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신승철 교수 (대한구강보건협회장, 단국대 치대 교수)】
“선생님 이빨이 아파요!”
이렇게 말하며 치과에 오는 환자가 많다. 치과의사들은 이빨이란 말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치아’ 또는 ‘이’라는 말은 괜찮지만 이빨이란 말은 다소 치아를 폄하해서 쓰는 말 같다.
그렇다고 이빨 치료해 달라는 환자 보고 “왜 그렇게 말하느냐?”고 나무라는 치과의사는 없다. 다만 속으로 ‘또 한 마리가 오셨구나.’라고 생각할 뿐이다.
이가 아플 때 치과에 가면 사실 좀 늦은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안 아프고 건강할 때 치과에 가서 충치가 안 생기도록 예방하는 일이다.
어금니의 씹는 면에 충치가 잘 생길만 한 홈 부위에 흰색 플라스틱 재료로써 그냥 메워버리는 치아홈메우기를 하면 거의 충치가 생기지 않는다. 모든 선진국 아이들의 어금니 치아에 다 되어 있는 예방시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많이 홍보가 되어서 반 정도의 아이들이 이러한 예방을 하고 있다. 물론 첫 번째 큰 어금니 4개에 한해서 건강보험도 적용된다.
아말감에서 레진까지?봉 박는 재료는 다양
어금니 치아에 작고 검은 점상의 충치가 생겼을 때는 대부분이 법랑질에 한정된 초기의 충치이다. 아무런 증상이 없고 흔히 ‘이를 잘 닦으면 없어지겠지.’라고 착각하나 절대로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다. 치과에 오면 상한 부위를 살짝 긁어내고 약제를 바른 후에 역시 치아홈메우기를 하거나 레진으로 가볍게 메워준다. 그러면 충치가 사라지고 치료한 것 같지 않다.
이 시기를 그만 놓치고 치과 가기를 망설이다가 어금니 치아 씹는 면 표면에 다소 길고 깊은 검은 선상의 충치로 진행되면 그때부터는 찬 것, 단 것 먹을 때 치아에 약간씩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는 약간 늦었지만 빨리 치과에 가서 충치 부위를 다 긁어내고 치과 재료로써 채워 넣어 주어야 한다. 즉 “봉을 박는다.”라고 표현한다. 간혹 이것도 “때운다.”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데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치아가 무슨 냄비인가? 구멍 난 곳을 때우게.
치과용 봉 박는 재료로는 전통적으로 어금니 부위에는 아말감이란 재료를, 앞니 부위는 흰색 레진 재료를 많이 사용하였다.
▶ 아말감은 역사가 100년이 넘는,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치과치료로서는 인체에 안전한 양에 해당된다고 밝혀왔지만 은, 수은 합금이라는 선입감 때문에 기피하는 국가나 치과가 많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아말감만 한 좋은 충전 재료 즉 봉 박는 재료가 없다고 여길 만큼 선호하는 치과의사들이 있는 반면, 미세한 양이나마 수은을 사용한다고 거부감을 토로하는 치과의사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 건강보험에는 아말감 충전이 포함되어 있고 대략 치과 진료 시 환자 부담은 치아 당 만원 이내가 될 것이다.
▶ 앞니는 흰색 레진을 사용하여 충치를 파낸 부위를 채워 넣으면 처음에는 자신의 치아와 색깔 구별이 잘 안 되어서 자연스러워 보이기에 환자들이 만족하지만 치아가 다소 시릴 수 있고, 3~5년 정도 사용하면 재료의 변성, 즉 노화가 와서 누렇게 표시가 나게 된다.
또한 이 정도 세월이면 레진 충전한 곳과 자신의 본래 치질 사이에 미세한 틈이 생기므로 치과에 가서 다시 충전함이 좋다. 즉 레진의 수명은 보통 3~5년 정도라는 뜻이다. 근래에는 어금니 부위도 은색 아말감보다는 흰색의 어금니용 레진을 사용하여 충전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충치의 범위가 다소 커서 아말감이나 레진으로 봉을 했을 경우 잘 부서지거나 빠진다고 판단 될 경우 등 특정 사례에 따라서는 ▶ 금 인레이나 도재 인레이로 봉을 박는 경우도 많다. 즉 금으로 봉을 박는 것이다. 금은 재료의 특성상 다소 무르고 인체 친화성이 좋아서 구강 내에 부작용이 없고 잘 맞아 선호하는 치과의사들이 많다. 다만 비싼 것이 흠이며, 입만 벌리면 누구나 금니 한 것이 보여서 사극 연기 탤런트나 배우들은 하면 안 되겠다.
봉 박은 치아에 충치가 더 잘 생긴다
한 번 치과에 가서 충치를 파내고 봉을 박는 치료를 받고 나면 ‘이젠 그 치아는 다시는 충치가 안 생기겠지.’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봉박은 치아에 충치가 더 잘 생긴다. 왜 그럴까? 모든 물체는 뜨거우면 미세하게 늘어나고 차가우면 미세하게 수축한다. 우리의 입과 치아는 뜨거운 커피를 마실 때는 95도의 물을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는 영하 10도의 물을 먹는 환경에서 견디고 있다.
그때 자신의 치아나 봉 박은 재료가 다 같이 늘어나고 줄어든다.
그런데 치아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비율과 봉 박은 재료가 늘어났다 줄어드는 비율이 다른 것이다. 그러니 치아는 조금 늘어나고 줄어드는데 봉 박은 재료는 많이 늘어나고 줄어든다면 치아와 봉 사이에 미세한 틈이 벌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 틈 사이에 미세한 음식물 찌꺼기나 구강 세균이 쌓여 살게 되고 세균들이 내뿜는 산에 의해 봉 박은 재료 주변에 부식 현상과 착색으로 초기의 충치가 생기기 시작한다. 환자들은 치과의사가 봉 박는 치료를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으니 치과의사들은 억울하다. 그러니 봉 박은 치아는 특히 잘 닦고 충치 예방을 위한 불소 도포와 매 6개월마다 치과에 가서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충전 즉 봉으로 해결할 만한 충치도 바쁘다는 핑계로 치과 가기를 겁내고, 간혹 이를 닦고 나거나 자극을 안 주면, 안 아픈 경우도 많아서 저절로 회복을 기대하며 치과에 안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충치는 계속 진전되어 수개월 내에 치아 속에 있는 치수 즉 혈관과 신경조직까지 침범하게 된다. 충치는 저절로 낫는 일은 결코 없으며, 계속 누진적으로 진행될 뿐이기 때문이다. 충치가 신경조직까지 침범되면 정말 못 참는다. 가만히 있어도 아프다.
치과에서는 치아 주변에 국소마취를 하고, 치아에 큰 구멍을 뚫어 신경과 혈관 조직을 끊어 뽑아내버리고 소독제를 넣어준다. 바로 신경치료라는 것이다.
신경치료란 신경을 살리는 것이 아니고 치아 내에 신경을 없애버리는 것을 말한다. 며칠간 소독하여 치아 내 부위가 멸균 건조되면 이 부위에 치과재료로써 치아 뿌리 속과 치수 속을 채워 넣는다. 즉 질병 없는 죽은 치아를 만들어 그 자리에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통증이 없다고 해서 이 치아를 금방 사용할 수는 없다. 어금니라면 쉽게 쪼개지고 앞니라면 색깔이 잿빛으로 변한다. 그래서 신경치료 한 치아는 반드시 금속이나 도재 또는 지르코니아 재료로써 씌워 주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니 치과 진료는 초기에 하는 것이 건강상으로나 동통의 정도로나 경제적으로나 유리하다.
치아 하나를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힘든지 한 번 경험해 본 분은 잘 알 것이다. 그래도 충치 된 치아를 가볍게 생각해서 뽑아버리고 보철물이나 임플란트 등 인공치아로 하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끝까지 자신의 치아를 살리고 유지토록 하며, 그래도 안 되면 최후의 방편으로 치아를 뽑는 ‘자연치아 아끼기’의 정신으로 치료하는 것이 오늘날의 세계적인 치과계의 진료 방향이며, 여기에 환자와 국민들도 공감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