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비뇨기과 전문의 정정만 박사】
희끗해진 머리카락이 바람에 스치우듯 스산한 오후, 마음은 점점 비어가고 있다. 이 쓸쓸한 나이먹음에 문득 가슴이 짠하다. 헤아려보니 어느덧 나이 오십. 앞만 보고 달려온 스스로의 삶이 처연하게만 느껴진다. 한창 인생의 오르막길을 오르는 청년 시절엔 노년이란 것이 아득히 먼 곳에 희미하게 보이는 그림자 같은 것일 뿐이다. 그 시절엔 노년의 모습을 그릴 겨를이 없다. 세월의 흐름도 사뭇 더디게만 느껴진다. 하물며 노쇠나 죽음을 자신과 결부시킬 틈이 있겠는가? 젊음은 영속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세월이란 참으로 덧없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이 가속을 받기 시작하면 어느새 장년의 시기를 달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만나는 갱년기. 머리카락이 세어 희끗해지고 쏟아도 쏟아내도 끝없이 보채던 남성의 근원이 의기소침해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곤 상쾌한 아침 대신 머리가 무거운 아침이 반복된다. 호기로 마시던 웬만큼의 술에도 끄덕하지 않던 지난 날의 화려한 행각이 엊그제 같건만 이젠 조금만 마셔도 견디기가 힘들고 속이 부대끼기 일쑤다.
기억력 감퇴와 건망증으로 총기가 흐려진 자신을 본다. 젊은 시절 노상 품고 다니던 파란 꿈이 퇴색되고 오므라들어 왜소해진 초라함이 현실 위를 뒹굴고 있다. 근력이 줄고 우람하던 체격이 쪼그라들어 더욱 위축된 자신. 게다가 애지중지 기르던 아이들도 이젠 담벼락을 높이 치고 제각기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젊고 싱싱하던 아내가 어느 새 찌들어 쇠잔해진 서글픈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갑자기 인생이 외롭고 피곤해지는 것이다. 단조로운 삶이 지겨워진다. 그리고 죽음이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짜증이 많아지고 매사가 귀찮아진다. 가장으로서의 역할도 흔들리고 직장에서도 자신의 능력 발휘를 방해받는다. 업무의 능률이 떨어지고 예전의 창조력과 적극성이 결여된다. 제대로 잠을 이룰 수도 없다. 새벽녘이면 어김없이 눈이 떠지고 컴컴한 어둠 속에서 내일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본다. 지나온 세월이 허무하기만 하다.
성인질환 없으면 일생동안 발기력 유지
이것이 소위 남성 폐경기의 증상들이다. 남성에게도 여성의 폐경기와 같은 위기의 순간이 존재한다. 하지만 여성의 폐경기처럼 급격한 변화가 아니라 점진적이다. 성 활동도가 서서히 감소되어 섹스에 대한 흥미가 엷어진다. 섹스를 전보다 자주 할 수 없고 화끈한 섹스를 치를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신경을 쓰고 걱정을 하게 된다. 성적 능력도 저하되어 발기의 강직도, 성욕, 극치감의 강도가 감소한다. 쏟아도 쏟아내도 한없이 솟아오르던 남자의 정기가 불혹이라는 반환점을 돌아선 어느 날, 성력의 유한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4~50대의 가장 흔한 성적 변화는 간헐적인 발기부전, 발기 강직도의 약화이며, 가끔 섹스 도중에 발기력이 무너져내리는 참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극치감이 지연되거나 정액 분출력이 약해지며 정액량이 줄어들고 사정을 해도 쾌감의 강도가 신통치 않다. 이와 같은 성부전이 남성 폐경기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일단 이런 증상이 찾아오면 비록 그것이 일과성 현상일지라도 크게 걱정하고 불안해 한다.
‘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고 걱정한다. ‘이제 남성의 기능을 폐기할 날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구나.’하고 절망한다. 그리고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내뱉는다.
팔뚝만한 크기에 차돌같이 단단한 페니스. 이것이야말로 여성을 녹일 수 있는 최고의 남성이라는 소문이 정설처럼 떠도는 현실. 하지만 이것은 허구적 신화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물론 중년을 넘어서면 발기 강직도는 약간 줄어든다. 그러나 강직도의 감쇠는 시간과 함께 계속 진행되는 현상은 아니다. 실제로 성적으로 정상인 남자는 40대부터 발기 강직도가 줄어들기 시작하여 60대에 이르면 한창 때에 비해 약 5~20% 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하지만 당뇨병 같은 질환을 동반하지 않는 한 50% 이상 감소되는 일은 거의 없다. 이처럼 중년 이후에 발기 강직도가 후퇴하는 이유는 정신적인 피로, 섹스에 몰두할 수 없는 성적 주의산만, 전희 시간 및 강도, 육체적 조건, 약물이나 알코올의 복용 습관과 같은 여러 가지 인자의 영향을 받는다. 성적으로 탈이 없는 건강한 남자는 다행스럽게도 질내 삽입이 충분할 정도의 발기력이 여생동안 유지되고 그 발기력은 피스톤 운동을 하는 데 결코 어려움이 없다.
결론적으로 폐경기가 왔다고 할지라도 성인질환이 없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자, 이제 술과 담배를 줄이고 성인질환에 대처하자. 오십 넘어 새롭게 시작될 우리들의 로맨스 그레이를 위하여!