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김진경 기자】
【도움말 |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장 조현섭 박사】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연말연시.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마감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한해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한국인이라면 ’술’을 빼놓지 않을 것이다. 가는 해를 잘 마무리하자는 의미에서 한 잔, 오는 해에는 더 열심히 살자는 각오에서 또 한 잔….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이렇게 술에 집착하는 것일까?
술에 대한 궁금증과 건강한 음주법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조현섭 박사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PART 1. 약이 되는 술 독이 되는 술 – 알코올이 문제 유발
술을 마실 때 문제를 유발하는 것이 바로 알코올 성분이다. 소주 1병에 약 50~60g 정도 함유되어 있으며, 식물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당의 효모군에 의해서 발효되어 만들어진다.
이 알코올은 중독성을 가진 약물로, 몸 안에 흡수되면 도취감을 느끼게 된다.
알코올은 몸에 들어오면 위장에 흡수된 뒤 혈액으로 빠르게 흡수되어 혈액을 타고 신체의 모든 기관으로 퍼진다. 이 중 뇌에 도달한 알코올은 신경중추를 자극하여 도파민이라는 물질의 분비를 돕는다. 도파민은 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로, 도파민의 분비가 증가하면 즐거움과 쾌락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술을 마셨을 때 항상 동일한 양의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마시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도파민의 분비는 줄어든다. 즉 술로 인한 즐거움과 쾌락을 전과 동일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점점 많은 양의 알코올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술을 마셨을 때 나타나는 기분 좋음과 흥분 등의 느낌은 알코올에 의해 뇌가 자극되어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이러한 알코올의 작용으로 인해 계속해서 술을 마시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알코올에 이러한 작용이 없었다면 술로 인한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라고 조현섭 박사는 말한다.
약이 되는 술 & 독이 되는 술
실제로 술은 적당히 마시면 소화를 촉진시키고 신진대사를 개선해 주며, 심장병을 예방해 주는 등 좋은 도움을 준다. 인간관계도 원만해지고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섭취하게 되면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고 조현섭 박사는 말한다.
과음을 하게 되면 미각, 시각, 청각, 촉각, 언어, 균형감각, 집중력 등에 장애가 발생한다. 숙면을 방해하기도 하고 소화기 장애가 일어나며, 우리 몸의 모든 신체기관에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자제력이 약화되고 공격적이며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판단력도 흐려지기 때문에 집단 싸움이나 범죄 등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특히 성폭행, 살인, 가족폭력, 강도, 청소년 비행 등과 같은 범죄 행위는 음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조 박사는 지나친 음주는 간, 위, 췌장, 근육, 심장, 혈관 등 신체의 모든 기관을 망가뜨리게 됩니다. 인체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게 되지요. 뿐만 아니라 범죄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동시에,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켜 피해자로 만들 가능성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술에 관용적인 태도 이제는 고치자
우리 사회는 슬픈 일이건, 기쁜 일이건, 일상적인 일이건 상관없이 모든 일에 꼭 술이 있어야 한다. 이는 저렴한 가격으로 전국 어디에서나 술을 구할 수 있을 만큼 술이 우리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성인이라면, 사회인이라면 술을 한 잔쯤은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어 있다. 심한 경우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대인관계에서 소외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술에 대해서, 술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매우 관용적이라는 사실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한 실수에 대해서 덮어주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 경우 취중 실수를 질타하는 사람이 오히려 속 좁고 이해심 없는 사람이 되기 일쑤다.
조현섭 박사는 외국의 경우에는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술 때문에 출근을 못하거나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 알코올 의존자로 낙인 찍혀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하게 됩니다. 따라서 취중 실수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음주에 대해 관용적입니다.”라고 지적하고, ”하루 빨리 술에 관용적인 태도를 버리고 술 권하는 사회문화를 바꿔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PART 2. 술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
“술을 마시다보면 이렇게 하면 술이 빨리 안 취한다.” 혹은 “술 마신 후 저렇게 하면 술이 빨리 깬다.”는 등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러한 상식들이 정말 사실일까?
조현섭 박사의 말에 따르면 ”술자리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거짓”이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술에 대한 소문들. 그 진실 여부를 조현섭 박사의 도움말로 밝힌다.
▶우황청심원을 먹으면 알코올 농도가 감소된다?
답은 NO이다. 흔히 술을 마시고 난 뒤 우황청심원을 먹으면 술이 쉽게 깬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황청심원 성분이 오히려 술기운을 오래 가게 만든다고 한다.
▶좋은 술은 몸에 해롭지 않다?
비싸고 좋은 술은 뒤끝이 깨끗하고 간에 부담이 적다고 한다. 이 말이 과연 사실일까? 정답은 ’NO’이다. 술 종류에 상관없이 같은 알코올 농도는 인체에 같은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숙취현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알데히드 성분은 소주보다 값비싼 위스키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체격이 큰 사람은 술이 세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절반만 맞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게 되면 인체에 있는 물이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체격이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체내에 보유하고 있는 수분량이 많다. 때문에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가게 되면 체격이 작은 사람보다 알코올의 농도가 떨어지므로 체격이 큰 사람이 주량이 셀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주량은 체질과 유전에 따라 다르므로 100% 맞는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술 마실 때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술이 세다?
술을 마실 때 유난히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술을 빨리 분해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알코올 분해효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분해효소의 부족으로 미처 분해되지 못한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 축적되어 얼굴이 붉어지고 숨이 가빠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술이 세다는 것은 ’NO’이다.
▶약한 술은 자주 마셔도 괜찮다?
절대 ’NO’이다. 맥주나 칵테일 같이 약한 술은 자주 마셔도 취하지도 중독되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거짓이다. 약한 술을 마시다보면 마시는 술의 양이 늘어나게 된다. 양이 늘어나게 되면 혈중 알코올 농도도 같이 높아지게 되므로 약한 술이라도 자주 마시고 과음하게 되면 중독이 될 수 있다.
▶술 마신 후 커피를 마시거나 토하면 술이 빨리 깬다?
대답은 ’NO’이다. 알코올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만 배설된다.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술이 빨리 깨지 않는다. 오히려 음주로 인해 흐려진 판단력을 더욱 흐리게 만들 뿐이다. 게다가 알코올은 혈액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술 마신 후 토했다고 해서 술이 빨리 깨지 않는다.
▶술은 소화를 촉진시키고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아니다?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에 독소가 쌓이게 되어 오히려 소화 기능을 둔화시킨다. 또한 술을 마시면 몸 속의 수분이 몸밖으로 배출돼 오히려 탈수를 유발할 수 있다.
▶과음한 다음날 해장술을 마시면 술 깨는 데 도움이 된다?
절대 그렇지 않다. 과음을 하게 되면 알코올에 의해 간과 위장이 지치게 된다. 이 상태에서 계속 술을 마시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장술은 뇌의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숙취의 고통조차 느낄 수 없게 한다. 해장술을 마시는 것은 다친 곳을 또 다치게 하는 것과 같은 짓이다.
PART 3. 건전한 음주법칙 아는 만큼 득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적당량의 술은 건강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지속적인 음주는 결코 득될 것이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술을 마실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스스로 조절을 하느냐 못하느냐이다. 자신이 잘 조절해서 술을 마신다면 술로 인한 피해는 없을 것이다. 다음은 조현섭 박사가 추천하는 건전한 음주법이다.
법칙 ① 과음과 폭음은 피한다
과음과 폭음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커다란 손상을 가져온다. 위장병, 간질환, 심장질환, 뇌세포손상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또한 이로 인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게 되고 자신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법칙 ② 첫잔은 오래 천천히 마신다
농도 높은 술을 단숨에 마시면 위염이나 위 점막에 가벼운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급히 마시는 술은 알코올의 혈중 농도를 급속하게 높이고 중추신경과 호흡중추를 마비시켜 급성알코올중독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법칙 ③ 공복 시에는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한다
위가 비어 있게 되면 알코올의 흡수속도가 빨라진다. 음식을 충분히 섭취한 후 음주를 하게 되면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 특히 간장의 알코올 해독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과 고단백질을 많이 포함한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법칙 ④ 무리하게 술을 권하지 말아라
사람마다 주량과 그 날의 기분이 다르다. 자신의 기분이 좋다고 해서 술을 억지로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지나친 강요는 상대방의 생활리듬과 건강에 해를 끼칠 뿐이다.
법칙 ⑤ 술이 세다고 자만하지 말아라
술은 마실수록 는다. 그러나 알코올에 대한 신체 저항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술이 세다고 자랑하는 사람 중에는 실제로 알코올에 강한 저항력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만하고 매일 술을 마신다면 술이 약한 사람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법칙 ⑥ 술을 마실 때에 담배는 삼간다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게 되면 구강암, 식도암, 후두암 등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 술 마실 때에는 담배를 삼가는 것이 좋다. 대신 옆 사람과 대화를 즐기면서 마셔라. 담배로 인한 위험도 낮추고 술도 덜 취하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법칙 ⑦ 약과 함께 절대 마시지 말아라
약을 복용하면서 술을 마시게 되면 간은 약과 알코올을 동시에 분해해야 하는 부담을 떠 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알코올이 간에 들어오면 간은 알코올부터 분해한다. 이는 간과 위 등에 과중한 부담을 주고,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절대 약과 함께 마셔서는 안 된다.
일주일에 2번 이상 술을 마시고 취중에 실수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숨겨진 알코올 의존자’로 볼 수 있습니다. 술 마실 때 위의 사항을 명심하고 실천해 술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라고 조 박사는 당부한다.
TIP. 편집부 보너스 정보 – 숙취 말끔 풀어주는 베스트 음식 5가지
▶선지국
선지에는 인체에 흡수되기 쉬운 철분이 많고 단백질이 풍부하다. 철분과 단백질은 체내 알코올 농도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북어국
다른 생선보다 지방 함량이 적어 맛이 개운하다. 혹사한 간을 보호해주는 아미노산이 많아 숙취해소에 좋다.▶조개국
조개국에는 질소화합물인 타우린, 베타인,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이 중 타우린과 베타인은 강정효과가 있어 술 마신 후 지친 간장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콩나물국
콩나물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아스파라긴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생성을 돕는다. 숙취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굴
비타민과 미네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굴은 옛날부터 빈혈과 간장병 후의 체력 회복에 애용되어 왔다. 과음으로 인해 부족해진 영양을 보충하는 데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