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기자】
【도움말│이지브레인의원 이재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뇌공학박사)】
지난 7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충격적인 수면제(졸피뎀) 부작용이 방송되어 전국이 떠들썩했다. 몇몇 의문의 죽음을 파헤쳐 보면 공통점이 수면제(졸피뎀) 복용이라는 것이었다. 방송을 봤거나 방송 내용을 알고 누구보다 가장 놀란 사람은 수면제를 먹는 사람일 것이다. 더구나 방송 내용을 다룬 인터넷 뉴스에는 자신도 수면제 부작용을 겪었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런 논란 후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잠 못 자는 고통과 함께 수면제 안전성 공포에 휩싸였다. 수면제, 이대로 먹어도 될까? 부작용은 왜 생기는 걸까? 그 답을 찾아본다.
부작용 논란, 졸피뎀 뭘까?
단순히 하루 이틀 잠이 오지 않는다고 병원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잠을 못 자서 불편해질 정도가 되어야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불면증 치료 방법으로 수면제를 처방받기도 한다. 이때 처방받는 수면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수면유도제라고 불리는 약이 있다. 부작용 때문에 유명해진 졸피뎀은 바로 이 수면유도제에 속한다.
최근에는 부작용 때문에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졸피뎀은 다른 취급을 받았다. 과거에 오랫동안 사용해온 할시온, 달마돔과 같은 수면유도제를 개선해서 만들어진 약이 졸피뎀이기 때문이다. 할시온, 달마돔은 쉽게 내성이 생기고, 금단 증상도 있어 중독이 잘 되고, 과량을 복용하면 드물게 호흡이 곤란해지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하지만 졸피뎀은 이런 부작용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인 약으로 알려지며 시판되었다. 의사들도 처방하면서 안전한 수면제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작용을 줄였다고는 하지만 졸피뎀 역시 가바라고 하는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하는 신경안정제와 유사한 물질이다. 빨리 뇌 활성을 떨어뜨려서 수면을 유도하는 작용을 하므로 내성과 금단 증상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지브레인의원 이재원 원장은 “이런 수면유도제들은 사실 오랫동안 먹는 약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가끔 힘들고 잠이 안 올 때 7~10일 정도 먹다가 중단해야 다른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장기 복용하면 안 되는 졸피뎀
문제는 졸피뎀을 단기간만 먹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큰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로 잠을 못 이룰 때 일주일 정도 수면유도제를 먹으면 수면 시간도 어느 정도 확보하면서 뇌가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이나 만성 불면증처럼 오랜 기간 잠을 못 자면 이런 수면유도제를 먹으면 안 된다. 이런 불면증은 1주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므로 내성과 금단 증상이 없고 뇌기능을 떨어뜨리지 않는 안전한 수면제를 선택해야 한다.
졸피뎀과 같은 수면유도제는 쉽게 말해 뇌를 재우는 역할을 한다. 뇌는 자고 일어나는 리듬이 있다. 수면유도제를 먹으면 뇌의 리듬과 상관없이 뇌의 피질이 마취가 되어 뇌가 잠을 잔다. 다시 말하면 뇌가 마취되는 것이지, 잠이 정상적으로 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잠의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피로가 풀리고, 생각이 정리되는 일반적인 잠의 기능은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오랜 시간 복용해도 안전한 수면제들은 수면 리듬을 조절하는 뇌 영역에 작용한다. 뇌를 마취시키지 않아서 뇌기능이 떨어지지 않는다. 피로가 풀리고 생각이 정리되는 진짜 잠을 자게 된다.
수면유도제를 오래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점점 복용량이 늘어나고, 나중에는 약이 없으면 전혀 잠을 못 자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면유도제의 뇌기능 억제 현상 때문에 점점 뇌기능이 떨어지면서 우울증, 기억장애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재원 원장은 “이번에 방송에 나온 부작용은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며 “졸피뎀은 잠깐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약”이라고 강조한다.
수면제는 최후의 수단
최근에는 졸피뎀 부작용으로 시끌시끌하지만 사실 수면유도제는 불면증 환자들이 선호하는 약이었다. 수면유도제를 한 번 먹어본 사람은 다른 수면제에 만족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졸피뎀과 같은 수면유도제는 마취가 되는 것처럼 확 잠이 드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안전한 수면제는 보통 그런 느낌이 덜하다.
병원에서는 환자가 졸피뎀 처방을 원해도 불면증의 상태에 따라 처방 약을 달리한다. 일반적으로 1개월 이내 불면증은 스트레스 요인이 줄어든다면 자연적으로 수면 리듬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수면제 없이도 잠을 잘 자는 방법을 찾고, 급할 때 먹을 수 있는 수면유도제를 처방한다.
반면 1개월 이상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수면 조절을 하는 뇌 영역이 저절로 치유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래서 잠자는 데 도움을 주고 장기적으로 복용해도 뇌 기능을 악화시키지 않고, 중독되지 않는 약을 처방한다.
수면유도제는 모두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하며 병원이 아닌 곳에서 구한다면 이는 모두 불법이다. 졸피뎀은 약국에서 살 수도 없다. 이런 이유로 졸피뎀을 원하지만 처방받지 못하는 경우 그 중독성 때문에 불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재원 원장은 “불면증이 없는데도 졸피뎀을 처방받아서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불법이고 이런 약을 절대 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처방받은 수면제는 의사의 지시대로 먹어야 한다. 수면제 중독 정도는 그 양과 시간에 비례한다. 양을 임의로 늘리거나 오래 먹으면 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잠이 안 와서 괴로워도 수면유도제는 최후의 수단이 되는 것이 좋다. 우선 환경을 바꿔서 수면의 질을 높여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런 노력에도 잠을 못 잔다면 의사와의 충분한 상의를 거쳐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처방받은 약도 정 잠이 오지 않고 무척 힘들 때만 먹어야 한다.
이재원 원장은 “잠이 오지 않아 힘든 날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의사를 찾아가 수면유도제가 아닌 장기간 복용해도 안전한 약으로 처방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논란 속 수면제 없이도?잠 잘 자는 12계명
잠이 안 온다고 효과 빠른 수면유도제만 찾는 것은 뇌를 괴롭히는 일이다. 부작용 전혀 없는 생활 속 수면유도제 12가지를 소개한다.
1. 낮잠을 자지 않는다. 너무 졸려서 낮잠을 자더라도 깊은 잠에 빠져들도록 오래 자지 않는다.
2. 커피, 홍차같이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는 저녁에 먹지 않는다.
3. 가벼운 운동을 한다.
4. 저녁에는 스마트기기 사용을 하지 않는다. 특히 자기 전에는 더더욱 하지 않는다.
5. 미지근한 물로 샤워한다.
6. 저녁은 적당히 먹고, 자극적이지 않은 메뉴를 고른다.
7. 야식을 먹지 않는다.
8.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9. 침실은 어둡고 서늘하게 만든다.
10. 잠이 안 온다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
11. 낮에 햇볕을 쬐면서 걷는다.
12. 잠들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