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신승철 교수 (대한구강보건협회장, 단국대 치대 교수)】
너도나도 새하얀 치아?
사람은 누구나 새하얀 치아를 좋아한다. 새하얀 치아가 깨끗하고 예쁘고 보기 좋다는 선입견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치과에 와서 “어느 탤런트, 어느 배우처럼 새하얀 치아로 만들어주세요.”하는 주문을 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치아가 갖고 있는 색조가 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하얀 게 아니라 자세히 보면 조금씩 색조가 다르다. 자신의 피부색깔이 하얀 사람, 누런 사람, 갈색, 구릿빛, 또는 검게 타 보이는 사람 등 여러 가지가 있듯이 치아 색조도 흰색, 회백색, 푸른 색조, 누런 색조, 또는 갈색이나 붉은 색조가 약간 가미된 듯한 색깔을 띠는 경우가 있는 등 다양하다.
치아의 색을 나타낼 때도 일반 색조를 나타내는 원리와 마찬가지다. 색의 고유한 색깔과 특성을 나타내는 색상(Hue), 색의 밝은 정도를 나타내는 명도(Value), 그리고 색의 맑고 탁함을 나타내는 채도(Chroma)에다 치아의 색조는 하나가 더 추가된다. 빛이 치아를 투과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투명도(Translucency)가 추가되어야 한다. 혹자는 여기에 얼마나 반짝거리는지 하는 광택도(Surface luster)를 추가해서 따지기도 한다.
이렇듯 단순히 치아를 희게 만든다는 작업 사실상 여러 가지를 고려하며 색을 조절해 나가는 것이다. 또한 같은 색깔의 치아색도 얼굴이 흰 사람과 누런 사람, 그리고 검은 편인 사람에 따라서 색조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나타나 보이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의 특성이고 개성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는 그 사람 본래의 고유 치아 색조를 찾아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자연스러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또 다르다. 현재보다 다른 나를 표현하고 싶기도 하고, 더 나은 자신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니까 살 만한 사회에서는 성형술이 본래 의학의 본질을 비껴 넘어서 유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중 하나가 바로 치열 교정술과 치아 미백이기도 하다.
본래 치열 교정이나 미백술은 부정교합이나 비뚠이로 인한 구강 기능의 장애나 심각한 외형적 결함으로 인한 심신의 장애를 보정해주는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보다는 보다 더 예쁘게, 보다 더 깔끔하게 보이고자 하는 심미적 요인 때문에 이러한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치아, 주로 앞니 쪽의 치아들이 어떤 원인으로 변색되었을 때 이를 조절해 주는 치료 개념의 진료나 자가 시도를 변색조절(Bleaching)이라 하고, 미용을 위해서 치아 색깔을 다소 희게 바꾸고자 하는 예방, 심미 목적의 진료를 미백(Whitening) 이라 말한다.
자신의 고유한 치아색을 찾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기에, 그렇다면 어떻게 그 사람의 치아색조가 결정되었는지를 알아보자.
치아 색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
우선 치아의 색조는 가장 먼저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 대략 결정된다. 본래 흰색인지 회색인지, 누른빛을 띠는지, 광택이 많이 나는지, 거친지는 사람마다 어느 정도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이 살아가면서 나이를 먹으면 차츰 치아의 색깔도 조금씩 바뀌어 간다. 어릴 때 다소 회백색의 뽀얀 치아가 나이가 들면서 진한 회백색으로 변한 듯싶더니 장년이 되면서부터 약간 누른빛을 띠거나 붉은 회색을 띠기도 한다. 즉 연령에 따라서 치아의 색깔은 조금씩 변한다. 특히 약물 복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릴 때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했거나 불소 등이 과량 섞인 음용수를 장기간 복용했을 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마침 그 기간이 영구치의 치배(영구치의 씨앗)가 만들어지는 시기라면 치아에 쌀알처럼 흰색 또는 갈색 반점이 생기는 반점치를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치아 변색은 주로 외력에 의해 치아가 손상되었을 때이다. 싸움판에 끼어들어 치아를 한 대 맞고 나면 치아가 부러지지 않았다 해도 서서히 괴사되는 수가 있다. 이는 신경치료를 해도 옆의 치아 색깔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죽은 치아 색깔이 나타난다. 이럴 때는 할 수 없이 치과에서 변색조절치료나 아예 도재나 지르코니아 재료로써 인공치관을 만들어 덮어씌우는 수밖에 없다.
주로 심미적으로 치아 색깔을 희게 바꾸려는 치아는 어금니 치아보다는 앞니이다. 그래서 치과에서는 미백 환자들에게 아래 위 왼쪽 송곳니나 첫 번째 작은 어금니에서 오른쪽 작은 어금니까지를 미백 진료한다.
특히 아래쪽보다는 윗니에 더 신경 쓰게 된다. 치과계에서는 치아 색조를 색상, 명도, 채도 등을 고려하여 A2, A3, B1, B2, C 등으로 각각 고유의 번호를 붙여서 가장 조화 있는 색깔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예 치아 사진을 컴퓨터와 색조분석기를 이용하여 치아 부위별 보다 정확한 색조를 선택하기도 한다.
치아를 하얗게 하는 방법들
미백을 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치과에서 고농도의 약재를 치아에 바르는 등 전문적 진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일반인이 가정에서 약한 농도의 미백제를 바르는 방법이다. 필요에 따라 두 가지 방법 모두 다 해야 한다.
다른 사람보다 더 탁하거나 누렇다고 생각되어 그것이 콤플렉스가 된 사람의 이를 좀 더 희고 밝게 해 보려고 치과를 찾으면 보통 15~30% 정도의 과산화수소 제품이나 10~16% 정도의 카바마이드 페록사이드 용액을 치아에 도포한다.
이때 보다 치아에 더 잘 흡수시키기 위해서 가시광선을 치아에 10여 분 쬐어준다. 때로는 레이저로 변색이 심한 부위를 탈회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미백 진료는 결국 과산화수소나 산성의 미백제가 치아 최외각 층인 법랑질 일부를 탈회시킴으로써 치아 외형에 부착된 미세 불순물 제거와 동시에 치아 표면을 까칠하게끔 만들며 빛의 산란 분산 작용으로 다소 희게끔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많이 시도하면 치아 표면에 좋지 않음은 당연한 이치이다. 간혹 며칠 치료를 하다 보면 치아가 까칠함을 느낀다든지 시린 느낌을 받을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치과에서 시행하는 전문가 미백은 불과 며칠만 받아도 치아 색조가 변하기도 한다. 근래에는 미리 사진을 찍어 두어서 비교하기도 한다. 그래서 진료를 끝내게 되는데 그 후 세월이 지나면 대다수는 원래 색깔로 되돌아간다.
따라서 어느 정도 전문가 미백 후에는 반드시 매일 가정에서 자신이 혼자 바르는 미백을 계속 해 주어야 한다. 자가 미백은 5% 이하의 과산화수소 용액이나 매우 미약한 농도의 약산으로서 용액을 직접 치아에 바르거나, 미백용 치약을 쓰거나, 투명한 치아 부착형 스트립을 앞니에 붙이는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담당 치과의사가 환자의 상태와 습관에 따라 가장 적절한 형태를 선정해 줄 것이다.
문제는 미백을 위해서 아무런 정보나 지식 없이 그냥 가정에서 자가 미백을 과용하거나 오용하는 경우다. 몇 주 혼자서 사용하다 보면 다소 미백 효과가 보이는 것 같아 계속 쓰거나, 아니면 미흡한 것 같아 계속 쓰다가 보면 치아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광고만 보고 시도하는 것은 위험하다. 광고에 있는 대로 해도 효과는 있지만 부작용을 지적하거나 효과의 정도 및 만족도 그리고 시린 증상에 따라 멈추게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단순 미백이라도 꼭 치과의사와 상담토록 하자.
치아의 변색이 어느 한두 치아에 국한되어서 누가 봐도 심하게 티가 날 때에는 변색조절치료를 받아야 한다. 변색조절치료는 국소 마취 후 신경치료를 하고 치아 내부의 치수를 들어낸 뒤 치아의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표백을 함께 시도해야만 겨우 색깔이 하얗게 된다.
그러므로 기간도 다소 많이 걸리고 치료 후에도 완벽하게 옆 치아와 조화를 이루기도 힘든 경우가 많다. 결국은 미백이나 변색 조절은 옆 치아나 본인 얼굴색의 조화, 그리고 본인의 만족도에 달려 있다. 흑인의 경우 본인 치아가 누렇다 해도 매우 희게 보여서 어두운 밤에 만나면 하얀 치아만 보이게 된다. 치아색이나 인생은 주위와의 조화가 제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