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김진경 기자】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반드시 보입니다”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고 했던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한 웅큼의 미소를 옮아버리게 만드는 편안한 미소의 소유자 정미자 씨(63세). 그런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내어달라 숨통을 조이는 암세포를 가슴 속에 품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쉬이 좌절하지 않고 만족할 줄 아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암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투병담을 들어본다.
동두천에 살고 있던 정미자 씨는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서울에 올라가 있는 아이들의 아침을 차려주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뒤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남편의 아침을 가지고 일터로 갔다. 매일매일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행복했다고 한다.
제가 워낙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고 뭐든지 스스로 알아서 하려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귀찮다거나 희생을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요. 깐깐하고 융통성 없는 제 성격 때문에 암이 생겼었나 봅니다.”라고 정미자 씨는 이야기한다.
소세포 폐암 진단 받다
1998년, 매년 반복되는 물난리는 그 해 여름에도 어김없이 정미자 씨를 괴롭혔다.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가게는 천장까지 물이 차 올랐고, 집은 바닥이 물에 고여 찰박거렸다. 한 달이나 걸려 가게를 치우고 집을 청소했다.
”집과 가게를 청소하는데 계속 마른기침이 나오더라구요. 기침이 하도 심해서 청소를 다 끝내고 난 후에 동네 병원을 찾았습니다. 의사는 그저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만 하더군요.”
의사가 써준 소견서 한 장만 덩그러니 들고 홀로 찾은 대학병원에서 정미자 씨는 소세포 폐암 3기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진단 당시 그녀의 상태는 병원에서도 달리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한다.
”소세포 폐암은 암세포가 자잘하게 퍼져 있기 때문에 수술이 어렵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게다가 전 시기도 너무 늦었고요. 그래서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7개월 동안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항암제 치료만 하다가 암이 너무 빨리 퍼져서 방사선 치료를 동시에 해야 했다. 7개월에 걸친 치료가 끝났을 때 그녀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얼굴은 하얗게 질리고, 눈 밑은 까맣게 변했으며, 입술은 붉은빛 대신에 회색빛을 띠었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혼자서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건강을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
”폐암 진단을 받았을 때에는 머리가 멍한 것이 꼭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 버려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하늘이 노랗고 뱅뱅 도는 듯한 불쾌감을 감수하고 혼자 치료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수술 안 하고도 건강 되찾아
TV와 인터넷을 뒤져 암에 대한 정보를 찾았습니다. 마침 인천의 한 병원이 암환자를 잘 고친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그래서 무작정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미 6번의 항암 치료와 30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은 정미자 씨는 기대 반 체념 반 심정으로 한방 치료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치료 15일째 되는 날이었다.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때문에 아무것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그녀의 위가 꼬르륵거리며 음식을 요구한 것이었다.
한 번 병원에 가면 15일 분 약을 지어주었습니다. 약을 다 먹을 때쯤 되니까 식욕이 돌고 밥이 먹고 싶어지더군요.
그러나 그녀가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은 그 약 덕분만은 아니다. 그녀는 병원을 다녀오고 난 뒤 지금까지의 식생활을 모두 바꾸었다고 한다. 모든 음식은 올리브유를 사용해 요리하였고, 고기나 고등어 같이 영양가가 많은 음식은 손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소금 하나도 건강을 따져가면서 좋은 것으로 골라 먹었다고 한다. 유기농 채소로만 된 식사를 했고, 매일 구운 마늘을 한 주먹씩 먹었다. 그녀는 ”소금도 좋은 것, 채소도 유기농, 밥도 잡곡밥, 구운 마늘 등 암에 좋다는 것만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정미자 씨는 운동도 열심히 했다고 한다. 아프기 전에는 한 번도 올라갈 생각조차 한 적이 없는 산을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올랐다.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산에 오른다는 그녀는 대자연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인지 전에는 미처 몰랐다고 말한다.
“눈이 오건 비가 오건 상관없이 산을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올라가면서 하나님께 기도하고 내려오면서 나무와 풀과 꽃, 다람쥐와 얘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이 같은 노력이 지금의 건강한 그녀를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폐 속에 자리잡고 있던 암세포를 떼어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일반인들보다 산에도 더 잘 오를 수 있는 자신의 건강함이 자랑스러운 듯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있다!
암에 걸린 사람이 죽는 가장 큰 원인은 자기 삶에 대한 체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정미자 씨는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아낄 것을 권한다.
“이전에는 자식들 뒷바라지와 돈 버는 일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유라는 것이 없었지요. 그런데 아프고 나니까 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무엇이든지 자신을 위주로 살기로 했다. 자식들도 남편도 그런 그녀의 의지에 동참해주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삶이 그냥 내던져지기에는 너무나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병 때문에 좌절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부지런히 노력한다면 살 길은 보이기 마련입니다. 누워서 앓다가 죽을 것인지 포기 않고 노력하면서 희망을 찾을 것인지는 다 자기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노란 고구마 하나를 기자에게 권하며 절대 아프지 말고 살라고 신신당부하던 정미자 씨. 폐암으로 죽었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죽더라도 투병 10년은 다 채우고 죽을 거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그녀가 앞으로도 오래 오래 그 미소를 간직하고 이 세상에 머물러 있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