용할 가능성이 많다. 주원료인 배추는 잘 관리하지 못하면 병해충이 심하고 썩을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다량의 농약이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으니 안심할 수 없다.
소금 또한 천일염 대신에 가공소금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가공소금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한때 싸구려 소금에서 유해 중금속인 수은, 납, 카드뮴이 검출돼 물의를 일으킨 일이 있다.
고춧가루와 젓갈에도 문제가 많다. 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김치공장은 많지 않다. 가격은 수입산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고 젓갈 또한 맛과 양, 색깔 등을 내기 위해서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되기도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는 몰지각한 상인이 있는 한 이런 우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모 방송사에서 취재해 방영한 새우젓 파동은 빙산의 일각이다. 공장은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것이 최대 목표다. 생산원가를 빼고도 가능한 한 많은 이익이 남아야 한다. 그것은 공장의 지속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탓에 원료 매입 원가는 가능한 한 낮춰야 한다. 싸구려 원료는 이런 점에서 원료 구매자에게는 매력적이다. 그 원료가 어떤 것인지, 어디서 생산되었으며 어떤 농법으로 재배했는지는 따질 필요가 없다. 맛과 빛깔, 보기에만 신선해 보이면 된다.
공장에 납품되는 계약재배 농산물의 경우 농약과 제초제, 화학비료가 더 많이 사용된다. 혹시 농산물에 문제가 생겨 계약을 위반하게 되면 파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치에도 설탕을 비롯해서 화학첨가물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여 전 국민이 소금의 짠맛을 낮추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김치공장에서도 가능한 짜지 않게 김치를 담글 필요를 느끼고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이 염도를 낮추면 김치가 무르거나 썩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 화학첨가물이 사용되는데 방부제, 감미료(사카린 등), 화학조미료, 사카린나트륨 등이 그것이다.
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탓에 좋은 재료, 신선한 농산물을 다양하게 조합해서 최고의 건강김치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전통 발효김치를 담그지 못한다면 공장을 접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전통 김치문화, 이대로 포기하나?
우리의 좋은 문화는 우리가 지켜나가야 한다. 김치가 얼마나 좋은 건강식품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김장을 하고 이를 즐겨먹는 사람들조차도 김치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우리의 음식문화인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만들고 다양한 재료들을 다듬고 썰고 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김장문화가 지속되어 온 것은 우리들의 삶이 깊숙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한 정성과 사랑, 그리고 협동정신이 깃든 김장문화이기에 산업화된 공장에서 함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김장문화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더러 건강과 과학, 가족문화, 협동정신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핵가족화가 가속되면서 김장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그 규모가 축소되었다 할지라도 조금씩이라도 직접 김치를 담가 먹기를 권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김치의 맛을 익혀주어야만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햄버거나 피자, 제일 싫어하는 음식은 김치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면역력 저하가 불 보듯 뻔하다. 요즘 아이들이 아토피나 알레르기, 감기 등에 쉽게 노출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즉 김치를 멀리하고 인스턴트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김치 맛을 익히도록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건강한 아이는 물론 가족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본다.
제대로 만든 김치를 즐겨 먹는 것은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니 이 점 유념했으면 좋겠다. 김치엔 건강과 과학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